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튜브 영상 촬영을 위해 ‘산수경석’ 모형을 직접 가져와줬어요. ‘〈기생충〉 돌’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현장에 모형이 딱 세 개 있었어요. 무게는 조금씩 달랐고요. 촬영이 끝난 후 탐내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래도 기우(최우식) 줘야지’라는 분위기 속에서 운 좋게 가져올 수 있었죠. 언제까지 〈기생충〉 이야기할 거냐는 말도 듣지만 제 배우 인생 내내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 돌처럼 묵직하게.
루이 비통 멘즈 컬렉션 F/W 룩을 이렇게 빨리 입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루이 비통이라는 하우스 자체가 주는 ‘플렉싱’도 있고요.
아주 잘 어울렸어요. 실제로 보니 180cm 키가 실감 나네요
스트라이프 셔츠와 모노그램 패턴의 그린 컬러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어깨를 강조한 핀스트라이프 수트와 화이트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블랙 전기 바이크는 Super 73.
최우식도 플렉싱하는 게 있나요? 이것만큼은 꼭 좋은 것으로 산다거나,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알아본다거나
스타일에 관심 없는 건 아닌데 쇼핑을 진짜 안 하는 편이긴 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쿠팡에서 쓰레기 봉투나 주문하려나…. 아! 보드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그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사요. 어릴 때 장난감 선물을 받으면 상자 자체가 주는 무게나 형태감에 설레곤 했는데 보드게임 상자를 쥘 때 같은 느낌을 받아요. 상자를 열었을 때 아기자기하게 구성품들이 진열돼 있는 것도 너무 좋고요. 아무튼 보드게임에는 돈을 아낄 생각이 없습니다. 은근히 비싸요.
영화 〈경관의 피〉(가제)와 〈원더랜드〉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드라마 〈그해 우리는〉 크랭크인 소식도 들려요.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진짜, 좀, 많이 떨고 있는 상태예요. 어쩌다 보니 한동안 드라마 촬영장을 떠나 영화에 집중했는데 심지어 주연이라니. 최우식의 커리어 그래프를 그린다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어떤 걸 더 갖고 있는지, 다시 확인받아야 하는 단계라고 할까요.
〈그해 우리는〉은 영화 〈마녀〉에서 만났던 김다미 씨와 함께합니다
그 사실이 제법 의지가 됩니다. 예전에 만난 적 없는 상대방이면 더 긴장했을 것 같거든요. ‘꽁냥꽁냥’대는 로맨틱 코미디를 해본 적 없기에 더 떨리나 싶기도 해요.
대학생 때 헤어진 커플이 재회하는 현실적인 로맨스를 최우식이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도 돼요. 평소 ‘로코’는 좋아하나요
그럼요! 집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작품 위주로 보게 되는데 로맨틱 코미디도 보고 나면 행복해지는 장르잖아요. 남의 연애 구경하는 기분이 들고.
화이트 니트 톱은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패치 장식의 스타디움 재킷과 와이드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고양이와 비행기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 모노그램 패턴의 그린 컬러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모노그램 패턴의 셔츠와 와이드 데님 팬츠, 스니커즈, 가죽 볼 캡은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혼자 살죠?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를 볼까, 아니면 홈 시어터로 4K 블루레이를 보는 쪽일까 궁금했어요
식사할 때는 무조건 픽사 애니메이션을 틀어둬요. 애니메이션만큼 보면서 행복해지는 게 없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은 발성과 연기도 완벽하고요(웃음). 물론 〈코코〉같이 너무 슬픈 작품들도 있지만….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많을 거예요. 어느 시점부터 드라마나 영화를 작품으로 못 즐기고 직업적으로 보게 된달까. 그러다 보면 한 발자국 빠져나오고 싶어지죠.
애니메이터인 형 덕분에 어릴 때부터 컴퓨터로 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친숙하게 지켜봤어요. 〈토이 스토리〉도 1편을 지금 보면 예전엔 어떻게 이 작품에 몰입해서 봤지 싶을 정도로 지금과 기술 차이가 많이 나요. 물론 〈토이 스토리〉는 최고지만요. 정말 최고예요.
