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차세대 과학자들이 보여준 친환경 뷰티의 미래

2026년, 뷰티 산업이 새로운 에코 럭셔리 시대를 여는 방법.

프로필 by 정윤지 2026.02.15

욕실 선반 위에 있는 제품 중 플라스틱은 찾아볼 수 없고, 뷰티 업계가 온통 탄소 중립을 실현 중인 세상? 실험실에 있는 차세대 과학자들과 창업자들, 몽상가들이 뷰티 산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에코’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지속 가능한 뷰티를 실현하는 런던 기반의 스타트업 회사 프로비넌스(Provenance)를 설립한 제시 베이커(Jessi Baker)를 만났다. 그녀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복잡한 현실과 그 제품이 판매될 때의 화려한 포장, 그 간극에서 허구와 허무를 느끼곤 했다. 이 괴리는 첫 직장에서 한 마리의 물고기가 거치는 공급망을 추적했을 때 가장 선명히 느꼈다고 그녀는 말한다.


“보통 물고기는 지역 바다에서 잡히는 식재료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인도네시아 인근 국제 해역에서 잡힌 물고기는 러시아로 운송돼 큰 냉동고에 1년간 보관됐다가 태국으로 옮겨져 가공돼요. 그 다음 다시 영국으로 운송돼 식탁에 오르죠.” 제시에게 이 과정은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것 뒤에 숨겨진 긴 여정을 뜻하는 은유가 됐다. 지난 25년간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 손에 전달되는지는 소비자에게 점점 더 큰 관심사가 됐다.


특히 뷰티 산업에서는 ‘친환경’에 대한 약속이 구매 경험의 일부가 된 지 오래. ‘클린’이나 ‘에코 프렌들리’ 같은 단어들은 이제 제품과 포장재 곳곳에서 익숙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했음을 알려준다. 최근 16개국의 뷰티 제품 소비자 1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구매 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한다고 답했고, 이 수치는 젠지 세대 사이에서 92%까지 상승했다. 친환경이라는 약속이 그만큼 세일즈에 미칠 수 있는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시는 “뷰티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제품의 퀄리티를 가늠하는 대체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구체적인 지속 가능성에 하나하나 관심을 두지 못해도 ‘에코’나 ‘오가닉’ 같은 단어는 이미 제품의 장점을 상징하는 지표가 됐어요. 제품 내에 유해성분이 적게 함유됐을 거라는 인식과도 맞닿아 있어요.” 소비자는 효과가 확실하고, 사용감과 패키지 디자인이 럭셔리하면서도 동시에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신뢰할 만한 제품을 원한다. “하지만 친환경을 완벽히 실현하기란 정말 복잡한 일입니다. 이 일을 잘해내는 브랜드야말로 앞으로 수십 년간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재활용 플라스틱과 유리병을 사용하는 크로마 압솔뤼 오일, 9만3천원(리필 6만5천원), Kérastase.

재활용 플라스틱과 유리병을 사용하는 크로마 압솔뤼 오일, 9만3천원(리필 6만5천원), Kérastase.

까멜리아 껍질을 활용한 캡과 리필 가능한 패키지를 선보이는 No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크림, 15만7천원(리필 13만3천원), Chanel.

까멜리아 껍질을 활용한 캡과 리필 가능한 패키지를 선보이는 No1 DE CHANEL 레드 까멜리아 크림, 15만7천원(리필 13만3천원), Chanel.


GREENING BEAUTY

식품 업계에서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라는 용어가 신선함과 윤리적인 생산, 지속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리 잡은 것처럼 뷰티 업계도 이에 상응하는 개념을 찾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예측 기관 ‘WGSN’ 뷰티 디렉터 피아 피셔(Pia Fisher)는 “친환경 표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말한다. “최근 유럽 내 법규 변화는 그린 워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런 변화의 속도는 여전히 더딥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법적 기준 이상을 넘어서는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뷰티를 보다 쉽고 명확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말이죠.”


친환경의 다음 화두는 단순히 수분크림에 들어간 원료의 출처를 아는 걸 넘어 그 제품의 모든 생애주기가 환경을 고려해 설계됐는가 하는 것이다. 뷰티는 태생적으로 100% 친환경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단일한 요소로 이뤄진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품이 담긴 상자와 용기, 그 안에 들어 있는 텍스처, 텍스처에 함유된 정제수와 각종 추출물들, 추출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사용된 모든 것…. 이렇게나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 그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뷰티 업계를 살펴보면 매년 1200억 개가 넘는 패키지를 생산하는데 그중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제품의 전 성분 중 대부분은 물이 차지하고, 여기에 식물성 원료나 계면활성제를 만들기 위해 원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상위 단계에서도 막대한 양의 물이 소비되고 있음은 이미 많은 소비자가 잘 알고 있는 현실. 또 자외선차단제나 방부제, 색소 및 향료 등은 화학적 공정을 거친 혼합물이다. 이는 토양뿐 아니라 우리 몸에도 축적된다. 크림 한 통, 토너 한 통이 각각 저마다 작은 생태계를 이루며 얽히고설켜 있기에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이런 이유로 새로운 세대의 뷰티 창업자들은 이 산업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하고 있다.


