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은 날씨, 딱 좋은 감성으로 물든 엘르스테이지 2025
빅나티, 권진아, 자이언티가 선사한 가을밤 노들섬의 낭만적인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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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엘르 스테이지>의 감성이 노들섬 잔디마당을 물들였습니다. 늘 초여름의 문턱에서 관객들을 찾았던 지난 회차들과 달리, <엘르 스테이지 2025>는 가을밤에 열렸어요. 최근 며칠 사이 기온은 가을을 만끽할 기회를 주지 않고 뚝뚝 떨어져 갔지만, 공연 당일인 25일은 적당히 선선한 공기가 노들섬을 메웠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을 즐기고 싶은 관객들 덕에 얼리버드 티켓, 일반 티켓 모두 빠르게 매진됐어요.
운동 페스티벌 <시티포레스티벌 2025>이 끝난 후 노을마저 사라진 까만 밤, 지난해 <엘르 스테이지>에서 전무후무한 팬 서비스를 펼쳤던 빅나티가 나타났습니다. 공연 시작 전 "작년에 너무 재미있어서 올해도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좋다"라고 말한 그는 이번에도 관객석에서 깜짝 등장해 분위기를 순식간에 끌어올렸어요. 한바탕 잔디마당을 휘젓고(?) 스테이지로 복귀한 그는 첫 곡 '정이라고 하자(MMA ver)'를 부르며 <엘르 스테이지>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냥 정이라고 하자'라는 가사를 '그냥 엘르라고 하자'라고 센스있게 개사하기도 했고요.
이어 '낭만교향곡'을 열창한 빅나티는 사랑 노래인 '러비더비'를 선보이기에 앞서 마이크를 고쳐 잡았습니다. 공연장 내 커플들에게 "이 순간을 기억하시길"이라고 말한 그는 "솔로도 있다"라는 객석의 원성에 즉석 소개팅에 나섰는데요. 홀로 엘르 스테이지를 찾았는데, 우연히 나란히 앉기까지 한 두 남녀 관객의 이름을 가사에 넣어 부르며 로맨틱한 장면을 만들었죠. '겁도 없이'와 '오스카', '밴쿠버'가 연이어 잔디마당의 밤 위로 흘렀고 관객들은 야광봉과 휴대전화 플래시를 흔들며 화답했습니다. 빅나티는 'MUSIC'에 이어 미공개곡인 '딱 1년만'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계절과 어울리는 감성이 돋보이는 선율에 모두가 흠뻑 빠져들었죠. 이후 '바이바이' 무대를 마친 후 뜨거운 앵콜 요청에 '딱 10CM만'까지 부른 그는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엘르 스테이지>를 떠났습니다.
이윽고 무르익은 무대에 '고막 여친' 권진아가 등장했습니다. '원더랜드'로 공연을 시작한 그 역시 잔디마당으로 내려가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손을 잡는 등 남다른 팬 서비스를 자랑했어요. 이어 "와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들려 드리겠다"라며 올 여름에 발표했던 신곡 'White wine'을 선보이자 후렴을 따라 부르는 팬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뤘습니다. 지난 여름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관객으로부터 더 큰 에너지를 얻는다", "항상 무대가 재미있고, 기다려지고, 영원히 이렇게 살고 싶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권진아의 무대에선 무한한 에너지가 느껴졌죠.
가을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권진아의 목소리는 'Love & Hate', '위로', '끝'으로 이어지며 <엘르 스테이지>를 감쌌습니다. 그는 한 곡 한 곡에 감정을 담뿍 담으면서도 관객석으로 연신 손을 흔들며 공연 분위기까지 제대로 챙겼어요. 무대를 내려가려는 권진아를 관객들이 끈질기게 붙잡은 이유였죠. 결국 그가 진짜 마지막으로 부른 건 히트곡 중 하나인 '운이 좋았지'. 권진아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올 한 해 만큼 빠르게 흐른 공연을 아쉬워하며 앵콜곡을 열창했습니다.
다음은 자이언티의 순서. 백스테이지에서 <엘르> 독자들의 주접 댓글을 읽으며 폭소를 멈추지 못한 그는 이날 특별한 그루브로 모두를 춤추게 했습니다. 등장부터 현란한(?) 댄스로 무대를 달군 그는 '노래', 'Love me', 'V'까지 연이어 관객들과 함께 리듬을 탔죠. 자이언티는 세 곡을 부르고 나서야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날씨가 너무 좋다"라고 인사를 건네더니, 곧바로 '물음표', '컴플렉스', '말라깽이', '나비야'로 내달렸습니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까지 특별한 멘트 없이 음악으로 소통하던 그는 Mnet <쇼미더머니 10>에서 선보인 '회전목마'를 부르기 전 드디어 입을 열었는데요. "와, 좋다", "너무 좋은데?"라는 그의 말들로 이날 <엘르 스테이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겠죠? 그에게 '회전목마 아저씨'라는 별명을 선사한 이 곡 덕에 조금 차가워진 노들섬의 기온도 올라간 듯했습니다.
'No Make Up' 무대까지 마친 자이언티가 "이제 마지막 곡"이라고 말하자 객석에선 아쉬워하는 목소리들이 들려 왔어요. 그는 "(듣고 싶은 노래로) '마법의 성'을 외치는 분들이 계신다. 분명히 말하지만 '마법의 성'은 제 노래가 아니다"라며 "90%는 잘 알고 있겠지만, 10%는 '마법의 성'을 제 노래로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어요. 자이언티가 '마법의 성' 대신 꺼내든 건, 곧 다가오는 겨울과 어울리는 '눈'. 이 노래를 통해 대선배 이문세와의 협업이라는 꿈을 이뤘다는 그는 '눈'을 "오늘을 기다렸다. 이런 날씨에 딱 맞는 노래"라고 소개했습니다. 곡의 '눈이 올까요'라는 가사는 '(꿈이) 이뤄질까요'라는 말과 같다면서요.
'눈'까지 불렀는데도 관객들은 자이언티를 보낼 생각이 없었어요. 이에 그가 즉석에서 내놓은 '앵앵콜' 곡은 '5월의 밤'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남에 깃든 감정들이 노랫말에 그대로 표현된 이 곡은 <엘르 스테이지 2025>의 마무리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날의 딱 좋은 날씨, 딱 좋은 감성은 관객은 물론 아티스트에게까지 잊지 못할 가을밤을 선사했고요. 재정비 전의 노들섬에서 열린 마지막 공연 <엘르 스테이지 2025>는 이처럼 올해도 여운으로 가득했습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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