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영화는 자주 뻔합니다. 모든 히어로들은 딜레마를 겪고, 기필코 악당을 무찌르고, 히어로로 다시금 거듭납니다. 그런데 히어로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는 순간, 익숙한 장르 영화에도 새로운 구석이 생깁니다. 불끈거리는 두 팔로 악당을 척척 무찌르는 여성 히어로의 모습은 여성 관객에게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쾌감을 선사합니다. 강인한 여성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블랙 위도우〉가 돌아왔습니다.
영화 〈블랙 위도우〉 속 여성 히어로. 블랙 위도우와 캡틴 마블.
〈블랙 위도우〉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아이언맨 2〉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성적으로 그려졌다고 말합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이언맨 2〉를 촬영할 때는 정말 즐거웠지만, 블랙 위도우가 마치 물건이나 소유물처럼 그려진 건 사실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내 캐릭터를 성적인 존재로 대하며, ‘난 그걸 원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히어로 물의 ‘근본’이라 불리는 마블에서조차 섹시한 의상을 입은 여성 히어로가 남성 히어로의 병풍처럼 등장하니깐요. 이따금 여성 히어로가 외적으로 얼마나 섹시한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무례함이 영화에 유머 요소로 배치되어 있기도 하죠. 이에 스칼렛 요한슨은 “당시엔 그런 표현이 칭찬이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변화의 흐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놀랍고 멋진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스칼렛 요한슨이 직접 제작자로도 참여했는데요. 그는 “마블과 새로운 자리에서 협업할 수 있었다. 내가 제작자로 참여하면서 모든 것이 투명해졌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관점으로 본 블랙 위도우가 어떤 히어로로 등장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