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개봉을 앞둔 〈007 노 타임 투 다이〉.
TV 시리즈를 제외하면 영화 팬에게는 〈캡틴 마블〉의 마리아 램보역할로 친근하다. 〈캡틴 마블〉과 〈007 노 타임 투 다이〉 촬영 경험을 비교한다면
두 작품 모두 나를 배우로서 성장하게 만든 동시에 흑인 여성을 대표할 기회를 줬다. 〈캡틴 마블〉은 첫 블록버스터 촬영이다 보니 그린 스크린 배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부족함을 브리 라슨과 새뮤얼 L. 잭슨, 벤 멘델슨이 멋지게 채워줬고,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우리가 몇 년 후 맞이할 현실을 반영한 영화다. M16의 ‘노미’ 같은 여성의 존재가 많아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한 번도 이 영화가 비현실적인 판타지라고 생각한 적 없다. ‘노미’를 소개한다면 요원으로서 무척 신선하고 독특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규칙을 철저히 지키며, M의 오른팔처럼 행동하기도 하면서 주변인의 찬사를 듣는 것도 즐긴다. 한 마디로 많은 면에서 강인하고 주체적인 목적의식이 뚜렷한 동시에 유머 감각도 있는, 현대 여성의 롤 모델이 아닐까 싶다.
물론! 특히 〈007 카지노 로얄〉을 보고 대니얼 크레이그의 연기에 매료됐다. 액션과 아이디어,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느낌과 근사한 오프닝 장면까지. 스물네 편에 달하는 007 시리즈를 모두 섭렵하며 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려고 했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현장에서 훌륭한 리더이기도 한데, 촬영 시간이 빠듯했던 날 현장에 뛰어들어 와이어를 쥐고 장비를 옮기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신경 쓴다는 걸 느꼈다. 그도 나와 같은 연극배우 출신이라는 것 또한 안정감을 줬다. 내면적으로 비슷한 곳에서 출발한 느낌이랄까.
제임스 본드영화에 요원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지금 영화계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됐다. 신나는 일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노미’ 같은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어릴 때만 해도 내가 제임스 본드 영화에 요원으로 등장하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으니까. 어두운 피부에 짧고 자연스러운 머리칼, 키 크고 굴곡진 체형의 내 모습 그대로 유능한 여성 비밀요원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공동 각본가이자 감독 캐리 후쿠나가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그의 전작 〈신 놈브레〉와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을 보면서 그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다는 것, 동시에 새롭고 신선한 것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는 옛날 영화 느낌이 가미돼 있다. 기대감과 긴장을 갖고 이 영화를 기다렸던 시리즈의 열렬한 팬들도 우리가 이전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얼마나 아름답게 기념해 냈는지 알아주길 바란다.
정말 액션 연기를 즐겼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 중 그 누구도 ‘저 장면, 저 배우가 진짜로 한 것 맞아?’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내가 곧 그녀의 진짜 몸이 되길 바랐다.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액션 신을 제외하고 말이다!
너무 늦은 질문인 것 같지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의 첫 반응은
당장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축하 시간조차 갖지 않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언제 훈련을 시작할 수 있지? 온종일 트레이닝 센터에 있어도 괜찮을까?’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