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에디터의 친환경 라이프 도전기 #ELLE그린

네 명이 모두 '용기'를 들고 다니게 된 이유

BYELLE2021.04.14

Elle

Cheer up! 

모든 건 기획회의에서 시작됐다. 일상적인 그린 라이프를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다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그릇을 갖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 “맞아, 대통령 부부도 소래포구 어시장 방문했을 때 관저에서 직접 사용하던 용기에 해산물을 담아 갔다는 뉴스를 봤어요.” “우리도 직접 체험하면서 느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각자 사는 동네 맛집에 들러 가져온 음식으로 멋지게 한 상을 차려보자는 호기로운 계획은 늘어나는 촬영 스케줄들 앞에 금세 폐기됐지만.. 난관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마땅한 그릇이 없는데요…?” 이럴수가, 그릇을 장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다니. 
 
먼지 쌓인 도시락 통이나 집에서 쓰는 반찬 통 혹은 식재료 소분용 보관 용기는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담기에 적절한 사이즈가 아니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한 일에 또 새로운 걸 산다는 게 다소 마음에 걸려 망설이던 나는 친구 집에서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표시가 된 플라스틱 국 용기를 챙겨 왔다. 누군가는 애매한 크기의 용기를 갖고 나왔다가 용기에 들어갈 메뉴를 찾아 식당가를 헤매는 ‘용기 내’ 첫 경험다운 실수를 하기도 했다.  결국 모두 새 그릇을 장만했음이 드러났다. 넷 모두 ‘뚜벅이’에 외부 취재가 많고, 항상 휴대하는 노트북을 비롯한 소지품이 많은 것도 새 그릇이 필요한 이유였다. “리빙 크리에이터의 접이식 런치 박스를 구입했어요. 완전히 접은 상태일 땐 책 한 권 두께보다 얇아져요.”(류가영) “다른 가게를 구경하다가 유리 공기를 샀어요. 구조가 단순해서 세척이 쉬워 보였거든요. 플라스틱 용기보다 무겁지만 동네 가게에 들러 야채와 잡곡이 섞인 샐러드를 담아 먹으니 새로웠어요. 마음에 드는 용기에 어울리는 메뉴를 먹을 때 더 맛있게 느껴지더군요.”(이경진) “가볍고, 밀폐력 좋고, 튼튼한 재질을 찾다 보니 결국 스테인리스 반찬 통을 택하게 됐어요. 뜨거운 음식을 담을 때는 조금 불편했지만요.”(전혜진) 내 선택도 스테인리스 통. 취재로 찾았던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델펜소의 2호(550ml) 용기를 구입했다. 사용된 실리콘 또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것이라고. 스테인리스 통은 미세 플라스틱과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어릴 때 엄마가 이렇게 생긴 통에 반찬을 보관하고는 했지. 역시 예전 방식대로 사는 것이 친환경인 걸까? 용기에 걸맞은 크기의 가방과 수저 세트도 함께 챙겨 다녀야 했음은 물론이다.
 
그릇을 들고 식당 등을 순회하는 동안 네 명 모두 느낀 것은 생각보다 반응이 호의적이라는 것! 꼭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직접 가져온 용기를 내미는 것에 난색을 표현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평소 점찍어두었던 토스트 가게에 갔을 때 테이블 손님이 먹고 있는 토스트 사이즈를 보고 아차했어요. 다행히 사장님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노련하게 뚜껑에 담아내주시더라고요.”(류가영) “처음엔 쭈뼛쭈뼛 통에 담아줄 수 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는데 생각보다 응대가 자연스러웠어요. 꽤 많은 사람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처음보다 두세 번째 때, 혼자 갔을 때보는 세 명이 갔을 때 더 자신 있게 요청할 수 있어서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죠.”(전혜진) 그래도 가게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으니 미리 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일반적인 포장보다 시간이 소요되는 개별 요청이므로 가게가 너무 바쁠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음식 보관이 쉬워지자, 원래라면 남기고 처분했을 음식들의 생명도 연장됐다! 뚜껑만 잘 닫고 다시 보관하면 되니 플라스틱 쓰레기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문제까지 해결하게 된 것. 촬영장이나 식당에서 과일이나 반찬 등 나중에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싸 갖고 와 다음 식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1회용품을 대거 방출하는 ‘배달’을 고려하지 않으니 내 동선에 놓인 주변 가게들도 새롭게 보였다. 동생이 사는 동네의 유명 만둣집이 떠올라 놀러갈 때 그릇을 챙겨갔고, 집 앞 백반집에서 김치볶음밥을 내 멋진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아 출근했다. 가게가 새로 생긴 지 1년이 됐지만 한 번도 아침 식사 장소로 고려한 적 없었던 가게였다.
 
물론 한계는 있다. 밑반찬이나 따로 곁들일 소스가 필요한 음식보다 파스타, 볶음밥, 샐러드, 샌드위치, 분식  같은 한 그릇 메뉴로 선택이 한정됐다. “제 소울 푸드는 설렁탕인데… 밥, 국, 반찬까지 추가 용기를 너무 많이 필요로 해서 포기했어요.”(전혜진) “용기를 챙겨 나오는 걸 깜빡해 다시 집에 돌아갔던 날도 있었어요. 보증금을 붙여 다회용 용기를 빌려주는 식당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이경진)
 
‘용기 내 챌린지’는 용기를 들고 다니고, 메뉴를 물색하고, 설거지를 하는 몸의 수고로움과 마음의 불편함 중 어떤 것을 택할지의 문제 같기도 하다. 그리고 몸의 불편함을 택했을 때 오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주말 점심, 아침 운동을 마치고 근처 브런치 가게를 검색한 다음 산책 겸 메뉴를 픽업해 오는 일이 즐거웠어요.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뿌듯함, 수고롭게 담아온 음식을 더 맛있게 먹고 싶다는 마음까지.”(류가영) “테이크아웃 때조차 식당에서 자연히 챙겨주는 일련의 1회용품 세트들과 포장용 비닐봉지를 거절하고 나올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더라고요. 1회용품 사용 개수가 0을 기록한 날이면 애플 워치에 오늘의 걷기 운동링을 다 채웠다는 알림이 ‘띠링’ 뜰 때와 같은 작은 성취감이 들었어요. ‘제로 웨이스트’는 정신 건강에도 좋은 습관 같아요.”(이경진) 무엇보다 회사에서 매일 얼굴을 보는 우리가 서로 ‘친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식적인 계기가 생겼다는 것도 좋았다. 함께 회사 지하 카페로 내려갈 때 개인 텀블러를 챙겨가거나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짐작만 했던 각자의 환경 이슈와 개인적인 관심과 노력을 실천하는 모습을 서로 목격할 수 있었으니까. 함께한다는 것은 이처럼 든든하고 힘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