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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유리한' 행복론

다채로운 채도와 표정으로 채워진 지금 여기의 유리.

BYELLE2020.12.04
 
 화이트 시스루 블라우스와 원피스는 모두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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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코트는 Givenchy. 골드 이어링은 Le Mas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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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원피스는 Boss Women. 블랙 튜브 톱 니트 원피스는 8 by Yoox. 부츠는 Aquazz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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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니드레스는 Lang & Lu. 사이하이 부츠는 Aquazz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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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본격적으로 유튜브 ‘유리한 TV’를 시작했어요. 계기가 있었는지 언젠가부터 조리법이나 건강 관리법을 유튜브 영상으로 찾는 제 모습을 보면서 영상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저 또한 엄청나게 잘 만든 영상만 보는 건 아니더군요. 혹시 내가 올린 정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올초 아버지와 함께 산행한 영상을 브이로그처럼 촬영했죠. 



편집도 직접 했고요 한 편 편집하는 데 한 달이 걸렸어요! (신)세경이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과 유튜브 관련 이야기를 자꾸 나누던 중 요리하는 걸 찍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렇게 탄생한 게 〈유리한 식탁〉이에요. 취미와 정보를 공유하고 싶었던 판이 커진 셈이죠. 
 
인스타그램에 ‘#유리한요리’ 해시태그로 요리 사진을 올린 지는 꽤 됐죠? 〈유리한 식탁〉을 보면 손님을 초대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호스트로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져요 처음에는 게스트를 초대할 계획이 없었어요. 그런데 레서피 설명이 말로는 쉽지 않다 보니 차라리 직접 촬영장에 가서 알려주겠다는 사람들이 생긴 거예요. 저도 어떤 게스트가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심지어 요리까지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모델 이소라 님은 제가 좋아한다는 걸 알고 제작진이 섭외한 경우인데, 처음 뵙는데도 서로 공감대가 있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스스로 몰랐던 능력에 눈뜬 셈이네요 생일 파티조차 직접 열어본 적 없는데 이렇게 자리를 먼저 만들고, 저를 위해 와준 사람들과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고 뿌듯해요. 주변 사람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첫 사극 〈보쌈-운명을 훔치다〉 촬영을 비롯해 연말에는 배우 권유리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잔뜩 기다리고 있어요. 연기는 어떤 만족감을 주나요 역할에 따른 새로운 옷을 입혀준다는 것,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를 풍성하게 만들죠.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요. 권유리로 산다면 평생 겪지 못할 일이 드라마에서는 벌어지잖아요. 원래 제 사고방식보다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는 것도 흥미로워요. 
 
그런 면에서 9월에 촬영을 마친 〈이별유예, 일주일〉이 특히 새롭지 않을까 싶네요.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밝고 씩씩한 모습과는 다른 역할을 맡았어요 처음엔 제 성격과 정반대인 또래 여성을 잘 연기해 낼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본인이 죽음을 택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싶었는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원래 작품을 마치고 나면 시원섭섭한 기분이 드는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죠. 박가람이라는 인물로 살 수 없다는 게 절망스러울 만큼요. 
 
원래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나요 많이 사랑받는 영화들, 로맨틱 코미디의 교과서 같은 영화라면 거의 다 좋아해요. 요즘은 공포영화나 스릴러를 많이 봐요. 너무 바쁘다 보니 공포나 생존 같은 본능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장르에 끌리나 봐요. 
 
반면 12월 개막을 앞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아주 따뜻한 이야기인데요. 지난해 연극 데뷔작이기도 했던 이 작품과 올해도 인연을 이어가게 된 이유는 모든 걸 아우르는 제일 강력한 이유는 이순재, 신구 선배님 두 분의 존재죠. 손녀 같은 여자아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드문데, 그런 작품을 특별한 두 분과 할 수 있으니까요. 
 
대선배의 존재가 어렵게 느껴질 것 같은데 당돌하고 사랑스러운 콘스탄스의 캐릭터가 힘을 줬어요. 두 분도 사람들이 당신을 어려워할 것을 알고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시는 게 고스란히 느껴지고요. 물론 엄하시죠. 많은 걸 배우고 많이 혼나고, 같은 공간에서 연습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소중해요. 수많은 조언이 정말 보물찾기 하듯 쏟아져요. 
 
사람들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정말 커 보여요. 스스로 어떤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저는 직접적인 위로가 아닌, 누군가의 음악 혹은 연기를 통해 위안을 얻었거든요. 저 또한 그런 위안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요. 그런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저를 더 건강하게, 좋은 생각을 하며 살 수 있게 해주고요. “쟤를 보면 기분이 좋아, 쟤는 재미있게 사는 사람 같아,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같은 것 있잖아요.
 
4년 전 작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연기력을 보고 놀랐어요. 소녀시대의 여러 멤버들이 연기자로서 훌륭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서로 조언하는지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저도 힘을 얻고 싶을 때 일부러 찾아볼 정도로 아끼는 작품이에요! 너무 좋아하는 조수원 감독님의 작품이었고, 오디션이라는 통과 의례를 거쳐 맡은 역할이거든요. 멤버들과는 너무 친하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져 성실하게 모니터해 주기는 좀 어렵고요(웃음). 작품 들어갈 때 기본적인 정보는 공유해요. 너 저 사람 안다며, 어때? 이런 거죠. 
 