팬들이 느끼는 공백은 올해 방영했던 〈윤스테이〉가 많이 달래주지 않았나 싶어요.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역시나 낯선 기분일지
〈여름방학〉 촬영 전에 정유미 누나가 해준 말이 있어요. “일단 그냥 해. 그런데 나중에 방송을 보면 깜짝 놀랄 거야. 기억도 못했던 네 모습을 보게 될 거야”라고. 진짜 그대로였어요. 내가 저런 동작을 하고 저런 표정을 지었나, 신기하더군요. 〈여름방학〉이 누나와 방학을 보낸 것이라면, 〈윤스테이〉는 실제 근무하고 일을 마친 뒤 놀았다는 느낌이 커요.
노동에 동원됐다는 느낌이군요(웃음). 게스트하우스 ‘윤스테이’에는 국적, 인종, 직업, 연령대가 다른 손님들이 등장했죠. 한국에 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많이 등장했던 프로그램이 있었나 싶어요. 밴쿠버에서 살았던 경험이 손님을 맞을 때 도움이 됐나요
음식 알레르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는 확실히 있어요. 손님들의 종교를 비롯해 문화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을 챙기는 게 제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음식 알레르기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거든요.
올해 윤여정 선생님의 〈미나리〉가 〈기생충〉의 성과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 같아요
‘받을 분이 받았다’ 싶어요. 조금 쑥스러운 이야기인데 아카데미 멤버로서 투표권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미나리〉를 둘러싼 언론 반응을 보며 어느 정도 수상을 예측했어요. 또 윤여정 선생님은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받으신 거니까, 감독상과 작품상 등을 받았던 〈기생충〉과는 또 다른 기쁨과 놀람이 분명 있죠.
이 거대한 경험이 당신에게 남긴 흔적이 있나요. 혹은 인간적으로 더 넓고 깊게 만든 건 오히려 다른 일들일지
〈기생충〉에서 파생한 경험은 제게는 오히려 〈거인〉으로 청룡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을 때와 비슷하게 남은 것 같아요.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고 운도 좋다는 걸 되새길 수 있게 해줬죠. 올해로 데뷔 10년째인데, 일을 하면 할수록 제 성격이 배우에게 기대하는 어떤 특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런 면모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지가 되고 용기를 주는 일이 생기면 그 또한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더 크게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미국 영화제에 가서 상을 받다니, 확실히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에게 들려줘도 좋을 이야기이긴 하죠.
모노그램 패턴의 패딩 점퍼와 옐로 셔츠, 팬츠, 더비 슈즈, 버킷 햇은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레터링 프린트의 니트 톱과 블랙 팬츠, 로퍼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버튼다운 데님 재킷과 옐로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비행기 버튼으로 포인트를 준 재킷과 화이트 셔츠, 팬츠, 더비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최우식의 인간관계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어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게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일이 끝날 때까지 혼자 하는 게 거의 없어요. 나를 근사한 모습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편안하게 개인 시간을 보낼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옆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고 제가 흐트러질 때 쓴소리도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제게는 좋은 사람으로 남아요.
다른 사람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당신도 그런 말을 할 때가 있는지
정말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정말 어렵죠. 가까운 친구들의 칭찬은 실제 표현보다 훨씬 더 큰 칭찬이라는 건 알아요. 항상 서로 욕이나 하지(웃음).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나요. 당신에게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몇몇 사람이 떠오르는데요. 정말 둘이 만나서 이야기 듣고 싶은 사람은 〈거인〉의 김태용 감독님이에요. 작품 이후 연락도 간간이 드리고 감독님이 SNS에 제 이야기를 올리는 것도 봤는데 막상 전화하고 뵙자고 하는 건 어렵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은사님을 떠올리기만 하고 연락은 못 드리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둘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어떻게 지냈는지, 솔직히 내 작품들은 어떤지, 어떤 걸 더 잘했으면 좋겠는지….
