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1인 가구의 시대,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이 전하는 안부의 말

외로워도 외롭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홍성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힘껏 소리치라 말한다.

BYELLE2021.05.29
 

NOT

ALONE 

 
 
〈혼자 사는 사람들〉은 각자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요즘 사람들’의 감정을 다룬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공공기업에서 근무했다. 온종일 사람들에게 치이다 퇴근하면 또다시 사람과 마주하기 싫었다. 오롯이 홀로 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러다 우연히 고독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주로 50대 이상 남성들의 이야기였지만, 당시 20대였던 내게도 불안과 공포가 갑작스럽게 찾아오더라.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홀로 온전하고 강인한 사람이라 믿어왔는데 그때 ‘나는 불완전한 상태구나’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청년 고독사’가 거론되는 지금, 고독은 우리 세대와 훨씬 가까워졌다. 스스로 외롭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 영화로 공감대를 만들고 싶었다. 
 
콜센터 직원이자 1인 가구 여성인 진아(공승연)는 출근할 때, 밥 먹을 때, 귀가해 잠들기 직전까지 이어폰을 끼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듣거나 본다.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진아는 눈앞에 있는 사람보다 멀리 있는 가공의 세계를 대하는 게 훨씬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다. 이어폰을 매개로 곁에 있는 것들을 차단하고, 현실 공간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거다. ‘히키코모리’처럼 물리적 상황에 고립된 1인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차단하면서도 회사에 다니고 일상생활도 할 수 있는 1인이 요즘 ‘고립자’라 생각했다. TV를 끄지 않고 계속 음악을 듣는 건 자신의 고독함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일 거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도 고립감은 느끼고 싶지 않은 마음,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감정일 수도 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포스터.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포스터.

 
배우 공승연의 낯선 얼굴 또한 러닝타임 내내 펼쳐진다 
진아는 시종일관 무표정에 쌀쌀맞은 얼굴을 한다. 계속 보면 관객 입장에서도 짜증 날 것 같더라고(웃음). 진지하고 우울한 얼굴보다 밝은 얼굴의 호감형 배우가 어울릴 듯했고, 공승연 씨가 기꺼이 참여해 줬다. 신인끼리의 조합이라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승연 씨는 정말 성실하게 임해줬다. 캐스팅되자마자 이틀 연속 점심 ‘혼밥’을, 저녁에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더라고. 스스로를 ‘진아화’하려는 모습에 의지할 수 있는 동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콜센터 에이스인 진아와 신입 교육생으로 들어온 수진(정다은)의 관계성이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지점이다 
갓 성인이 된 수진은 혼자가 되기 이전의 진아 모습을 닮아 있다. 사수나 직장 동료에게 제대로 ‘챙김’을 받지 못한 진아가 수진에게도 무뚝뚝한 것은 당연하다. 나빠서가 아니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진아가 자신은 받아본 적 없는 감정일지라도 다음 세대에게 충분히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로 보여주면 현실에서도 희망적인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동체 내에서의 고립이 계속 대물림되면 세상에 ‘플러스’는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 연결돼 있고, 혼자 살 수만은 없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지는 관계이기도 하다.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기분은 
늘 장래 희망란에 영화감독을 써냈다. 막연히 언젠간 감독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그때’라는 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에는 한계가 느껴져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확인하려면 직접 부딪혀야 했다. 그런 마음을 먹고 나니 만족스럽던 일상과 일터, 모든 것이 참을 수 없게 느껴졌다. ‘못 견디겠다’는 마음이 회사를 관두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갈 용기를 만들었다. 물론 언제까지 영화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만족한다. 나를 어느 때보다 깊이 들여다보게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