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생명력이 뿌리 깊게 박힌 하와이 빅 아일랜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완벽을 휴식을 위한 여행에서 드넓은 풍경이 주는 에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수천 년에 걸처 굳어진 검은 용암석와 적도의 생명력이 뿌리 깊게 박힌 하와이 빅 아일랜드. 넓은 자연만큼이나 순수한 친절을 베풀던 사람들과 함께한 4일간의 기적. |

1 화산국립공원과 인접한 해안 절경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2 길가에 늘어선 비비드한 조형물의 정체는? 무료 주간지가 비친된 컬러 박스다.3 빅 아일랜드에서도 카누, 제트스키, 승마 등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대자연“빅 아일랜드에 도착하면 화산국립공원엔 꼭 가요. 살아 있는 화산이라니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보겠어요?” 김선아, 김정은의 무비 스틸 프로젝트 를 준비하면서 후배가 한 이야기는 여행 계획보단 어떤 절규에 가까웠다. 헌팅과 촬영까지 나흘 간의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화산은 좀처럼 볼 기회가 없는 것이었기에 조바심이 났던 거다. 우리가 묵기로 한 코할라 코스트(Kohala Coast)의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Fairmont Orchid Hawaii)에서 화산국립공원(Volcanoes National Park)까지는 왕복 6시간 거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가능한 일정이었지만 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야간 트레킹을 감행하겠다는 그녀의 바람을 들으면서 ‘그래, 한번 떠나볼까?’ 하는 여행의 설렘이 생겨났다. 서울에서 하와이의 본섬 오아후(Oahu)까지는 약 7시간, 하지만 빅 아일랜드(Big Island)까지는 40분의 비행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입국 수속과 보딩을 합쳐 실제 체류 시간은 약 2시간 반 정도). 대한항공 직항을 타고 오아후에 도착한 후 주내선인 하와이안 에어라인을 이용해 빅 아일랜드의 코나공항(Kona Airport)에 도착했다. 마치 시골의 아담한 터미널을 연상시켰던 코나공항은 대부분의 시스템이 아날로그라 왠지 고향 냄새가 나는 듯했다. 미리 예약해둔 잭스 하와이(Jack’s Hawaii)의 공항 픽업 차량에 올라 촬영에 필요한 컨버터블을 빌리기 위해 렌털 업체인 허츠(Herz)로 향했다(공항 입구에는 여러 곳의 렌탈 업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하고 있으므로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잠시 후 섹시한 레드 컬러를 입은 2009년식 머스탱 컨버터블에 올라 마우나 라니 리조트(Mauna Lani Resort) 단지로 출발. 약 30분간 스쳐 지난 풍경은 이번 여행, 아니 그동안의 하와이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잔뜩 몸을 움츠린 앙상한 가지라도 화려한 꽃봉오리 서너 개는 피어 있었고, 수세기에 걸쳐 흐른 용암의 흔적들이 메마른 풀과 뒤섞여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성적이었다. 용암석 위에 하얀 돌로 이름을 쓰면 행복해진다는 설이 있다는데 커플들이 써놓은 듯한 하트 모양이 유독 눈에 띄었다. 문득 이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두 여인이 누비던 풍경이 떠올랐다. 소설가 폴 오스터가 얘기했던 ‘우리가 스크린에서 우리 자신과 마주쳤던 그 이상한 순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던 거다. 1 해발 2800m에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천체 관측 명소, 마우나케아.2 코나 카일루아 베이에서 파도를 즐기는 꼬마 서퍼들.3 마치 위엄 넘치는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의 외관.4 오후가 되면 바다거북이가 출몰하는 리조트의 전용 해변은 ‘녹색 거북이 해변’으로 불린다.5 열대의 낙원을 연상시키는 드넓은 수영장.코나에서 와이메아까지, 로케이션 헌팅 여행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국 화산국립공원까진 가지 못했다. 제주도의 8배나 되는 섬을 바람만으로 활보하기엔 일정이 만만치 않았던 거다. 퀴퀴한 유황 냄새를 맡으며 습식 사우나 연기처럼 피어 오르는 활화산을 눈앞에서 보고 싶었지만 언제일지 모를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했다. 섬 최남단에 있는 사우스 포인트(South Point)와 블랙 샌드 비치(Black Sand Beach) 도 마찬가지. 대신 로케이션 헌팅을 위해 와이메아의 파커 목장(808-886-7655, www.parkerranch.com)으로 향했다. 190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마우나케아의 구불구불한 산길이 끝날 때쯤 느닷없이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바로 ‘하와이의 스위스’라 불리는 파커 목장이다. 1세기 전, 존 파커라는 농부가 개척한 목장은 어디가 끝인지 모를 만큼 넓었는데, 오아후 섬의 3분의 2 크기나 된다고 한다.