사탕수수 유래 바이오-폴리에틸렌 용기를 사용한 레스 레스 폼 클렌저, 2만7백원, Juice to Cleanse.  FSCⓇ 인증 원료로 제작된 종이 포장재 외에 어떤 폐기물도 남기지 않는 폴리시 바 솝, 3만원, Aésop.  리필 충전이 가능한 퓨어 샷 나이트 리부트 세럼, 17만5천원(리필 13만4천원), YSL Beauty.

RETHINK, REUSE, RECYCLE

“뷰티 산업에서 어려운 도전 중 하나는 용기의 낭비를 들 수 있어요. 소비자들은 화장품 용기를 통해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에요.” 런던의 스타트업 셸워크스(Shellworks)의 공동창립자 인시야 재퍼지(Insiya Jafferjee)는 말한다. “제품의 미적 요소, 이를테면 용기의 묵직함, 손 안에 들어오는 그립감, 소재, 컬러 등을 통해 럭셔리한 느낌을 받고 싶어 해요. 각 포장 단계마다 자원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어요.” 뷰티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포장’부터 시작된다. 포장재는 뷰티 산업이 배출하는 폐기물의 최대 70%를 차지하며, 한 연구에 따르면 화장품 포장재의 최대 95%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고 한다.


많은 뷰티 브랜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중이다. 2025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개된 루이 비통의 뷰티 라인 ‘라 보떼 루이 비통’ 컬렉션은 디올, 에르메스, 샤넬 등 여타 럭셔리 뷰티 메종에서 선보이는 리필 포맷을 도입한 또 하나의 새로운 물결이었다. LV 루즈에서 주목할 점은 이 고가의 립스틱이 1회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게감 있는 모노그램 케이스는 버려지지 않고 오브제처럼 소장하며 소중히 여겨지도록 디자인됐다. 안에 들어가는 카트리지만 교체하는 방식. 물론 이런 형태의 제품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리필 특유의 ‘덜거덕거림’이 전혀 없어 핸드백 속에서 리필 카트리지만 빠진 채 나뒹굴 우려도 전혀 없다!


로레알 역시 2025년 6월, 글로벌 캠페인 ‘Join the Refill Movement’를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랑콤, 입생로랑 뷰티, 키엘, 로레알 파리, 라로슈포제, 케라스타즈, 아르마니 뷰티, 프라다 뷰티 등 주요 브랜드를 결집시켜 향수와 스킨케어, 헤어 케어, 메이크업 전반에서 리필 사용을 장려했다. 리필 사용을 장려하는 움직임은 분명히 한 걸음 나아간 것이지만 그렇다고 능사는 아니다. 최초에 용기를 제작할 때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의 영향을 상쇄하려면 제품을 최소 ‘다섯 번 이상’ 리필해야 하기 때문! 현재 가장 진일보한 소재로 알려진 ‘비보머(Vivomer)’는 광택 있고 내구성이 강하지만 토양으로 돌아가면 약 12~18개월 안에 완전히 분해되는 걸로 알려져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석유 기반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최대 1000년이 걸린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발전인 건 분명하다.


해조류 기반 스킨케어 브랜드 해켈스(Haeckels)는 업계 최초로 비보머를 사용한 포장재를 선보였다. 또 다른 혁신적인 포장재 스타트업인 낫플라(Notpla)에서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필름과 파우치를 개발했다. 사용 후 100% 생분해되기 때문에 사셰와 같은 샘플 사용이 많은 뷰티 업계에 특히 반가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중. 핀란드의 술라팩(Sulapac)은 나무 기반의 생분해성 용기를 만들어 이미 샤넬과 협업을 통해 대체 플라스틱 향수 보틀 뚜껑을 공급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버섯 유래 성분 등 대체할 만한 다양한 재료들이 연구 개발 중이다.


종합해 보면 뷰티 산업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는 흐름은 분명히 시작됐고, 더욱 가속화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거대한 포장재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플라스틱과 유리 용기, 펌프 등은 여전히 석유화학 소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 뷰티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넘어야 할 과제. 손 안에 ‘감기는’ 화장품 특유의 감각적 ‘손맛’을 포기하기 힘들다면 다섯 번 이상이 아니라 수십 번이고 리필 제품을 사용하기로 약속하자.



