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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만 보면 완전 사기캐! 원조 슈퍼모델, 카를라브루니의 위엄

슈퍼모델, 데뷔 앨범을 200만 장이나 팔아 치운 싱어송라이터, 퍼스트레이디···. 일생에 한 번도 스치기 어려운 수식어들이 조금도 무겁지 않은 듯 여전히 삶을 유영하는 카를라 브루니.

BY이마루2021.08.30
 
 
유서 깊은 프랑스 잡지 〈시티즌 케이〉의 30주년 기념 커버, 〈베니티 페어〉 스페인 등에 이어 〈엘르〉 코리아까지. 2021년에도 벌써 여러 잡지 커버를 장식했습니다  
잡지 커버 모델로 등장한다는 것은 분명히 상징적인 일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그 이면의 진짜 모습, 내 영혼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이런 잡지 화보 촬영을 통해 사람들에게 제 내면을 드러내고 싶어요.
현장에서 당신은 이면이라고 할 게 없어 보였습니다. 자연스러웠고, 모두에게 친절했어요. 슈퍼모델, 영부인이라는 수식어와 관계없이 ‘카를라 브루니’ 그 자체였죠 
전형적인 이탤리언 성격이라고 할 수 있죠! 꾸미거나 척하는 걸 견디지 못할뿐더러 할 줄도 몰라요. 이탤리언은 정말 쾌활하고, 타인과 잘 어울리거든요. 유머 감각도 있고요(웃음).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에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삶을 나누고, 수다 떠는 일에 익숙해요. 특히 이번 촬영은 분위기가 최고였잖아요. 팀으로 일한다는 감각, 호흡이 잘 맞아떨어질 때 나오는 긍정에너지를 능가할 활력소는 없어요.
 
턱시도 재킷과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턱시도 재킷과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깃털 장식의 스트라이프 볼 드레스와 벨벳 팬타 부츠,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깃털 장식의 스트라이프 볼 드레스와 벨벳 팬타 부츠,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턱시도 재킷과 페이크 퍼 드레스, 메탈 캡 슬링백 힐,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턱시도 재킷과 페이크 퍼 드레스, 메탈 캡 슬링백 힐,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얼마 전 칸영화제에서 생 로랑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어요. 2002년에 발표한 곡 ‘L’amour’에서도 생 로랑의 드레스가 언급돼요. ‘사랑은 순조롭지 않아. 생 로랑처럼 완벽하게 맞지 않아(L'amour Ça ne va pas C'est pas du Saint Laurent, Ça ne tombe pas parfaitement)’라고. 지금도 생 로랑은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의상인가요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그만큼 힘들다는 걸 은유적으로 표현한 가사지만, 맞아요(웃음). 생 로랑은 정말 완벽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죠. 모델로 갓 데뷔할 때부터 이브 생 로랑과 일했는데, 그는 매번 나를 감동시키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어요. 쇼에 서는 모든 모델에게 누구보다 친절하고, 하나하나 관심을 기울여줬죠.  
오늘 함께한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은 어땠나요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은 이브 생 로랑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멋지게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촬영 내내 방금 말한 아름다웠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어요. 
2002년 첫 앨범 〈Quelqu'un M'a Dit(누군가 내게 말했다)〉를 발매했을 때 엄마와 언니를 제외한 세상 누구도 앨범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요? 만약 뮤지션으로서 지금처럼 인정받지 못했다면 인생을 대하는 당신의 방식이 달라졌을까요 
잊고 있었는데 그때는 정말 그랬어요(웃음). 글쎄요, 뮤지션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면 나름 상실감을 느꼈겠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것 같진 않아요. 지금처럼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나만을 위한 음악을 하면서 살고 있을 거예요. 어쨌든 난 음악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그런 당신도 창조력이나 영감이 소멸될까 봐 두려울 때가 있는지
그럼요. 모든 예술가가 그럴 거예요. 타고난 성격 탓에 쉽게 우울해지지는 않지만 스스로 재능을 의심하게 되는 시간은 분명 찾아오거든요. 그럴 때는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해요. 그냥 잊으려 할 때도 있어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요.  
 