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대저택 ‘마나 하우스(Mana House)’, 역대 목장주가 살았던 ‘파커 랜치 히스토릭 홈(Paker Ranch Historic Home)’과 목장 쇼핑센터를 둘러보니 어느덧 마음이 느긋해졌다. 넓은 대지가 전하는 치유의 힘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화보 첫 신을 위해 주유소를 섭외해야 했던 터라 190번 도로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카무엘라(Kamuela P.O)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동네에 50년된 주유소 ‘와이메아 컨트리 스토어(Waimea Country Store)’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향했는데 놀랍게도 주인은 한국인 부부였다. 뉴욕, LA 등지에서 사업을 하다 2년 전 이곳을 인수한 부부는 자연을 닮아 후덕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마음씀씀이 역시 넉넉했는데, 다음날 오후 내내 매장을 어지럽혔던 촬영팀을 오히려 격려해준 그들. 이날 먹었던 도시락은 아직도 그 맛이 생생하다. 언뜻 보기엔 저렴한 치킨 도시락이었지만 따뜻하게 데우고 주인 부부가 내온 시원한 김치를 곁들이니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하와이 마트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은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촬영 틈틈이 허기를 달랬던 ‘무수비 초밥’과 아보카도, 장어, 날치알 등을 넣은 롤 메뉴, 신선한 양상추와 루콜라 등을 곁들인 샐러드, 당도 높은 과일 샐러드까지 포장도 잘돼 있고 한 입 크기로 커팅돼 먹기도 편했다. 코나 타운에 있는 부바 검프(808-331-8442, www.bubbagump.com), 코나 인 레스토랑(080-329-4455, www.konainnrestaurant.com)의 메뉴도 훌륭했지만 차로 달려 섬 일주를 계획한 여행자들에게 마트는 아주 유용한 장소다. 장을 볼 땐 롱 보드(Long board)나 빅 웨이브(Big Wave) 같이 알싸한 하와이산 맥주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와이메아 지역은 고산 지역이라 날씨가 자주 변한다. 푸른 하늘이 언뜻 비치는 얇은 비구름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와 분무기에서 뿜어내는 것 같은 비를 뿌리는데 그렇다고 여행을 접을 필요는 없다. 빅 아일랜드는 과학자들이 분류한 13개의 기후 중 무려 11개의 기후가 나타나는 기이한 섬이니 오히려 그 날씨를 즐기면 된다. 여우비가 내리던 오후, 아담한 주택가를 지나 이미올라 교회(Imiola Church)로 향했다. 하얀 벽과 탑이 인상적인 이 교회는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곳인데 개인적으론 수국이 만발한 바로 옆의 케 올라 마우 로아 교회(Ke Ola Mau Loa Church)가 더 끌렸다. 예배당 앞은 소박한 과일 가게가 자리하고 있었다. 필리핀 출신의 소탈한 주인은 문을 닫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촬영 팀을 위해 오픈 시간을 연장해줬다. 이날 저녁 들른 부바 검프 레스토랑 역시 바쁜 저녁 시간, 촬영을 위해 홀 한 켠을 모두 비워줬으니 이래저래 친절한 사람들을 만난 행복한 여정이었다. 섬 여행에서 해변의 한때를 빼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늘씬한 야자수들이 로맨틱하게 들어선 와이메아의 아나에호말루 베이(Anaeho’omalu Bay)는 특별한 해변이었다. 한 켠에는 바다 속까지 가지를 뻗어낸 고목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엔딩 신을 촬영하기에 딱이었다. 촬영뿐 아니라 연인이나 친구들이 그들만의 역사를 쌓기에 그만인 장소. 이 외에도 100% 코나 커피를 맛보기 위해 방문한 하와이 커피 컴퍼니(Hawaii Coffee Company, 808-328-2511), DFS 갤러리아를 비롯 특산품 매장이 즐비한 킹스 숍(King’s Shops) 등에서 잠시 쇼핑의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빅 아일랜드를 여행하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하얀 산’이라는 의미를 가진 마우나케아(Mauna Kea)에서 밤하늘에 떠 있는 별도 보고 싶고 화이트 뱅골 타이거가 산다는 파나에와 열대 동물원(Pana’ewa Rainforest Zoo), 왕족들이 잠드는 와이피오 계곡(Waipi’o Valley)도 둘러보고 싶다. 그때는 헬리콥터로 섬 풍경을 즐겨야지, 하는 바람도 가지면서! Check ListWellbeing Hawaii 하와이 여행을 준비한다면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는 게 가격이나 여행의 질 면에서 우수하다. 웰빙 하와이는 하와이 여행사 중에서도 실용적인 가격으로 항공권과 다양한 테마 여행을 추천한다. 현지 렌터카 예약 업무도 대행하니 여행 전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이다. tel 722-7070 web www.well beinghawaii.comJack’s Hawaii 빅 아일랜드에서 공항 픽업이나 드롭 오프 서비스, 섬 일주를 위한 차량을 대여하고 싶을 땐 잭스 하와이를 이용하면 된다. 커플을 위한 럭셔리 리무진부터 단체를 위한 미니버스까지 다양한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정보에 익숙한 드라이버가 안내하는 여행은 생각 이상으로 드라마틱하다. 