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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GRAY)의 영화같은 하루

데뷔 9년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그레이는 오로지 자신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BY이재희2021.09.01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고요 
앨범 준비하느라 반년 넘게 애썼어요. AOMG ‘뉴비’인 유겸의 앨범도 작업했고요. 더운 날씨에 정말 일만 한 것 같아요.
첫 정규 앨범 〈grayground.〉로 돌아왔어요. 활발한 활동 탓에 체감상 앨범 열 장 정도는 족히 냈을 줄 알았는데, 첫 앨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더라고요 
첫 정규 앨범 〈grayground.〉로 돌아왔어요. 활발한 활동 탓에 체감상 앨범 열 장 정도는 족히 냈을 줄 알았는데, 첫 앨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더라고요 
 
프릴 네크라인 셔츠와 타이, 체크 프린트 나일론 보머 재킷은 모두 Celine.

프릴 네크라인 셔츠와 타이, 체크 프린트 나일론 보머 재킷은 모두 Celine.

 
네트 풀오버 니트는 Valentino. 와이드 팬츠는 Rick Owens. 네크리스는 Loewe. 레더 스커트와 부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트 풀오버 니트는 Valentino. 와이드 팬츠는 Rick Owens. 네크리스는 Loewe. 레더 스커트와 부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때쯤 ‘짠’ 하고 앨범을 내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잖아요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을 프로듀싱하는 것도 재밌고 다양한 곡 작업을 하느라 바빴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사실 핑계죠. 진짜 낼 생각이 있었으면, 이렇게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했을 거예요. ‘제 거’를 만드는 기분은 또 다르더라고요. 이제 느낌 아니까, 자주 내지 않을까요? 
‘내 거’라는 표현을 썼어요. 이번 앨범 또한 ‘서포터’로서의 그레이보단 ‘주인공’으로서 존재가 드러나요
제 목소리로 오롯이 채워진 앨범이고 그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프로듀서 이미지보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런트맨’으로서 대중에게 성큼 다가갈 기회죠. 제가 느끼기에 좀 더 그레이답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담았어요.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일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작업해 왔어요. 혼자 우뚝 서는 것보단 음악적 영감을 함께 주고받는 것에 더 재미를 느끼나요 
중요도를 떠나 그저 다양한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즐겁더라고요. ‘밸런스 게임’이나 ‘BEST 5’처럼 한 가지를 꼽는 걸 잘 못 하는 성격에다 취향의 범주도 넓거든요. 흥미가 생기는 아티스트도 계속 생겨나고, 그들과 한 번씩 다 작업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고요. 함께할 때 뿜어져 나오는 고유의 색깔에 희열이 있어요.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죠.
AOMG 기여도 또한 커요. 회사 식구들과의 음악 활동과 개인의 음악적 영역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내 것을 우선시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소속감이란 걸 처음 느낀 회사이고, 제 이름을 알릴 수 있게 해준 회사라 애착이 커요. 제일 먼저 계약한 1호 뮤지션이라는 책임감도 어느 정도 있었고요. 점점 식구들이 생기면서 ‘다 같이 잘돼야 한다’는, 홀로 부여한 사명감이 있었죠(웃음). 내가 속한 이 집단이 잘돼야 내 이름도 빛날 거란 확신은 늘 있었어요. 비용과 시간을 쏟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만큼. 이제 규모가 커져서 굳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다들 잘하더라고요. 책임감에서 벗어날 때가 온 거죠.
팀이 살면 나도 빛날 거라던 초반의 확신이 맞은 거네요
맞아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확실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주인공이 되는 느낌도 괜찮더라고요. 
 
플라워 패턴의 재킷과 데님, 로퍼는 모두 Tom Ford. 네크리스는 Chrome Hearts.

플라워 패턴의 재킷과 데님, 로퍼는 모두 Tom Ford. 네크리스는 Chrome Hearts.

 
그래픽 패턴의 셔츠와 팬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그래픽 패턴의 셔츠와 팬츠는 모두 Dries Van Noten.

 
레오퍼드 패턴의 퍼 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벨벳 쇼츠, 하네스, 라이딩 부츠는 모두 Gucci.

레오퍼드 패턴의 퍼 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벨벳 쇼츠, 하네스, 라이딩 부츠는 모두 Gucci.