 
메탈릭 톱과 골드 자카르 소재의 쇼츠, 체인 벨트, 핑크 스퀘어 참, 체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메탈릭 톱과 골드 자카르 소재의 쇼츠, 체인 벨트, 핑크 스퀘어 참, 체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트위드 재킷과 리본 버클 포인트의 V컷 점프수트, 라인스톤 이어링,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트위드 재킷과 리본 버클 포인트의 V컷 점프수트, 라인스톤 이어링,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멀티 컬러 트위드 재킷과 탱크톱, 브리프, 퀼팅 사첼 백, 블랙 사이하이 부츠, 십자가 펜던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멀티 컬러 트위드 재킷과 탱크톱, 브리프, 퀼팅 사첼 백, 블랙 사이하이 부츠, 십자가 펜던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얼마 전 발표한 싱가포르의 아티스트 타냐 추아(Tanya Chua)와 함께한 ‘Photographs’에서는 광둥어로 노래를 불렀어요. 다양한 언어로 노래하는 당신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죠! 쉽지는 않았지만요. 전화 그리고 ‘줌 Zoom’으로 타냐가 정말 열심히 발음을 가르쳐줬어요. 가수로서 훌륭한 만큼 좋은 선생님이기도 했죠. 언젠가 꼭 한국어로 노래할 기회가 오길 바라요. 
당신이 한국의 존재를 실감했던 최초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때의 인상은 
2018년 콘서트를 하러 갔을 때 정말 많은 한국인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친절하고 따뜻했어요. 마치 이탈리아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죠. 굉장히 현대적인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이번 촬영을 하면서도 남편에게 한국에 꼭 한번 다시 가자고 몇 번이나 말했을 정도예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당신이 부른 ‘Stand by your man’이 OST로 쓰인 게 한국 사람들이 카를라에게 다시 한 번 친밀감을 느낀 계기가 됐죠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정말 기뻤어요. 드라마를 봤는데 역시나 굉장히 떨리고 벅차더군요. 다른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에 제 곡이 사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노래를 통해 제가 그 프로젝트의 일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평소 음악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의 벽에 굉장히 많은 사진이 붙어 있더군요. 어떤 마음으로 고른 사진인가요? 가장 잘 보이는 위치를 찾아 고심해서 붙인 사진도 있을 텐데
그 사진들은 한마디로 내 삶의 패치워크예요.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순간을 한데 모아놓았으니까요. 벽에 붙여둔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제게 무한한 영감을 줘요. 내면 속의 온전한 감정들, 주변인들이 영감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 감정이 찾아오면 종이 위에 쓱쓱 휘갈겨두거나 허밍 상태라도 녹음해서 노래로 풀어내려고 해요.
 
