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부사. 2 홍옥. 3 천홍 미니사과. 4 양광. 5 감홍. 6 시나노골드.
이름도 생소한 신품종 과일이 쏟아지지만, 여전히 우리가 선호하는 과일은 사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8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과일 1위로 역시나 사과가 꼽혔다. 사과는 우리만 좋아하는 과일이 아니다. ‘에덴의 사과’ ‘파리스의 사과’ 등 인류사에서 인간을 유혹하고 시험에 들게 하는 매혹적인 과일로 빈번히 등장했다. 국적과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이 사과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도와 산미의 기막힌 밸런스 때문. 달면서도 동시에 새콤하여 기분 전환에 사과만 한 음식이 없다. 기르기도 쉽고 맛이 좋으며, 심지어 저장성도 좋은 부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며 우리는 오랫동안 부사를 기준으로 사과의 맛을 정의 내렸다. 하지만 당도와 산미의 균형이 둘 중 어느 쪽에 치우쳤느냐에 따라 사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가을에 수확하여 겨울까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노지 사과의 다종다양한 맛을 살펴봤다.
절대강자, 부사 가장 흔히 먹는 사과. 저장성이 좋아 사과를 365일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일본의 ‘후지’ 품종에 해당하는 부사는 높은 당도를 산미가 잘 받쳐준다. 하지만 제아무리 저장을 잘해도 제철이 아닌 부사를 먹고 실망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터. 그런 경험들이 쌓여 사람들이 부사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생겼다. 하지만 제철 맞은 부사는 분명 맛있다.
황금빛 열대 향, 시나노골드 노랗다 못해 황금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시나노골드. 껍질은 얇고 과육은 단단한 동시에 과즙이 풍부해 껍질째 한 입 크게 베어 물었을 때 만족감이 크다. 특별한 색감에 열대 과일의 이국적인 향이 더해져 사과의 식상한 인상을 기분 좋게 깨준다.
백설공주 사과, 양광 ‘백설공주 사과’라는 애칭을 지닌 사과. 그도 그럴 것이 껍질은 유난히 빨갛고 속은 또 유난히 하얗다. 그 대비감이 동화책에서 보던 사과를 꼭 빼닮았다. 양광은 한 입 크게 벴을 때 치밀한 조직이 이를 꽉 조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육이 단단하다. 동시에 과즙이 무척 많은 편이어서 치아 틈으로 과즙이 사정없이 새어나온다. 그 순간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품종이다.
미식가의 간식, 감홍 한마디로 못생겼다. 거무튀튀한 색에 작은 점들이 얼룩덜룩 박혀 있어 아무 정보 없이 진열대에서 마주치면 열에 아홉은 그냥 지나칠 인상이다. 그런데 이것이 참으로 맛있다. 당도와 산미의 밸런스가 완벽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맛이 진하다. 햇볕을 충분히 받으며 천천히 자란 사과의 응축된 맛이라고 할까. 미식가들이 쉬쉬하며 먹는 이유가 있다.
새콤한 토종 사과, 홍옥 드물게 남은 토종 사과. 짙고 선명한 붉은색에 옅게 광이 나는 것이 관상용으로 탁월하다. 이렇듯 예쁜 사과가 사라지다시피 한 이유는 재배의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사과 맛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옥은 굉장히 새콤하다. 당도도 높지만 산미가 워낙 강해 전체적으로 새콤한 인상이 지배적이다. 레몬을 입에 문 양 얼굴의 온 근육이 찌그러질 정도. 평소 신맛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인생 사과다.
크기는 반, 맛은 2배, 천홍 미니사과 2019년 출시한 최신 품종. 미니사과는 앙증맞은 사이즈로 사랑받지만, 맛은 실망스럽다. 국내에 출시된 기존의 미니사과들이 일본 품종으로 식감이 푸석하고 당도가 떨어졌다면, 국내의 한 젊은 농부가 개발한 천홍은 식감이나 당도, 산미의 밸런스가 기존의 큰 사과 못지않다. 특히 한 번에 사과 한 알을 다 먹기 힘든 1인 가구의 경우 크기가 반만 한 천홍은 더욱 환영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