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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기> 안효섭, 얼굴이 도대체 몇 개야?

성큼성큼, 자유로워진 배우 안효섭의 보폭. 김유정, 공명, 곽시양과 함께 한 <홍천기>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BY류가영2021.08.31
 
 
‘꽃미남’이란 이미지가 확고하지만 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줘 놀랍다는 반응도 많아요. 오늘도 화보 촬영을 하는데 자꾸만 새로운 얼굴이 보이더군요 
“얼굴 인식이 잘 안 된다” “〈낭만닥터 김사부2〉의 서우진이 그때 그 조정 선수라고?”라는 식의 말을 꽤 자주 들어요.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많이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저는 만날 보는 얼굴이라 잘 모르겠어요.
불과 3년 전 작품인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와 〈탑 매니지먼트〉에 등장했을 때보다 훨씬 성숙해 보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나이가 들기도 했고요(웃음). 두 작품에서 맡은 역할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자랑하는 인물이라서 더 어리게 보인 것도 있을 거예요.
 
 
시어링 데님 재킷과 레더 베스트 재킷, 스터드 팬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블랙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는 Agingccc. 함께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Verutum.

시어링 데님 재킷과 레더 베스트 재킷, 스터드 팬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블랙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는 Agingccc. 함께 레이어드한 네크리스는 Verutum.

그제까지 방영을 앞둔 〈홍천기〉 촬영을 하다 왔다면서요. 어제는 또 다른 차기작 〈사내 맞선〉 대본 리딩 스케줄을 소화했고요. 바쁜 나날의 연속이네요 
그래도 어젠 먹고 싶은 거 먹고 행복하게 잠들었어요. 작품 때문에 한동안 자르지 못했던 머리도 잘라 홀가분하고요. 
판타지 멜로 사극 〈홍천기〉에서 보여줄 연기부터 기대할게요. 붉은 눈을 지닌 신비로운 남자 ‘하람’을 연기하며 가장 도전적이었던 것은 
앞을 보지 못하는 설정도 그렇고, CG 촬영도 전부 도전이었지만 무엇보다 여러 인물을 동시에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어요. 홍천기를 사랑하는 하람과 하람이 복수심에 사로잡힐 때 나오는 모습인 ‘일월성’, 하람의 몸을 차지하려는 ‘마’란 존재까지,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오가야 했죠. 어떤 상황 앞에서 누구에게 몰입해야 할지 항상 확신이 서지 않아 어려웠어요. 촬영 다 끝나고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말해 준 작품이에요.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연출한 베테랑 장태유 감독이 고민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을까요 
배우끼리 대사도 많이 맞춰보고, 이전 신과 다음에 붙을 신까지 세세하게 고려하면서 리허설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 촬영장이었는데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분이라 그런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일단 해보는 쪽을 택하는 편인데, “조금 오버했다”거나 “하람이 아니라 효섭이가 보인다”고 말씀하시며 길을 잘 잡아주셨죠.  
당신이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게 본 드라마로 꼽은 〈쩐의 전쟁〉 연출자이기도 하죠 
처음엔 몰랐어요! 찾아보고 나서 알고 ‘헉’ 했죠. 신기하더라고요(웃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을 연출한 감독님과 이제는 제가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게요. 
〈홍천기〉는 〈성균관 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을 탄생시킨 정은궐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기에 시작부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원작 소설은 읽어봤나요
그럼요. 이야기의 중심 소재가 그림이어서인지 작가님의 전작에 비해 굉장히 부드럽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홍천기와 하람의 로맨스도 ‘꽁냥꽁냥’보다 훨씬 애절한 정통 멜로에 가까웠고요. 그래서 “사랑하오. 내가 긴 세월을 찾아 헤맨 건 내 눈이 아니라 당신이었어” 같이 자칫하면 오글거릴 수 있는 대사도 최대한 몰입해서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사극 장인’ 김유정 배우와 함께한 소감은 
항상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잖아요. 제가 어떻게 연기하든 다 받아주더라고요. 실제로도 선배지만 정말 선배 같은 느낌이었어요. 촬영장에서는 특유의 웃는 얼굴로 항상 반겨줬고요. 
곽시양 배우가 연기한 수양대군을 비롯해 하람의 조력자와 화공들까지 활약이 기대되는 조연도 많아요.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다면
아무래도 저와 항상 함께 다니는 ‘만수’죠. 저보다 네 살 많은 (김)현목 형이 연기하는데, 극중에선 저보다 열다섯 살이나 어린 설정으로 나와요(웃음). 가장 추울 때 시작해서 더울 때 끝난 촬영인데 형이 하람의 곁에서 눈과 발이 되느라 고생이 정말 많았죠. 형 생각이 많이 나요. 
 