 
트위드 재킷과 보디수트, 메탈릭 쇼츠, 라인스톤 이어링, 체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트위드 재킷과 보디수트, 메탈릭 쇼츠, 라인스톤 이어링, 체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트위드 재킷과 보디수트, 메탈릭 쇼츠, 라인스톤 이어링, 체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트위드 재킷과 보디수트, 메탈릭 쇼츠, 라인스톤 이어링, 체인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반짝이는 튤 소재의 크롭트 톱과 데님 팬츠, 체인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반짝이는 튤 소재의 크롭트 톱과 데님 팬츠, 체인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지금 누리고 있는 삶에 대한 감사, 행운에 대해 곧잘 언급해요. 이런 태도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주어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어요. 저 또한 그게 굉장히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하고요.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정확히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눈앞에 찾아온 행운을 망설임 없이 잡을 수 있거든요.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이런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해요. 물론 딸은 아직 어리니까 보호받아야죠. 방금 장난감 트럭으로 장난치다 넘어질 뻔한 걸 제가 잡아준 것처럼 말이에요(웃음). 
지아니 베르사체의 서거 20주년을 맞아 당대의 슈퍼모델들이 피날레 무대에 섰던 2018 베르사체 S/S 쇼는 패션 역사에서 영원히 회자될 거예요. 당시의 경험이 당신이 누군가를 추모하는 방식 혹은 추후 기억되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됐을지 
지아니 베르사체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멋진 디자이너였어요. 창의력과 따뜻한 인간미, 무엇 하나 흠잡을 것 없이 멋졌죠. 그때의 경험은 분명히 제가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깊이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지아니를 그리워하고 있으니까요.
쇼 피날레에 오른 당신 옆에는 나오미 캠벨, 헬레나 크리스텐센을 비롯해 오랜 친구들이 함께 섰죠. 우정을 유지하는 당신의 방식이나 비결이 있다면 
우정이란 노력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간직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과는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꾸준히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아요.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죠. 이런 게 진정한 우정 아닐까요?  
최근 와인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더군요
샤토 에스투블롱(Chaˆteau d’Estoublon)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어요. 와인 전문가들에게 배워가며 함께 탄생시킨 게 바로 로제 와인 ‘로즈 블러드 Roseblood’죠. 로제 와인은 식전주로 마시기에 더없이 좋은 술이잖아요. 화창한 가을날, 가족이나 친구들과 유쾌한 분위기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와인 주조는 날씨와 대지를 가까이에서 느끼고,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트위드 재킷과 V컷 점프수트, 메탈 캡 슬링백 힐, 라인스톤 이어링, 구슬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트위드 재킷과 V컷 점프수트, 메탈 캡 슬링백 힐, 라인스톤 이어링, 구슬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턱시도 재킷과 울 소재 컷아웃 드레스,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턱시도 재킷과 울 소재 컷아웃 드레스, 라인스톤 이어링, 클로버 초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당신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태도나 미덕은
친절하고 단순한 면모를 가진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껴요. 그런 상냥함이나 단순함이 모난 부분이나 모든 걸 감쌀 수 있는 덕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주변에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해 왔지만 천성적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아우라를 넘어서지는 못하더군요. 
당신은 이성과 감성, 둘 중 어떤 것이 더 강하다고 느끼는 사람인지
제가 민감하고 예민한 건 사실이지만 저를 감성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왜냐하면 감성적인 동시에 내게 닥친 상황을 굉장히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려는 성향 또한 가지고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도 ‘레트로’가 유행이에요. 젊은 세대가 1990년대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이 카를라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유행과 무관하게 저 역시 그 시대를 떠올리면 엄청난 향수에 젖어요. 지금에 비해 모든 면에서 걱정이 덜했던 시기니까요. 물론 90년대도 나름 문제와 고민이 많았지만, 그래도 막연한 희망과 낙관이 존재했던 것 같거든요. 지금은 아주 사소한 발언도 굉장히 조심해야 하잖아요. 물론 신중함이 나쁜 건 아니지만요! 사회적 관점뿐 아니라 패션도 마찬가지였어요. 많은 패션 하우스가 지금보다 훨씬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작업했죠. 
 
 
비즈와 스팽글 장식의 재킷과 보디수트, 블랙 사이하이 부츠, 십자가 펜던트 네크리스, 체인 브레이슬렛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비즈와 스팽글 장식의 재킷과 보디수트, 블랙 사이하이 부츠, 십자가 펜던트 네크리스, 체인 브레이슬렛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블루 트위드 재킷과 미니스커트, 실버 보디수트, 메탈 캡 슬링백 힐, 골드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블루 트위드 재킷과 미니스커트, 실버 보디수트, 메탈 캡 슬링백 힐, 골드 네크리스, 스타킹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당신의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세상이에요. 런웨이를 활보하는 당신의 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Elegant’ ‘Graceful’ ‘Classy’ 같은 형용사들이 눈에 띄더군요. 이런 묘사에 동의하나요 
글쎄요, 저를 묘사하는 단어를 고르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은데요!(웃음) 나는 그저 카를라일 뿐이니까.
‘마음 아픈 경험(Heartbroken)’들은 시간이 흘러 결국 우리 인생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줄까요 
그런 경험을 할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나 시련을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요. 그래도 미래를 너무 겁낼 필요가 없다는 말은 꼭 하고 싶어요. 53년간 살아보니 그런 우려가 실현되는 일은 별로 없더라고요! 오히려 벌어지는 건 항상 예기치 못한 일이죠. 그러니 걱정보다는 삶을 모험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길 바라요. 그래야 삶의 순간순간을 누릴 수 있고,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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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패션 에디터 방호광
  • 피처 에디터 이마루
  • 사진 김형식
  • 글 김이지은
  • 프로덕션 김이지은
  • 스타일리스트 김다솜
  • 헤어 스타일리스트 막심 마세
  • 메이크업 아티스트 아야 후지타
  • 디자인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