어느덧 시즌 10이 된 〈쇼미더머니 10〉 심사위원은 이번이 세 번째죠? 만만치 않은 미션 때문에 정신없이 바쁠 것 같아요
제 앨범을 70% 이상 준비하던 중에 제안을 받아서 굉장히 고민 많이 했어요. 개코는 한국 힙합 신에서 절대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저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한 명이고요. 그런 형과 한 팀으로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새로운 앨범 작업 중에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한 거네요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컸어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나오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자신의 음악이 어떤지 피드백이라도 듣고 싶은 거죠. 작업실에서 혼자 앉아 나만의 세계를 펼치다 보면 모든 것이 느려지거든요.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서 오는 뿌듯함도 분명 있고요.
헤링본 재킷과 베스트, 그린 컬러 셔츠, 넥타이는 모두 Polo Ralph Lauren. 울 팬츠는 Sacai. 덕 부츠는 Dsquared2.
재킷과 팬츠, 옐로 보디수트, 베르니체 슈즈는 모두 Prada. 체인 장식의 ‘펄 스트레치드’ 링은 Tasaki.
재킷과 팬츠, 패턴 셔츠는 모두 Dior Men. 패딩 베스트는 Kapital by Taste Report. 체인 장식의 ‘펄 스트레치드’ 이어링은 Tasaki.
재킷과 팬츠는 모두 Marni by Boontheshop. 레오퍼드 패턴 티셔츠는 Cool T.M by Boontheshop. 러버 슈즈는 Bottega Veneta.
그 안에서 얼마만큼 몰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음악으로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제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제가 잘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 거니까 그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요. 항상.
힙힙 신에는 유독 “선후배 문화 같은 게 없다”고 말했어요. 처음엔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만나지만 곧잘 친한 동료가 되기도 하고요
맞아요.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참가자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무대를 만드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만 계속해서 만들다 보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밖에 갈 수 없어요.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맞춰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려고 하죠. 프로듀서지만 참가자들에게 배우는 것도 엄청 많거든요. 함께하는 친구들이 가진 음악적 에너지와 스펙트럼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요.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으로 향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예전에는 제가 해온 것들을 기록하고 세상에 남기는 게 중요했는데 요즘은 바뀌었어요. 다시 제가 재미있을 만한 일을 찾고 있어요. 최근엔 공간 디자이너 그룹 ‘패브리커’와 음악을 전시하고 있어요. 평소에 담고 싶었던 주제나 분위기 같은 걸 눈으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구현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딱 제가 상상했던 그런 작업인 거죠. 음악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는 것. 그게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레이어드 디테일의 재킷과 데님을 더한 팬츠는 모두 Y/Project by 10 Corso Como Seoul.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네크리스는 ‘블라디미르 르 샤’ 애니멀 컬렉션으로 모두 Boucheron. 비니는 개인 소장품.
무릎 길이의 코트와 하네스 벨트, 슬리브리스 톱은 모두 Alexander McQueen.
블루 컬러 셔츠와 팬츠는 모두 Fendi. 러버 슈즈는 Bottega Veneta. 포켓이 패치워크된 글러브는 Prada. 크로셰 점퍼는 개인 소장품.
재킷과 팬츠는 모두 Sulvam by Taste Report. 페이즐리 패턴의 셔츠는 Levi’s.
무언가 해보겠다고 결정하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기준이 있다면
단순하게 얘기하면 ‘재미있겠다’예요. 초등학생처럼 ‘나 이거 되게 재미있게 할 것 같은데’ 이런 마음이 결정적 요소가 돼요. 〈엘르〉와 함께한 뮤직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예요. 여기서밖에 못하는 거니까 당연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껴져요.
지난해 이맘때 〈엘르〉와 함께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를 발표했어요
코로나19 이후에 사소한 경험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생각하게 됐어요. 이 시기를 함께 겪으면서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었고요. 모든 게 다 지나고 돌아볼 때 ‘우리가 이걸 함께 이겨냈지’ 생각할 수 있게요. 아마 30~40년이 지나도 〈엘르〉와 함께 만든 음악에서 우리가 같이 느낀 감정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이 노래를 들으며 지금도 위로받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평소에 잔나비 음악을 자주 들어요. 최정훈의 목소리에 사람을 위로하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사이먼 도미닉 형의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솔직한 가사를 더해 음악을 완성했어요.
올해는 어떤 음악을 기대하면 좋을지 힌트를 준다면
지난해에 잔나비 최정훈, 사이먼 도미닉, 이제훈, 이성경과 뮤직비디오 공동연출을 맡은 배우 박정민, 감독 권오준 등 새로운 조합에서 오는 신선한 느낌이 재미있었어요. 올해도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조합을 고민 중이에요.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가 심오한 영화 같은 곡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만화책처럼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엘르〉 뮤직 프로젝트에 ‘치열한 일상’을 화두로 제안했어요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이겨내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려움이 닥친 순간엔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겨내는 게 우리 모습이잖아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 마음이 서서히 치열하게 다시 시작해 보자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에 위로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엔 용기를 주고 싶어요.
그렇다면 내년 〈엘르〉 30주년 뮤직 프로젝트에서 3부작을 완성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