예약은 필수. tel 808 - 969 - 9570 web www.Jackshawaii.comBubba Gump 하와이에서 새우 요리가 먹고 싶은 날엔 부바 검프를 찾으면 된다. 에서 모티프를 딴 이곳은 영화 속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다양한 조리법으로 완성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코나 점은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 석양이 지는 저녁 시간에 이용하면 로맨틱한 디너를 즐길 수 있을 듯. 탁구채 모양의 메뉴판에서 음료는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tel 808 - 331- 8442 web www.bubbagump.com 휴식의 완성, Fairmont Orchid Hawaii대자연의 요소요소를 고스란히 재현해 또 하나의 천국을 만들어 놓은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번 여행에서 휴식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을까. 보디가드처럼 뒷짐진 야자수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수영장에서 첨벙거리지 못했다면, 긴장으로 똘똘 뭉쳐진 근육을 풀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다와 마주 보고 있는 수영장에서 놀다 지칠 때면 인공폭포 옆에 있는 마사지용 오두막 ‘할레(Hale)’에서 최상의 휴식을 경험할 수도 있고, 오후가 되면 호텔 주변 해안으로 휴식을 취하러 나오는 초록색 바다거북이를 보며 자연을 체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거북이들 덕분에 페어몬트 오키드 리조트의 전용 해변은 ‘녹색 거북이 해안(Green Sea Turtle Beach)’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러모로 유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곳은 2002년, 세계적인 호텔 체인 페어몬트가 인수해 빅 아일랜드의 최고급 리조트로 리뉴얼했다. 스위트룸을 포함해 무려 54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든 뷰와 오션 뷰 중 선택할 수 있다. 야외 스파 이외에 보다 심도 깊은 스파 체험을 원한다면 6개의 트리트먼트 룸을 갖춘 실내 스파를 이용해도 좋다. 리조트 내에 있는 레스토랑은 총 8개. 오전 6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더 오키드 코트(The Orchid Court)’와 당구와 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더 파니올로 라운지 & 폴로 바(The Paniolo Rounge & Polo Bar)’, 아트 스시를 맛볼 수 있는 노리오스 스시 바(Norio’s Sushi Bar) 등이 운영되고 있어 다양한 메뉴를 골라 즐길 수 있다. 호텔 바캉스를 즐길 때는 조식 뷔페를 챙겨 먹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이곳의 뷔페 메뉴는 종류부터 맛까지 최고급을 자랑한다. 소스 종류도 다양해 매일 아침 색다른 맛을 음미할 때면 마치 하루가 즐거워지는 기분이랄까. 해변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을 땐 수영장 바로 옆에 위치한 오션 바(Ocean Bar)를 찾으면 된다. 바텐더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완성된 각양각색 칵테일도 일품.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 휴가 중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생겼다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골프를 배웠다면 36홀 챔피언십 골프 코스인 프랜시스 H나 I’I 브라운 골프 코스에 나가 시원하게 스윙을 날릴 수도 있었을 텐데. 게스트 할인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니 골퍼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듯하다. 어둑어둑 해가 지면 하와이 원주민 차림을 한 건장한 남성이 등장해 횃불을 붙이는 이벤트도 펼쳐진다. 아이들과 뒤섞어 불을 붙이는 모습도 정겹지만 무엇보다 간고등어 코치를 능가하는 몸매에 거의 헐벗은 몸으로 야외를 활보하는 실루엣이 인상적이었다. 그 순간이 지는 노을과 뒤섞여 낙원을 연상시켰다면 이것이야 말로 휴식의 완성 아닐까. tel 808-885-2000 web www.fairmont.com/orchid Hot RestaurantNorio’s Sushi Bar 나리오스 스시 바의 메뉴는 음식이 아니라 예술품으로 불린다. 전통 일식을 고수하는 맛도 맛이지만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스시 레스토랑으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핫 스폿. Brown’s Beach House 여행의 마지막 만찬을 즐긴 브라운스 비치 하우스는 맛에 정통한 하와이 퀴진, 빅 아일랜드 퀴진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현지 음식이라도 관광객의 입맛에 맞게 조리돼 있으니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듯. 현지 음식이 익숙하지 않다면 부드럽게 씹히는 질감이 일품인 스테이크 메뉴를 고르면 되는데 이에 곁들여지는 싱싱한 버섯과 아스파라거스, 메시드 포테이토 등도 매력적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