이 인터뷰를 계기로 만나게 되면 좋겠네요. 한 릴레이 인터뷰에서 ‘가장 행복했던 촬영장’을 정유미 배우에게 묻던데 어때요. 촬영장에서 행복한 편인가요
욕심 있는 배우라면 모든 현장이 어느 정도 부담되고 힘들 거예요. 그래도 〈부산행〉은 즐길 수 있었던 촬영장 같아요. 일단 모든 출연진이 대사가 많지 않았고요(웃음). 촬영 시간도 칼같이 지켜졌거든요. 아침에 눈뜨면 열심히 소리 지르며 좀비로부터 도망치고, 저녁에는 함께 재미있게 놀았던 촬영장이에요.
〈경관의 피〉 원작 소설은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의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에 대해 3대에 걸쳐 이야기해요. 문득 ‘직업인’을 연기하는 최우식은 낯설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필모그래피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제가 가진 얼굴에 온도가 있다면 이런 온도의 얼굴은 아직 해보지 못한 것 같아요. 데뷔 초반에는 마냥 개구쟁이 같은 역할이 많았고, 〈거인〉 이후에는 아무래도 어둡고 불안한 학생 역을 많이 제안받았죠. 타고난 체형이 어떤 역을 맡을 때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저 자신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요. 가장 중요한 건 물론 관객의 판단이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른 온도를 오간다는 느낌이 커요. 〈거인〉 이후에도 〈호구의 사랑〉이나 〈썸남〉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고, 또 〈마녀〉나 〈사냥의 시간〉 같은 작품이 있고요
잘하는 것 하나를 계속해서 하며 독보적인 캐릭터로 남을 수도 있겠으나 새로운 최우식을 보여주는 것이 제 큰 목표 중 하나예요. 그러다 보니 의도적으로 역할을 가리지 않고 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어떤 역할을 하든 그 역할 안에서 최고의 모습을 끌어낼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죠.
그럼에도 ‘해맑은 부잣집 도련님 같다’와 ‘불안한 청년 같다’는 평 중에서 마음에 끌리는 표현을 하나 꼽는다면
어머니는 당연히 전자를 좋아하실 테고요(웃음). 제 성장 배경을 돌아봤을 때 두 가지 면이 다 어쩔 수 없이 있지 않나 싶어요. 캐나다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괜히 ‘유학파 교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또 그때그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쩔 수 없이 주눅들어 주변 눈치를 살피던 시간들이 있으니까요.
비행기 버튼이 돋보이는 재킷과 셔츠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모노그램 패턴의 셔츠와 와이드 데님 팬츠, 가죽 볼 캡은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타탄 체크 패턴의 맥시 코트와 팬츠, 더비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Men’s Collection.
과거의 내가 경험하고 축적한 것들이 지금의 일을 해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32세의 최우식은 어떤 것을 쌓아갈까요
어떻게 해서 30대의 나를 다양하게 그려갈 수 있을지는 이 일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숙제예요. 나이 들수록 만나는 사람이나 가는 곳은 나날이 한정되고 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하니까요. 소수와의 만남에서도 경험을 나누고, 가끔 떠나는 여행에서도 최대치를 음미하려 해요. 배우들의 주름에는 삶의 흔적이 묻어나온다고 하잖아요. 얼마 전 영화를 보는데 나는 그런 멋진 주름이 안 생기면 어쩌지? 불현듯 고민되더라고요.
저는 정말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이 일이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기 때문이죠. 철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많이 웃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그게 보인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생긴 주름도 예쁘다 하고요. 이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즐기고, 만약에 더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그때는 다른 기쁨을 주는 일을 계속 찾아 웃으며 살고 싶어요. 다행히 요즘은 차츰 카메라 앞에서 노는 법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10년 차가 된 스스로에게 거는 자기 최면일 수도 있지만.
세상의 여러 문제 중 단 하나를 해결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그 힘을 어디에 쓰고 싶나요
모든 질병이 없어지면 좋겠지만 그럼 또 인구가 폭증해서 자원이 고갈되는 문제가 생기겠죠? 지구온난화도 걱정이긴 한데 그건 너무 거대한 문제 같고. 솔직하게 진심을 말하면… 반려동물 수명이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초코가 이제 13세인데 보고 있으면 너무 힘들거든요. 초코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 어떡해. 눈물 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