THE FUTURE OF BIOTECH

포장재가 지속 가능한 뷰티 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최전선이라면 제형(Formulation)은 보이지 않는, 그래서 간과하기 쉬운 영역이다. 부드럽게 발리는 세럼이나 SPF 지수가 높은 크림 뒤에는 화학물질과 색소, 안정화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이들 중 많은 성분이 심각한 환경적 부담을 안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산화티타늄이다. 자외선차단제부터 파운데이션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백색 안료이자 UV 필터지만 현재는 안전성과 생태계 영향 등의 차원에서 면밀한 검토 대상이다. 또 크림의 발림성을 높여주는 미세 플라스틱 역시 사용 후 배수구로 흘러가 분해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화장품의 핵심을 이루는 식물 및 동물 유래 성분도 무시할 수 없다. 샴푸나 비누, 립스틱에 든 팜 오일부터 안티에이징 크림을 위해 심해 상어의 간에서 추출되는 스쿠알렌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이면에는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뒤따른다. 피아 피셔는 “생물다양성은 뷰티 산업이 직면한 지속 가능성 과제 중 하나”라고 운을 뗀다. “바이오테크가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어요. 머지않아 자연에서 원료를 채취하는 대신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바이오미메틱(생체모방) 성분을 포함한 친환경 제형을 기대할 수 있을 거예요.”


미국 샌디에이고 기반의 바이오테크 뷰티 회사 데뷰(Debut)의 창립자 조슈아 브리튼(Joshua Britton)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의 회사는 최근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점점 고갈되는 자원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대신 바이오테크를 활용해 분자 단위로 실험실에서 원료를 만듦으로써 뷰티 제품의 원료 조달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명을 실현하고 있는 것. 2019년 회사 설립 당시 조슈아의 삶은 두 세계를 오갔다. 낮에는 교수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밤에는 생계 유지를 위해 우버 운전대를 잡으며 살던 중, 그의 사업 아이디어를 들은 한 승객이 1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회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자금이 마련된 것.


이후에도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실험실에서 생성한 지속 가능한 뷰티’라는 비전을 확장하고 있는 데뷰는 2025년 2월,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은 기술을 공개했다. 바로 바이오카민(Bio-Carmine), 즉 립스틱의 선명한 빨간색을 내는 색소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전통적으로 붉은빛은 코치닐 추출물(연두벌레를 건조시켜 분쇄 후 추출한 분말)로 만들어지는데, 약 450g의 색소를 생산하려면 약 7만 마리의 연두벌레가 필요하다. 이제는 악명 높은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데뷰에서 만들어낸 바이오카민은 분자 구조가 완전히 동일한 물질이에요. 단지 실험실에서 만들었을 뿐이죠. 과학적 돌파구를 찾지 못해 불가피한 관행처럼 이어져온 윤리적 ∙ 환경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부산대학교대학원 과학기술혁신전공 1학년에 재학 중인 김고운 대표의 스타트업 ‘이프(i.e.P)’에서 김 폐기물을 기반으로 친환경 색소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기존 합성 타르 색소에 비해 인체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장품과 섬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는 중.


비건 제형의 립 스케치 하이드레이팅 크레용, 26달러(국내 미출시), Ilia.

비건 제형의 립 스케치 하이드레이팅 크레용, 26달러(국내 미출시), Ilia.

일곱 가지의 시어한 컬러로 선보이는 크루얼티-프리 립밤. 밤메이드 일렉트로라이트 립밤, 18달러(국내 미출시), Milk Makeup.

일곱 가지의 시어한 컬러로 선보이는 크루얼티-프리 립밤. 밤메이드 일렉트로라이트 립밤, 18달러(국내 미출시), Milk Makeup.

 비즈 왁스와 동물 유래 색소를 사용하지 않은 틴티드 립 오일, 25.50유로(국내 미출시), Typology. 카민 색소와 비즈 왁스를 배제한 립 파라다이스 센슈얼 립 글로우, 3만원, Dear Dahlia. 친환경 블랙 색소를 사용한 롱래스팅 마스카라, 28달러(국내 미출시), Dr.Hauschka.

