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곱 개의 트랙을 ‘정주행’하다 보면 랩 & 힙합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다채로운 멜로디로 앨범을 꽉꽉 채운 이유는 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 앞으로도 그때그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 이번 앨범 역시 힙합은 물론 EDM, R&B,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가 범벅돼 있다. 곡 수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처음 시도하는 장르가 많아 완성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특히 많은 시간을 들인 곡은 더블 타이틀곡인 ‘Joker(Feat. Jamie)’와 ‘멋진 신세계(Feat. Rohann) (Prod. PEEJAY)’. 나에겐 정말 새로운 음악이었다.
가장 ‘나다운’ 트랙을 꼽는다면 ‘멋진 신세계’.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여과 없이 담았는데, 여태까지 쓴 가사 중에서 가장 직설적이다. 듣다 보면 세상을 향한 날 선 태도가 느껴지는 것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덕분에 지금 인용할 만한 가사는 거의 없지만(웃음).
이유 모를 고민과 걱정에 사로잡힐 때 당신의 행동은 굳이 돌파구를 찾지 않고 끝까지 추락하는 쪽을 택한다. 이성적일 때도 많지만 한없이 감성적이기도 해서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늘 어렵다.
지소울, 제이미, 원슈타인 등 피처링진도 눈에 띈다 전부 평소에 즐겨 듣던 아티스트다. 곡을 만들 때부터 떠올렸던 분들과 실제로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기뻤다. 든든한 하이어뮤직 식구 말고도 피제이, 미닛, 디피알 크림처럼 평소 ‘리스펙’하던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 행복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음악에 대한 시야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진 것 같다.
미적 감각도 주목받았다. 키보드와 꽃, 비행기 등 당신의 버킷 리스트를 그려 넣은 커버 아트는 물론이고 피지컬 앨범의 내지 아트워크까지 도맡았는데 인생 첫 앨범인 만큼 자기만족이 은근 중요하더라. 피지컬 앨범 자체가 내 음악의 큰 부분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회화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져 지금의 앨범이 탄생했다. 사랑하는 아티스트 빈지노와 그가 이끄는 창작집단 아이앱 스튜디오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본 영향도 있는 것 같고. 정작 지금은 그림에 좀 질린 상태다. 여의도에서 앤디 워홀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데, 오랜만에 일 생각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즐기고 와야지.
〈쇼미더머니〉와 하이어뮤직 합류, 첫 미니 앨범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가득했던 지난 1년 반은 스스로의 재능을 확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그렇다. 내가 음악에 얼마나 진심인지 깨닫게 됐으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다. 음악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에 ‘진짜’ 감사하고, 덕분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자라난다.
빅나티의 ‘2021 버킷 리스트’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 그런데 고3이라 올해 가능할지는….
이번 앨범 준비 과정을 ‘사서 고생’이라고 표현했다. 인생에서 ‘사서 고생’의 순기능을 믿는 편인가 엄청나게 믿는다! 재미있고, 낭만적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