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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우습게 보지 마라

삼각 깁밥의 시대는 끝났다. 6,000원짜리 고비용 점심이 두려운 직장인들이 점점 편의점 도시락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직접 도시락을 챙겨올 수 없다면 편의점에서 저렴한 도시락에 도전해 봐도 좋다. 하지만 뭐든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이다. 나만의 도시락을 찾는 분들께 가볍지만 '실속 있는' 조언을 해드린다. 먹거나 말거나.

프로필 by ELLE 2011.05.25



트루먼 '도시락'쇼? 너는 도시락이다! 오전부터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사비로 직접 도시락을 구입했다. 도시락들은 편의점의 협조나 제조사의 협찬 없이 그저 무작위로 선택되었다. 복불복이다. 이 도시락들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에디터의 사적인 의견 역시 철저하게 배제했다. 꼼꼼히 따지기로 소문난 직장 여성 3인을 '맛의 평가단'으로 임명하고 자문을 구했다. 이 결과는 순전히 그녀들의 선택이다! '맛있는 도시락'은 월요병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춤추게 한다는 마음으로 평가했다.

편의점 도시락 입문자를 위한 제안 '편의점 도시락'을 충만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 부지런한 직장인만 황금 도시락을 구하리라. 맛있는 도시락은 구하기 힘들다. 그러니 일찍 편의점에 가거나 각 편의점마다 도시락이 들어오는 시간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둘, 편의점 도시락은 전자레인지의 마사지가 핵심이다. 그냥 먹었다가는 낭패다. 일단 권장 조리 시간을 지켜보고, 그 다음 자신의 노하우를 개발한다. 셋, 편의점마다 도시락을 사면 음료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기 마련이다. 잘 체크해서 덤으로 챙겨 먹는 것도 잊지 말자. 넷,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김이나 계란 등이 필요하다.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국물을 파는 경우가 있으니 잘 알아보자. 다섯, 도시락의 묘미는 역시 뺏어먹기다. 혼자는 너무 외로운 법이다. 꼭 도시락 메이트를 만들어서 같이 먹는 재미를 만끽해 보자.



편의점에서 도시락 100만원 치는 사 먹었다는 '도시락 달인'의 조언에 따라, 6찬 도시락에 주목했다. 역시 소문대로였다. 6,000원 주고 밥 먹으러 가도, 반찬이 변변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6찬'이라니! 이미 그 존재감으로 반은 먹고들어 간다. 전반적으로 부담 없는 반찬에 적당한 비율을 유지했다. 색깔 진한 아비너비의 유혹은 나쁘지 않다. 도시락 만화의 결정판 <에키벤>를 보면 알겠지만, 가장 흔한 반찬이면서도 미각을 돋구는 최고 선택은 항상 계란말이다. 계란 참 담백하고 맛있다. 비엔나 소시지도 '안전빵'의 메뉴로 적합하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소시지처럼 예쁘게 문어 모양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슬쩍 든다. 쌀만 좀 업그레이드 되면 업계 최강자가 분명하다.

이러면 어떨까?
'반짝 반짝 빛나는' 새 도시락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완벽은 없듯 옥의 티가 있다. 오징어 채는 정말 아니었다. 먹어도 "이게 뭐지?" 헷갈릴 정도다. 그렇다면 다른 마른 반찬으로 바꾸면 어떨까?



일단 크기와 양으로 승부한다. 급식 떡갈비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그 사이즈에 압도되어 구입했다가는 낭패다. 먹어보니 L 패스트푸드의 버거에 들어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일단 소스에 첨가물이 범벅된 느낌을 주신다. 떡갈비나 밥의 양도 참 많다. 여성용은 아닌 것 같다. 여성의 구매를 자극하는 독특한 요소가 부족하다. 이 도시락의 포인트는 떡갈비 옆에 3개가 들어있는 헤시브라운 포테이토다. 그런데 맛은 정말 꽝이다. 느끼함의 결정체! 촉촉한 맛도 없고 씹기도 전에 부서져버린다. 사실 어떤 도시락을 먹어 봐도 맛있는 헤시브라운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넣는 거지?

이러면 어떨까? 성분 분석해보니, 펍스 감자에 산성피로인산나트륨이 들어있다고 써 있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이름만 들어도 급격하게 '피로'해진다. 자연색 보존을 위한 첨가제다. 맥도날드를 비판했던 책 <먹지마, 똥이야!>에서 언급했던 품질계량제다. 해피밀 세트는 피규어라도 주지! 넌 왜 그러니? 부디 빼면 어떨까?