2017년, 소녀시대 10주년을 기념해 〈주간 아이돌〉에 출연했을 당시 히트곡이 너무 많아 랜덤 플레이 댄스를 할 때 어떤 곡을 빼야 할지 고민해야 했어요. 가장 치열하고 바쁘게 살았던 때는 최근에야 지난날을 돌아보게 됐어요. 데뷔한 순간부터 최근 6개월 이전까지는 365일 중 362일을 항상 사람들 앞에 서서 내가 뭘 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나날을 보냈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오히려 한순간을 꼽을 수 없더라고요. 엄청나게 기쁜 일도, 슬퍼할 만한 일도 그렇게 영향을 받지 않고요. 
 
인터뷰를 앞두고 과거 영상을 보며 소녀시대가 얼마나 멋진 그룹인지 새삼 생각했거든요. 최근 수년 전의 K팝 무대가 주목받기도 하고요 저도 새로운 영상을 발견하면 먼저 단톡방에 공유하기도 해요. ‘와, 이때 우리 진짜 대단했다’ 싶기도 하고 그때 기분이나 공기가 떠오르기도 해서요. 너무 많은 무대를 했기 때문에 특정 순간을 꼽는게 어려운가 봐요. 과부하가 오기 전에 머릿속에 폴더별로 기억을 정리하고 차단해 버린 거죠(웃음). 
 
앞으로 유리의 삶에 춤과 노래는 어떻게 공존할까요. 지난해 팬 미팅에서 선보인 공연이나 안무 챌린지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자연스럽게 보여요 노래와 춤, 음악은 제 토대예요. 정말 좋아하는 일이고, 그래서 충분히 열심히 하고 즐겼죠. 다만 지금 제 나이와 계절에 맞는 연기를 재미있게 잘해내고 싶어요. 이 모두를 병행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건 또 그때라서 가능했던 것 같거든요. 제게 노래를 부르고 듣는 건 본능적인 행복이니 ‘하고 싶다’는 영감을 받는다면 그때가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소녀시대를 보고 자란 소녀들, 비슷한 또래 여성들이 이제는 직업을 갖고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나이가 됐어요. 얼마 전 함께 촬영한 〈문명특급〉 이은재 PD는 소녀시대 팬클럽 ‘소원’ 출신이고요. 어떤 기분인가요 제가 신인일 때부터 함께 일해 왔던 사람들을 13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 만날 때, 반갑고 고맙고 행복하거든요. 사실 요즘 좀 외롭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어요. 어른이 되는 게 성숙해지는 거라면 성숙해진다는 것은 외로움에 적응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런데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심지어 소녀시대를 보고 자라온 동시대 사람과 그 추억으로 유의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의미가 남다르죠. 처음에는 음악을 사랑해서 무대에 섰다면, 앞으로는 그런 순간들을 맞이하는 게 제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해요. 제 삶의 궁극적 지향점을 찾은 기분이에요. 
 
2년 전 한 인터뷰에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소녀’시대지만, 그래도 어른이 돼서 좋다고 느낀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선택권이 생겼다는 것 아닐까요. 다른 사람이 결정을 내린 걸 잘해내기만 하면 됐던 시절에는 이게 온전히 내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때로는 왜 사람들이 갑자기 나한테 물어보는지 혼란스럽고, 다시 아이처럼 해맑게 살고 싶기도 해요. 정말이지 선택할 수 있다는 즐거움만 빼면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게 없는 것 같거든요(웃음)! 덕분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나라는 사람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어요. 잘 견뎌내면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새로운 성취감을 실감한 적은 소녀시대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과 내가 즐거워서 함께 팀으로 일하는 〈유리한 식탁〉 촬영이죠. 얼마나 제 의지가 반영됐는지, 최선을 다했는지,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게 되더라고요. 원래 주인이 되면 사명감이나 무게감이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권유리의 미래에 스스로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잘하는 것만 고집하기보다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게 어떤 모습을 기대한다는 걸 알아요. 뭘 하든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끼고요. 하지만 사랑받기 위해 자신과 타협하지는 않으려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제 모습을 조금만 시간을 갖고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너그럽게, 저뿐 아니라 소녀시대 멤버들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어쩌면 우리 서로에게도요.  
 
 실크 블라우스와 이어링은 모두 Ports 1961. 레더 팬츠는 Iro. 링은 Hei & Engbrox.

실크 블라우스와 이어링은 모두 Ports 1961. 레더 팬츠는 Iro. 링은 Hei & Engbrox.

블랙 레더 재킷과 시스루 톱, 스커트는 모두 Valentino. 골드 이어링은 S_S.il. 사이하이 롱부츠는 Rachel Cox.

블랙 레더 재킷과 시스루 톱, 스커트는 모두 Valentino. 골드 이어링은 S_S.il. 사이하이 롱부츠는 Rachel Cox.

드레스는 Fendi.

드레스는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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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고원태
  • 에디터 이마루
  • 스타일리스트 서수명
  • 헤어 스타일리스트 미정(제니하우스)
  •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성희(제니하우스)
  • 디자인 변은지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