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포토그래퍼 하 이선 포켓이 달린 가죽 재킷과 터틀넥 니트 톱, 부츠가 달린 스웨이드 팬츠, 벨트는 가격 미정,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직업상 주로 찍히는 경험을 하지만 반대로 내가 찍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창작의 재미를 실감하게 됐고, 보다 수평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깨달아 가는 과정 속에서 발간한 사진집은 나 자신의 허점을 인정하며 모든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더욱 들여다보도록 만들어줬다. 명암에서 암은 제거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존재 이유를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됐으니까. 사진집을 발간 한 후에도 다양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복기하며 내 안의 수평적인 시선은 더욱 견고해졌다. 실로 굉장하고 값진 변화다.
사진을 모아보면 미의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스스로 햇빛을 받는 게 불편해서 어두운 사진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분명한 건 정형화된 미에 힘을 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보다 피사체 너머의 무언가를 느끼려 하고, 자명하게 아름답더라도 인위적인 느낌은 지양한다.
내 모습이다. 우리 모두 번듯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 않나. 해방을 맛보고 싶어 파란 머리로 염색하고 파리로 떠났다. 사진집을 발간한 후라 나에게 휴가를 줄 때였다. 친구에게 촬영 가이드를 준 후 내 모습을 촬영했다. 얼굴이 드러나면 감정이 읽히지만 머리카락 뒤로 표정이 숨어 있어 담담해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든다.
찍는 과정에서 자유롭고 계산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프레임에 담고 싶다.
디자이너 제이든 초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카이브 룩북도 제작해 볼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교류하면서 서로에게 자양분이 될 이야기도 나눈다. 모델로서, 크루로서 영감이 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누구나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지 않나. 그런 면면을 오가며 탐구하는 재미가 매력적이다.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재미는 같지만 카메라 앞과 뒤라는 포지션과 경험에 따른 숙련도의 차이.
전시와 액자. 물리적 공간에서 보다 가까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아마추어농구대회 출전을 위해 오늘도 코트장으로 향하는 농구인 컬러 블록이 돋보이는 트랙 재킷은 13만9천원, 스니커즈는 13만9천원, 농구공은 가격 미정, 모두 Nike. 이너 웨어로 입은 톱과 지퍼 디테일의 팬츠는 가격 미정, 모두 Louis Vuitton.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커서 선생님의 제안으로 농구 코트를 밟았다. 하지만 탁구국가대표 상비군인 아버지의 반대로 시합 한 번 나가지 못한 채 무산됐다. 그 후에 싱가포르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넷볼을 접하게 됐고, 학교 대회에 나가 상도 탈 만큼 꽤 열심히 했다. 구기 종목에 관심이 많아 배구나 농구 시합을 자주 챙겨 봤는데, 이제는 팬심을 넘어 몸으로 부딪혀 보고 싶었다. 사실 모델 일이 흥미롭지만 불안정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열렬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쏟아내는 농구가 나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농구인으로서 매주 개인 레슨과 농구 연습을 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내년 여름에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좀 더 꿈을 크게 가진다면 우승까지 기대한다. 자신감 넘치는 얘기지만 주변에서도 그렇고 나 자신도 그렇고, 하면 할수록 농구에 소질이 있다고 느낀다. 센스 있는 패스나 완벽한 수비를 소화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정신적으로든 체력적으로든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한 건 분명하다. 승부욕이 커서 코트를 뛰어다니는 동안 운동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그리고 현재 헬스도 열심이다. 키는 커도 몸싸움을 하기에는 힘이 좋지 않아 나를 더욱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파워포인트 자격증을 취득했고, 엑셀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프랑스어와 영어도 공부하고 있다. 배움에 집중하는 이유는
본캐는 모델이지만 나를 제한하지 않고 개인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방면으로 배울수록 도전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테니까. 바쁘게 살고 싶다는 신념도 뚜렷하고. 그리고 모델 이지가 아닌, 이지혜로서 로레알 인턴에 지원해 보고 싶다는 꿈도 있다. 파리패션위크 무대에 섰을 때 로레알이 협찬 브랜드로 합류한 적 있었는데 패션과 뷰티의 시너지가 흥미로웠다. 그때 내가 보고 느낀 경험을 로레알에서 펼쳐보고자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공부도 시작했다.
지난겨울에 연탄 나눔 봉사와 6·25 참전 용사들의 사진 촬영 보조를 하면서 봉사의 즐거움과 필요성을 발견했다. 이제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재능 기부는 아낌없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