 
패턴 니트와 코티드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패턴 니트와 코티드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작은 항상 두려워요. 사람마다 자기만의 세이프 존이 있잖아요. 이제까지 내린 모든 선택이 용기 있는 첫걸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해 조금씩 전진하다 보면 거기까지 제 영역이 되더라고요.
 
블랙 시퀸 재킷은 Kimseoryong. 실크 소재의 블랙 스트라이프 셔츠와 스카프, 블랙 로퍼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시퀸 재킷은 Kimseoryong. 실크 소재의 블랙 스트라이프 셔츠와 스카프, 블랙 로퍼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느덧 7년 차 배우예요. 다른 배우들에겐 어떤 동료가 되고 싶나요
말이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작품이든 뭐든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려면 서로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고, 때론 마음도 나눠야 하는데 이왕이면 그런 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지는 상대가 되고 싶어요. 
〈어비스〉 속 순정남 차민과 〈낭만닥터 김사부2〉의 까칠한 외과의 서우진 등 최근 작품에서 꾸준히 주연을 맡으며 얻게 된 자신감도 있을지 
아직 내가 맡은 인물과 연기에만 집중하기에도 버거워요. 작품이 끝났을 때 뒤돌아보며 ‘이번에도 한 단계 넘었구나’ 생각하지만 곧바로 새로운 미션이 주어지는 느낌이에요. 〈홍천기〉를 찍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는데, 아마 〈사내 맞선〉을 하면서 또 새롭게 배우는 게 생길 거예요.  
유년기를 캐나다에서 보냈어요. 열일곱 살 때 혼자 한국으로 온 이후 연기에 도전했고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인지 
시작은 항상 두려워요. 사람마다 안전함을 느끼는 자기만의 세이프 존이 있잖아요. 거기에서 한 발자국 내딛으려면 용기가 필요하죠. 이제까지 내린 모든 선택이 용기 있는 첫걸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해 조금씩 전진하다 보면 거기까지 제 영역이 되더라고요. 
그렇더라도 꿈을 위해 홀로 대륙을 횡단할 수 있는 고등학생은 대한민국에 많지 않을 거예요(웃음)
그땐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마냥 신났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긴 했죠.  
가족에겐 어떤 사람인가요  
별로인 아들(웃음)? 돈 많이 벌어 좋은 거 사드리는 것보다 하루에 한 마디씩 건네는 게 효도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부모님도 제가 바쁜 거 아니까 무턱대고 연락하기보다는 기다려주시는데, 그런 배려가 느껴질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죠.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철학책을 추천했더라고요. 안효섭이 생각하는 철학의 효용은 
어릴 때부터 인류는 어디에서 왔고, 과연 죽어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것이 최근 철학으로 관심이 이어진 것 같아요. 물론 어릴 땐 마냥 궁금하고 답만 알고 싶었다면 이제는 과정에 더 의의를 둔다는 점이 달라졌죠. 누군가 ‘옳다’고 말하는 것이 진짜 옳은 것인지 다시 한 번 따져보고, 항상 의문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 잘 살도록 만들어준다고 느끼거든요. 
철학책 한 권을 완독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준다면
저도 한 권 읽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릴 때도 많아요.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도 있겠네요. 완독을 목표로 하기보단 한 문장 읽다가 멈춰서 문득 떠오르는 것에 대해 시간과 마음을 충분히 내어주는 거죠. 
이런 관심이 배우로 일할 때도 도움이 되나요 
더 넓은 시야로 인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뜻밖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인물에 대한 이해 폭이 너무 넓어져서 응당 어떤 감정을 분출해야 하는 상황에 에너지가 쉽게 뭉치지 않는다는 것? 〈홍천기〉를 촬영하면서도 마냥 악하게 표현해야 하는 하람의 ‘마’가 안쓰럽게 느껴져 연기하다가 주춤한 적도 많아요.
배우가 아닌 삶을 꿈꾸기도 하나요 
연기가 정말 매력적인 건 맞아요. 그렇지만 궁금하긴 하죠. 제가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이요.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거라면 분명 도전할 것 같아요. 
 
블랙 레더 재킷과 레더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블랙 레더 재킷과 레더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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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류가영
  • 사진 고원태
  • 스타일리스트 허다겸
  • 헤어 스타일리스트 임정호
  •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지영
  • 디자인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