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33년, KBS 1TV '아침마당' 18년 진행, 약 23400명과의 인터뷰 경험... '레전드 방송인' 이금희의 커리어입니다. 어쩌면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귀를 지녔을지도 모릅니다.
자기 PR 전문가이기도 한 이금희는 18일 SBS '집사부일체'에서 출연진에게 상황별 '말 잘하는 법'을 전수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는 바라봄으로써 서로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말하기'에서 교감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이어 출연진의 모의 면접 시간이 됐습니다. 면접관으로 나선 이금희는 먼저 이승기와 양세형의 면접을 보고 난 후 "둘 다 뽑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자기소개를 주문하자 처음부터 회사에 대한 막연한 애정을 언급했던 이승기는 '자신만의 이야기' 부족을 지적받았습니다. 이승기의 자기소개에는 그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거죠.
"회사에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양세형은 '전문성을 뽐내려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이금희는 말했습니다. 면접관은 해당 회사에서 20~30년간 일해온 전문가인데, 지원자가 전문성을 뽐낼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어진 김동현과 유수빈 차례. 김동현은 자기소개에서 말문이 턱 막히자 갑자기 영어 공부를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때 훅 들어온 이금희의 영어 질문. 김동현은 영어 단어로 문장들을 연결해 보다가 포기했죠. 반면 유수빈은 나름 조리있는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금희의 선택은 김동현이었습니다. 면접이 끝나려는 순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자신의 UFC 경험담을 풀어놓았기 때문이었는데요.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자기 이야기, 실제 사례의 중요성을 보여 준 자기소개였다네요. 더불어 면접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선 면접관은 나를 떨어뜨리려는 게 아니라 나를 붙이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나에게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어른이라서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돈 이야기를 힘들어 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떨리는 순간은 연봉협상이겠죠. 양세형이 예능 본부장 역할을 맡고, 이승기-김동현-유수빈이 출연료 인상을 요구하는 연기자로 연봉협상 상황극을 펼쳤습니다. 100회 이상 진행하며 프로그램을 안정시킨 점, 물가 상승률 인상, 4년간 연봉이 동결된 상황 등 다양한 카드를 제시한 연기자 팀이었지만, 양세형의 강경함에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켜보던 이금희는 이승기가 '프로그램 안정화' 등 성과와 공적을 제시한 건 좋았지만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세형이)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했을 때 동 시간대 타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어야 했다"는 거죠.
이금희는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말을 해야 할 때는 최선, 차선, 차악, 최악의 4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해 가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날 양세형이 '연봉을 올리느니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최악의 응대를 했는데,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연기자 팀이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순발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면, 중요한 자리에 앞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가는 것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