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홍콩에서 만난 강수정. 지난해 리펄스 베이 라이프를 시작했다.
홍콩 남쪽, 교외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가 풍광을 감싸고 근사한 맨션들이 늘어선 리펄스 베이(Repulse Bay). 여름이 되면 태양 아래서 일광욕하거나 시원한 바다에 몸을 맡기는 여행자와 젊음으로 가득한 리펄스 베이는 홍콩 센트럴과는 180˚ 다른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센트럴역 A 출구로 나와 스탠리(Stanley) 행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등장하는 탁 트인 바다가 등장한다. 홍콩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거지인 동시에 가장 인기 높은 해수욕장이기도 한 리펄스 베이를 둘러싼 흥미로운 소문들. 예를 들어 장국영이 어디 레스토랑의 단골이었다거나 장만옥의 별장이 있다는 소문들은 대부분 사실이다. 과거 식민지 시대에는 최고급 호텔이었지만 현재는 맨션으로 탈바꿈한 ‘리펄스 베이 맨션’ 아래층에 자리한 ‘더 베란다(The Verandah)’는 우아한 브런치나 애프터눈 티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 유럽의 정원 스타일로 새롭게 꾸민 맨션의 분수를 중심으로 서점과 옷 가게, 소품 숍 등을 산책할 수도 있다. 결혼과 함께 홍콩 생활을 시작한 강수정의 가족은 지난해 이곳 리펄스 베이로 터전을 옮겼다.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을 바라보며 어떤 여름을 기대하고 있을지, 홍콩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강수정과 나눴다.
홍콩의 다양한 여름을 엿볼 수 있는 펭차우 섬의 전경.
이번 여름은 아들과 24시간 같이 보내야 할 것 같아요. 홍콩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도 거의 마쳤고, 확진자 수도 ‘0’에 가까워졌지만 예전처럼 서울에 있는 가족을 보러 가거나 여행을 다니기는 어려우니까요. 다행인 건 홍콩이 여름 바다를 즐기기 좋은 곳이라는 거죠. 지난해 리펄스 베이 지역으로 이사하며 카약이나 수영을 가르치는 등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많이 접하고 있어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개를 캘 수 있는 해변이 있다고 해서 고려 중이에요. 아이 친구들 가족과 해변에서 함께 놀 약속도 잡았고, 남편과 아들 저희 세 식구는 글램핑도 고려하고 있어요. 바쁜 여름이죠.
마침 인스타그램(@soojingi_kang)에 올린 카야킹 사진을 봤어요
아직 두 번밖에 다녀오지 않았지만 추천해요. 리펄스 베이에서 멀지 않은 스탠리에 카야킹을 가르치는 곳이 있거든요. 코치 한 분이 아이들 5~6명 정도 데리고 바다로 멀리 나가는데 보통 서너 시간 걸려요. 아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부모도 참여할 수 있지만 저는 그늘 아래서 지켜만 봤네요(웃음).
수영 후 허기를 달리기 좋은 레스토랑 ‘십 송’.
스탠리는 홍콩 사람들이 휴양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죠
홍콩에 놀러 오시면 스탠리에서 반나절 정도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해요. 특히 해양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스탠리 비치 바로 옆에 카약과 패들 보드를 빌릴 수 있는 업체를 이용해 보세요. 별도 예약도 필요하지 않고 1시간부터 장시간 대여까지 자유롭죠. 렌털 비용과 강습비가 따로 책정돼 있어요. 해변으로 가는 길에 스탠리 마켓을 구경하는 것도 좋죠. 200m 정도의 길을 따라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으니까요.
리펄스 베이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 지역을 탐방하는 재미도 쏠쏠하겠어요
빌딩 숲이 보이는 미드 레벨(Mid Level)에서 살다가 바다가 있는 곳으로 오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단골 가게도 생겼어요. 리펄스 베이의 ‘더 커피 아카데믹스(The Coffee Academics)’나 ‘%아라비카(%Arabica)’는 커피를 즐기기 좋죠. 태국 레스토랑 ‘십 송(Sip Song)’, 이탈리아 피자를 맛볼 수 있는 ‘아말피타나(Amalfitana)’도 좋아하고요. 스탠리 지역에서는 ‘비프 앤 리버티 버거(Beef & Liberty Burgers)’와 스탠리 플라자 안에 자리한 ‘클래시파이드(Classified)’도 곧잘 찾곤 해요. ‘스탠 카페(Stan Cafe′)’도 좋아하는 곳이에요.
