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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밥상, 뿌리온더플레이트 이윤서 요리 연구가 #ELLE그린

땅에서 사람으로, 그리고 다시 땅으로. 식탁 위 정갈한 한 끼 식사를 요리하며 매일 지구를 위하는 요리 연구가 이윤서.

BY김초혜2021.04.14
계절에 나는 것들로 환경을 위한 밥상을 요리하는 사람이 있다. 요리 연구가 이윤서의 이야기다. 뿌리온더플레이트는 채소의 뿌리를 통째로 이용해서 나와 환경을 위한 밥상을 만드는 요리 수업을 한다. 매일 나를 위해서 또 우리를 위해서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자연식 요리 연구가의 뚝심은 우리 모두가 지구를 위해 향해야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환경과 나를 위한 식사는 어떤 걸까요
한국 음식 양념이 정화 시스템 안에서 깨끗하게 정화가 안 된대요. 음식물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 문제 중 하나거든요. 저는 뿌리와 껍질 자체를 통째로 이용해서 요리하곤 해요. 그래서 유기농, 자연농 식재료를 사용하죠. 그러면 땅에 농약을 안 치니까 땅이 건강해지고, 또 요리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덜 나오고, 몸도 정화돼요. 이런 식으로 선순환이 이어지는 삶을 지향하고 있어요.  
 
자연의 일부를 채취하고, 조리하고, 되돌려 보내는 과정까지 다 고려하는 거네요
네. 전부 다 생각하면서 살죠(웃음). 요리 수업을 할 때도 레서피만 딱 알려드리는 게 아니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관해서도 부담 없이 제안하곤 해요. ‘마르쉐 채소 시장에도 한 번 장 보러 와보세요’ ‘음식을 담을 때 플라스틱보다 유리나 스테인리스를 쓰는 게 환경과 건강에도 좋아요’하고요.
클래스를 듣는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는 편이군요
다들 조금씩 바뀌시는 게 보여요.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다 이따금 반성하면서 머리 아파하시기도 해요(웃음). 그러면 저는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지 말고, 가장 와 닿는 것 먼저 천천히 바꿔나가면 좋겠다고 얘기해요. 너무 갑작스러운 큰 변화는 또 부작용이 생기니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할 엄두조차 안 나죠
아예 다 포기하게 되죠. 저는 비건 요리 수업을 하지만 꼭 비건을 권장하진 않아요. 그건 개인의 선택이죠. 육류, 생선을 먹으면 안 된다는 강박보다 제철 음식을 통해서 절기와 계절의 에너지, 기쁨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스테이크를 먹을 때도 건강한 채소 요리를 곁들여 먹으면 좋은 거고요. 오늘 배운 레서피를 식단에 꼭 적용해보라고 얘기해요. 일상의 작은 변화를 느끼면, 조금씩 더 큰 변화가 생겨요. 그래야 부담도 없고요.


비건 음식을 처음으로 시도해본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예상했던 것보다 비건 음식이 맛있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와요. 저는 첫 수업에는 현미밥 맛있게 짓는 법처럼 기본적인 꿀팁들을 꼭 알려드리거든요. 그러면 ‘현미밥도 먹을 만 하구나’ ‘채소도 맛있구나’ 하면서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깨지는 거죠. 소화도 더 잘 되고 화장실 가는 것도 더 편안해지니깐요. 제철 음식을 먹으면 하우스 작물을 덜 먹게 되거든요. 그러면 땅 화학 비료 처리도 안 하고, 환경에도 더 좋은 거라 믿어요.
건강한 한 끼 식사가 이윤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건선을 치료하기 위해서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기도 했지만 늘 한계에 부딪히더라고요. 약을 안 쓰면 다시 재발하고요. 그런 삶이 오롯한 제 삶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자연식 밥상을 먹고 난 뒤에야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정성껏 한 끼 식사를 차리는 건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한 끼 한 끼가 너무 소중한 거예요. 나를 살리는 음식인 거죠.


자연식을 권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고 일어나면 몸이 너무 무거운 사람들이 많잖아요. 뭘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병원에 가도 뚜렷하게 이유를 찾을 수도 없고요. 그러면 기존에 내가 했던 방식이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거예요. 그때 딱 멈춰서 ‘생각을 한번 바꿔볼까?’ 하셨으면 좋겠어요. 당근, 우엉, 연근을 조리할 때 껍질을 다 벗겨냈다면, 지금부터 그걸 활용해 요리해보는 거죠. 껍질에 소화 효소가 있거든요.
뿌리를 활용해 요리하는 게 낯선 사람도 많을 거 같아요
껍질에 붙은 흙을 깨끗하게 씻어내면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상처가 난 거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그건 흙 속에 파묻혀 있어서 생긴 자연스러운 모양이거든요. 뿌리째 요리해서 먹으면서 몸의 변화를 지켜봐야겠죠. 생각보다 뿌리를 먹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컨디션이 조금씩 나아지면 마음이 열릴 거예요.
 
뿌리째 요리하는 걸 시도한 계기가 있나요
건선은 피부 질환이고 눈으로 보이는 거잖아요. 건선 때문에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자꾸 뒤집어서 생각해봤던 거 같아요. 이런저런 시도 끝에 좋은 조리법을 알게 됐고, 이를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졌어요. 변화하고, 회복한 경험을 겪고 나니,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졌어요. 계속 유지하고 싶고, 더 공부하고 싶어졌고요.  
인공조미료도 전혀 쓰지 않나요
저는 시간과 공을 더 들여서 더 건강하게 만들려고 해요. MSG 대신 본연의 재료로 그 비슷한 맛을 내요. 채수를 진하게 우려내고, 누룩을 사용하고요. 발효 간장, 발효 소금과 신선한 식자재들을 아낌없이 쓰면 맛을 내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식당에서는 빨리 맛을 내는 게 중요하니 모든 맛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피시 소스나 굴 소스를 사용하는 거예요.
 
요즘 주목하고 있는 환경 이슈가 있다면
아무래도 플라스틱이죠. 줄인다, 줄인다 해도 어렵더라고요. 요리 수업을 하다 보면 새벽 배송의 장점을 쉽게 버리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수업할 때 필요한 식자재를 미처 다 사지 못할 때가 있으니까요. 이따금 배달을 받아 보면, 아주 작은 허브들도 다 플라스틱 안에 패킹 되어서 오는 거예요. 그럴 때면 패키지를 깨끗이 씻어서 농부님들 쓰실 수 있게 드리는 식으로 어떻게든 재활용해보려고 하긴 해요. 아직 플라스틱 없는 라이프는 어려운 거 같아요. 그러니까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이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까진 쉽지 않은 거 같아요.
 
개인의 힘으로만은 어려운 것들이 있죠
직접 식자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그러면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지만 서울 한복판에 충분한 땅이 없기도 하고. 이래저래 건강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쨌든 희망적인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믿어요. 자칫 잘못하면 부정적으로 가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잖아요. 방법들을 공유하고 나누면서 결국은 좋은 방법을 찾게 될 거예요. 하나씩 실천하면서 고민하는 게 중요해요.
 
뿌리온더플레이트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길 57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