‘그레이는 음악도 잘생겼다’고 하죠. 11개의 트랙에는 여전히 ‘잘생긴’ 노래로 가득한가요? 혹은 그간 꽁꽁 숨겨둔, 좀 ‘못생긴’ 음악을 기대해야 하는 건지 
저는 항상 잘생긴 음악을 좋아합니다(웃음). 잘생겨도 질리지 않고 계속 봐도 좋은 매력적인 음악으로 꾹꾹 눌러 담았어요. 마치 그레이만의 ‘테마파크’에서 뛰어놀 듯 사랑이나 설렘 등 익숙한 키워드 위에 얹은 다채로운 사운드로 재미를 느끼실 거예요. 
‘Feat. Gray’라고 표기된 곡을 음악 차트에서 수없이 봤어요. 이번에는 정반대겠죠 
몇몇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AOMG 식구들이 피처링에 거의 다 참여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조합으로 가보고도 싶었지만, 취향이 기우는 쪽은 결국 AOMG 뮤지션들이더라고요. 굳이 신선함이라는 키워드에 몸을 욱여넣어 AOMG 아티스트의 피처링을 피할 이유도 없었고요. 아쉬운 거라면 쌈디 형이나 재범이랑 피처링 작업을 하지 못한 것?
이번 앨범을 꺼내놓으며 스스로에게 부여한 미션은 
대중이 어떻게 이 음악을 느끼고 반응하는지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먼저 스스로 만족할 것.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어느 정도 갑갑함을 벗어던지려 했어요. 이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건 저니까요.  
작곡과 랩, 보컬, 프로듀싱, 피처링까지 능력치가 두루두루 높아요. 광고 활동도 활발하고, 심지어 논란까지 없는 뮤지션이라고요(웃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피처링을 부탁받을 때 특히 기분이 좋아요. 최근에 쿤디판다가 ‘메인풀’이라는 곡의 피처링을 요청했는데 ‘어? 이 친구 나한테 무슨 생각으로 피처링을 부탁했을까?’ 하고 생각했죠. 잘해보고 싶다는 감정이 샘솟았어요. 동료 뮤지션들이 찾아줄 땐 늘 고맙고 또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그레이가 늘 그레이다울 수 있는 비결은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저만의 톤인 것 같아요. 10년 뒤에도 촌스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자고 다짐하는데, 데뷔한 지 10년쯤 됐잖아요. 독자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데뷔곡 ‘깜빡(Feat. Zion.T, Crucial Star)’을 들었을 때 촌스러운지 아닌지. 자화자찬이지만 나름 세련됐다고 생각하는데(웃음). 언제 들어도 시간을 비켜가지 않는 음악을 만들자는 모토를 유지하려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일지도요.
 
 
벨벳 재킷과 실크 셔츠, 스카프는 모두 Tom Ford.

벨벳 재킷과 실크 셔츠, 스카프는 모두 Tom Ford.

 
청키한 니트 풀오버와 허리에 두른 카디건, 팬츠, 로퍼는 모두 Dolce & Gabbana.

청키한 니트 풀오버와 허리에 두른 카디건, 팬츠, 로퍼는 모두 Dolce & Gabbana.

 
프릴 네크라인 셔츠와 타이, 체크 프린트의 나일론 보머 재킷은 모두 Celine.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프릴 네크라인 셔츠와 타이, 체크 프린트의 나일론 보머 재킷은 모두 Celine.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5년 만에 올가을 방영을 앞둔 〈쇼미더머니 10〉(이하 〈쇼미〉)에 다시 프로듀서로 합류합니다. 시즌5에서 비와이를 프로듀싱하며 ‘Forever’ ‘Day day’ 등으로 차트를 집어삼킨 경력이 있죠. 에너지를 꽤 많이 쏟아야 하는 작업인데 수락한 이유는
참가자와 제작진, 프로듀서까지 참여하는 모두가 ‘개고생’하는 프로그램인데, 항상 이슈화되고 사랑받는 애증의 프로그램이죠. 그래도 다녀오면 몸과 마음이 단련된 느낌을 받아요. 마치 〈드래곤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랄까. 이미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는 어느 정도 여유와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되 승패에 휘말리지 않아야 정신건강에 좋다. 그래 〈쇼미〉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송민호와 한 팀으로 활약합니다. AOMG와 YG의 첫 협업이 이번 시즌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해요
저도 궁금해요.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어떤 조합이 탄생할지 설레기도 하고요. 민호는 ‘아이디어 뱅크’에다 앨범이나 곡을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하게 만드는 친구이기 때문에 많이 의지할 것 같아요. 그레이와 송민호의 시너지가 어떨지 기대하셔도 좋아요. 
최근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진 상태라고 밝혔는데, 에너지를 어느 정도 끌어올렸나요 
일을 계속하면 할수록 더 일이 들어오고, 다행히 그게 또 재밌어요. 쉬면 또 한없이 쉬고 싶더라고요. 저만의 시즌과 비시즌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시즌이니까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죠. 
온오프 스위치를 확실히 끄는 편이네요
시즌일 때는 쉬는 날에도 갑자기 음원을 보내줘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해서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해요. 지난해처럼 비시즌일 때는 TV와 넷플릭스만 끼고 살았어요(웃음). 음악을 온종일 듣지 않을 때도 있어요. 
보통 일에 에너지를 다 쏟는 사람들은 일상이 좀 ‘너덜너덜’하던데  
최근에 유튜브 콘텐츠 촬영 겸 필라테스를 배웠는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자신을 발견했죠. 코치님에게도 혼났고요. “음악 말고 다른 건 잘 못하시네요”라는 말도 들었죠(웃음). 허당기가 좀 있어요. 다른 부분에서는 네, 좀 그러네요. 
스스로 어떤 종류의 뮤지션이라고 규정하지 않았어요. 흐름대로 평가받고 때에 따라 수식어를 부여받는 지금의 흐름에서 자유를 느끼나요 
팬들은 제가 하는 음악과 스타일을 확실히 알잖아요. 힙합 팬을 제외한 대중은 저를 프로듀서로만 아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쇼미〉를 통해 저를 접한 분들은 피처링 전문 가수로 기억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광고 모델 혹은 ‘쟤 뭐하는지는 모르지만 힙합 하는 애’ 정도로 인식할 거예요. 무엇으로 보든 좋아요. 전에는 특정한 틀로 규정하지 말아달라고 외쳤다면, 이제는 이미지란 건 스스로 어떻다고 말해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죠. 그저 하고 싶은 걸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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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재희
  • 피처 에디터 전혜진
  • 사진 목정욱
  • 스타일리스트 김영진
  • 헤어 스타일리스트 최미연
  •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수연
  • 디자인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