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네텃밭’을 가꾸며 수확의 기쁨을 씨 뿌리는 농부 오프숄더 톱과 저지 벨벳 팬츠는 가격 미정, 모두 Chanel.
삶에서 저마다 다른 형태로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나는 농사가 그랬다. 누구나 현재의 자신을 다독이며 칭찬하지만,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의구심을 품을 때가 있지 않나. 나 역시 그랬고, 행복을 향한 생각의 여정에서 자연에 머무는 게 안정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무안으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세라네텃밭’을 구상하고 양파즙을 만들었다.
에너지를 채워가는 근원지가 달라졌을 뿐이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일상을 보낼 때는 안식처가 부모님이 계시는 무안이었다면, 이제는 무안에서 살다 보니 반대로 서울에 왔을 때 활기찬 에너지를 얻는다.
모델 박세라는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나를 강렬하게 표현한다면, 무안의 농부 박세라는 놀랄 만큼 차분하게 농사를 짓는다.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리고 모델이라는 직업은 모든 스태프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일이지만, 농사를 짓는다는 건 반대로 누군가의 밥상이나 건강을 위해 내가 성실하게 몸을 굽혀 일하는 수작업이다.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기고 제초 작업을 거쳐 수확에 이르기까지 이 아름다운 과정은 내가 먼저 노력해야만 비로소 전달될 수 있다. 그리고 수확한 작물을 나눠 먹을 때의 성취감이란! 풍요로운 감사는 농사를 지어봐야 느낄 수 있다.
1등급 자색 양파가 아니면 제조공장으로 갈 수 없다.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맛으로 보답하고 싶다.
모델이 본캐였는데 이제는 모델이 부캐가 돼버렸다. 무안으로 내려오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농부로 살아갈 거야. 그리고 모델로서는 나를 멋지게 관리해서 60세까지 도전할 거야’라고. 본캐가 부캐가 되고 부캐가 본캐가 된 지금, 내가 사랑하는 두 일을 각자의 자리에서 잘해내고 싶다.
제주도에 작은 세라네텃밭 작업소를 만들고 싶다. 한 켠은 사랑하는 사람의 작업 공간, 다른 한 켠은 내 공간으로. 아, 그리고 퍼플 라인을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몇 해에 걸쳐 천천히 텃밭을 가꾸려 한다. 세라네텃밭의 시작은 부모님이 농사지은 자색 양파였지만 다음은 내가 처음부터 손수 농사지은 비트가 될 것이다.
민화를 그리며 두 번째 전시를 준비 중인 아티스트 빅 플라워 네크리스는 가격 미정,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시작은 입시미술 때문이었다. 그러다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입시 후 더욱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민화를 시도했을 때는 스탠실을 응용해서 색칠 공부하듯 작업했다. 그림을 복사하듯 그리지만 붓 터치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탄생한다는 게 흥미로웠고, 계속 빠져들어 본격적으로 민화를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0월에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전시를 여는데, 그때도 민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섬세함보다는 강렬하고 분명한 에너지가 담긴 민화를 상상하고 있다. 긴장도 되지만 그만큼 잘해내고 싶다. 사치 갤러리라니! 기념비적인 기회라 생각한다.
잠실 롯데월드몰 P/O/S/T에서 6월 23일부터 7월 25일까지 열리는 〈KOREAN EYE 2020 특별전: Creativity and Daydream〉 전시에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진행한 ‘스타트 아트 페어’ 프로젝트의 연장선이자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자리로, 여기에 내 두 작품이 걸릴 예정이다.
진취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을 캔버스 위에 표현했다. 언뜻 보면 사람을 가두는 속박과 구속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체를 감싸고 있는 문어 다리 같은 형태가 부드러운 곡선이라 되레 자유롭고, 강렬한 색채가 자신감 넘치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문어 다리를 형상화한 그림 위에는 레진을 덧칠해 액체가 흐르는 것처럼 의도했는데, 빛을 받아 반짝이는 자태가 강인하면서도 부드럽다.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길 원하는가
현재의 나는 그림을 그리며 나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오히려 알고 싶다. 내 그림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말이다. 감정과 단어, 이미지 등 어떤 것도 좋으니 알려주면 좋겠다.
내가 구상해서 그린 민화인데 좋아하는 꽃으로 가득 채웠다. 어떻게 보면 나를 대변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모델은 꾸밈이 많은 직업이다. 달 항아리가 나라면, 그 위에 꽂힌 알록달록한 꽃들은 내가 모델로서 활짝 필 수 있도록 장식해 주는 요소들이다.
해낼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 지금 이 인터뷰 화보를 찍는 것도 그림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니까.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행복하고 편안하다.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느껴질 만큼. 그리고 부유하는 내 상상력을 캔버스 위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원하는 대로 붓을 들고 그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