이수근을 '맛잡이(얼굴마담)'로 내세운 도시락이다. 잠깐, 그가 "맜있게 드소"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었던가? 와! 밥맛이 정말 놀랍다. 농협이 보증하는 최고의 쌀, 고시히카리 쌀이란다. 일본에서 재배된다는 그 쌀 말이다. 떡갈비 4개 조각이 들어있지만 햄의 질은 다소 의심스럽다. 오히려 김치볶음이 더 맛갈스럽다. 한마디로 쌀에 올인한 도시락이라 할 수 있다. 이거 만든 분이 '식객'을 좀 본 모양이다. 제대로 된 쌀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진정 햇반을 부끄럽게 만드는 맛이다. 앞으로 쌀 맛은 이수근한테 물어봐야 겠다.

이러면 어떨까? 쌀 맛은 독보적이다. 밥이 이렇게 맛있다면 뭐 하러 각종 메뉴를 개발하나? 갓 구운 김과 스팸을 올려놓고 그냥 먹으면 게임 끝이다. 스팸과 제휴하면 어떨까? 어슬픈 떡갈비보다는 역시 햄이지!




중국요리 애호가라면 편의점 도시락으로 고추잡채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의 거리는 크기 마련이다. 요리왕 비룡의 평범한 '마파 두부'가 온갖 일품요리를 박살내듯이, 이 소박한 고추잡채덮밥이 회사 생활로 인해 좀비가 된 이들의 미각을 다시 살려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비주얼도 맛도 그저 그렇다. 전자레인지에서 사우나 받고 나오기 전에는 웬만하면 보지 마시라. 고기맛도 별로 흥이 안난다. "고기가 들어있는데 이렇게 안 기쁜 것은 처음"이라는 안타까운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단무지가 하품이다.

이러면 어떨까? 젓가락 무브먼트도 필요없다. 바로 두 눈으로 체크 가능하다. 피망 3조각이다. 물론 야채값 비싼 거 안다. 덮밥, 너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하지만 소비자라면 피망이 좀 많이 들어간 고추잡채 먹고 싶다. 그건 식욕 본능이자 고추잡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오라! 밥그릇이 솥이다. 플라스틱이지만 나름 뼈대있는 비빔밥처럼 보일려고 애 좀 썼다. 일단 기세는 전주비빔밥 못지 않다. 편의점 도시락도 '웰빙이 대세'라는 트렌드에 충실했다. 꼼꼼히 살펴봐도 화학첨가물이 안 보인다.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무, 건표버섯, 당근이 육나물(6개)의 포스 제대로 보여주신다. 비주얼도 나쁘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먹어보니 야채 맛도 쏠쏠하다. 고추장 소스가 좀 아쉬움을 남기지만 참기름 맛은 꽤 좋다. 역시 비빔밥은 뭘 해도 중간은 간다고 하더니, 빈 말이 아니었다! 여자들이 먹기엔 양도 적당하다. 심지어 편의점 음식치곤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궁극의 찬사를 받아냈다.

이러면 어떨까? 가격도 참 착하다. 일단 먹어보면 회사 주변 식당의 비빔밥에 회의가 간다. 그러나 명품이 되기엔 화룡정점이 없다. 실컷 비빈 후에 '계란 후라이'만 올려놓으면 "세상이 내 꺼야"라고 외칠 수 있을 텐데. 



도시락 반찬으로 핫후라이드 순살 치킨과 돼지고기로 만든 너비아니를 내놓는다? 상상만 해도 최고다.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이런 도시락을 싸주었다면 내신 1등급도 문제 없었을 거다. 이야 말로 꿈의 도시락이다. 하지만 껍질 벗기고 뚜껑 열어보니, 약간 의심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재빨리 젓가락 내공 발휘해보니 전반적으로 모든 음식이 달다. 맞다. 이건 호환, 마마도 두려워한다는 '초등 도시락'이다. 양은 부족한 것은 아니나 계속 달달하다 보니, 다 먹고 나면 부담스럽다. 센스 있게 검은 깨 부린 밥은 나쁘지 않다.

이러면 어떨까?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닭고기 밑에 스파게티가 있다. 근데 이건 무늬만 스파게티다. '스파게티면 여자들이 무조건 좋아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요식업계도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 맛 없는 걸 넣으려면 차라리 상추 한 장으로 쿨하게 장식을 하는 게 낫다. 정말 양질의 스파게티를 제공하겠다면 포장이 필수다.


Credit

  • WORDS 전종혁 기자
  • PHOTO 전종혁
  • DESIGN 최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