BEAUTY’S UNCOMFORTABLE SECRET

데뷰의 바이오카민을 통해 뷰티 산업에서 ‘색’이 발명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면, 다른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은 뷰티 산업의 보이지 않는 골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텍스처를 조용히 좌지우지해 온 미세 플라스틱과 계면활성제까지 변화 대상이 되고 있다. 독일 기업 바이오웨그(Bioweg)가 주목하는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크림의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고, 자외선차단제의 지속력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분말 형태로 사용돼 온 플라스틱. 문제는 이 물질이 바다로 흘러가 수천 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뷰티 산업 전반에 퍼져 있다. 환경단체 ‘플라스틱 수프 재단(Plastic Soup Foundation)’이 최근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개 뷰티 브랜드의 화장품과 퍼스널 케어 제품 7500개를 테스트한 결과 87%의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바이오웨그 CEO 프라틱 마할와르(Prateek Mahalwar)는 “2028년 시행 예정인 EU의 미세 플라스틱 금지 조치는 뷰티 산업에 분명한 경고”라고 말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수십 년간 제품 속에 숨어 있었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할 준비가 된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바이오웨그는 규제를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미생물 셀룰로스(Bacterial-Cellulose) 기반의 소재를 개발 중이다. “우리가 개발한 믹비즈(MicBeads)는 파운데이션이나 데이 크림에 사용했을 때 자연스럽게 피부가 보송해지는 효과를 줍니다. 제품 안에 뷰티 필터가 내장된 것처럼 작용하죠. 합성 파우더보다 피지와 땀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메이크업이 오래 지속되고, 피부가 더 산뜻하게 느껴져요.”


지속 가능한 계면활성제 연구와 생산에 집중하는 벨기에 기반의 스타트업 앰피스타(AmphiStar)로 가보자. 계면활성제는 샴푸부터 메이크업 리무버에 이르기까지 거품과 세정력을 담당하는 핵심 성분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뷰티 제품에 함유된 계면활성제의 대부분은 화석 연료나 팜 오일에서 추출하는데 화석 연료는 탄소 배출을, 팜 오일은 삼림 파괴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유발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팜 오일 재배로 인해 전 세계 열대우림의 약 5%가 사라졌다고 한다. 앰피스타 공동창립자 소피 롤란츠(Sophie Roelants)는 계면활성제를 뷰티 산업이 숨기고 있는 가장 불편한 비밀 중 하나라고 부른다. 앰피스타의 해결책은 발효(Fermentation)다. “농업과 식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즉 주로 폐기되는 과일 껍질과 농작물 잔재를 바이오 계면활성제로 업사이클링하면 탄소 발자국을 근원부터 줄일 수 있어요. 우리가 생산한 바이오 계면활성제는 일반 제품 대비 킬로그램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배 낮았습니다.”


스위스 기업 세프리파이(Seprify)는 기본적인 뷰티 성분 중 하나인 이산화티타늄을 재설계하고 있다. 이 미네랄 색소는 자외선차단제에서 분필 같은 백색을 내는 광물 색소지만, 채굴을 통해 얻어진다는 점에서 안전성과 환경 문제로 논란이 돼왔다. 세프리파이 CEO 루카스 셰르텔(Lukas Schertel)은 셀룰로스 기반의 실바루마(SilvaLuma™)가 대안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셀룰로스를 활용한 100% 자연 유래 백색 안료로, 땅에서 채굴하는 대신 식물섬유에서 만들어진다. “셀룰로스 백색 안료는 이산화티타늄에 대한 자연의 답이에요. 생분해가 가능하며, 매우 밝고 깨끗하죠. 딱정벌레의 비늘에서 볼 수 있는 초백색 미세 구조를 모방해 설계했고, 빛을 산란시켜요. 게다가 이 성분은 SPF 효과를 최대 2배까지 높이기 때문에 필터 사용량을 줄이면서 UV 차단 효과를 향상시켜 피부 부담까지 덜어줍니다.”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인 지속 가능한 뷰티의 혁신을 살펴봤다. 분명한 사실은 지속 가능성이 실험실에서만 완성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피아 피셔는 다음과 같은 징후를 관찰하고 있다고 전한다. “사람들이 ‘로맨틱 소비주의(더 많이 살수록 더 많이 행복해진다)’를 거부하면서 아예 탈소비(Deconsumption)를 지향하려는 모습이 보여요. 기후 위기, 끝없는 과대 광고로 인한 번아웃,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점점 더 의식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시 베이커 역시 같은 의견이다. “친환경에 대한 수요는 이미 존재합니다. 진짜 과제는 지속 가능성을 쉽게 이해하고 폭넓은 선택지 안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물고기 한 마리가 대서양을 건너 식탁에 오르기까지 제시는 우리의 제품 생산과 공급 시스템이 얼마나 균열돼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제 뷰티 산업이 직면한 과제는 기존 흐름에 맞서 더 진화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더 스마트하고, 더 친환경적이며, 다음 세대로부터 잠시 빌려 살고 있는 지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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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정윤지
  • 사진가 THIEMO SANDER
  • 글 ALEXANDRA JONES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