좋아하는 레스토랑 ‘클래시파이드’에서 만난 강수정.
한국도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다시 한국 여행자들이 홍콩을 찾을 때 권하고 싶은 장소들이 있다면
홍콩의 장점은 도심도, 해변도 멀지 않다는 거죠. 센트럴에서 배로 30분이면 또 다른 느낌의 섬들이 등장하거든요. 라마 섬(Lamma Island)이나 디스커버리 베이(Discovery Bay)처럼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곳들 외에 다른 작은 섬 여행도 추천해요. 서핑으로 잘 알려진 빅 웨이브 베이(Big Wave Bay)나 섹오(Shek O) 같은 해변도 아름답고요. 리펄스 베이 입구에서 딥 웨이브 베이(Deep Wave Bay)까지 걸어가는 ‘시뷰 프롬나드(Seaview Promenade)’라는 명칭의 코스를 걷는 것도 좋아해요. 평지인데다 30분 정도로 짧은 코스니까요. 스탠리 비치 뒤편의 하이킹 코스도 좋다고 들었어요.
강수정이 즐겨 찾는 산책로 '시뷰 프롬나드'의 정경이 평화롭다.
세련된 가게들이 즐비한 쇼핑몰 ‘더 펄스’의 내부.
여름과 잘 어울리는 여행법이네요. 좋아하는 섬 투어 코스가 있다면요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라마 섬을 비롯해 청차우(Cheung Chau)와 펭차우(Peng Chau)에 다녀왔어요. 당일치기로 섬에 있는 지역 해산물 식당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풍경을 즐긴 후 돌아오는 거죠. 타이오(Tai O) 섬은 아직 못 가봤는데, 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조금 선선해지면 가보려고요.
리펄스 베이의 여름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기다 .
미식 여행 책을 펴낼 정도로 미식가로 알려져 있어요. 최근에는 어떤 음식들을 즐기고 있는지
최근 제가 ‘꽂힌’ 곳은 완차이(Wan Chai)의 국수 골목들이에요. 베트남 쌀국수부터 태국의 각종 국수 요리, 싱가포르의 면 요리인 락사와 대만 식당 등등 다 모여 있어요. 십 스트리트(Ship Street)부터 랜데일(Landale), 스와토(Swatow), 타이 웡 스트리트 이스트(Tai Wong Street East) 등 맛집 거리를 남편이랑 도장 격파하듯 하나하나 찾아다니고 있죠. 2008년부터 곧잘 찾는 골든 리프(Golden Leaf)는 ‘최애’ 식당 중 하나로 칠리새우, 가지요리, 닭과 돼지 요리 모두 맛있어요. 아들은 혼자 샤오룽바오를 9개나 먹더라고요(웃음).
길을 지나다가 맛있어 보이거나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는 음식점이 있으면 검색해 보고 사진과 평가를 보면 거의 정확해요. 홍콩 여행을 계획 중인 미식가라면 제 인스타그램을 팔로하셔도 좋을 거예요(웃음). 홍콩에 사는 한국인끼리 정보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편이라 서로 발견한 맛집을 거의 업로드하거든요. 요즘은 아이와 갖가지 액티비티를 즐기느라 피곤해서 넷플릭스나 한국 예능 프로그램도 거의 못 보고 밤 9시면 함께 잠들지만요!
도전, 차찬텡! 가볍게 식사하는 홍콩의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차찬텡. 현지 사람들은 즐겨 먹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마카로니보다 보로바우와 프렌치토스트, 밀크 티 그리고 홍콩식으로 커피와 밀크 티를 섞은 ‘인양’을 추천한다.
홍콩의 해변 만끽하기 홍콩 하면 도심 빌딩 숲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본섬 주변의 작은 섬과 해변도 그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리펄스 베이나 스탠리 비치처럼 잘 알려진 곳 외에 빅 웨이브 베이, 섹오도 바다를 만끽하기 좋은 장소. 센트럴에서 배를 타면 금세 도달하는 청차우와 펭차우 같은 섬 여행도 당일치기 코스로 권할 만하다.
‘핫플’을 즐겨라 이미 한국 여행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센트럴 소호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독보적이다. 홍콩의 옛 관공서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새로운 명소 ‘타이퀀(Tai Kwun)’도 즐겨 찾는다. 침사추이에 자리한 쇼핑몰 K11 뮤제아(K11 Musea)’는 베이커리를 비롯해 한국 식당이 많아 종종 찾는 곳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