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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N번방 보도자, 추적단 불꽃

타인과 '연결'되며 살아가는 법을 잊지 않는 이들을 만났다. 모두의 안녕을 위한 지금의 고립이 끝나면 우리는 또다시 어깨를 맞댈 수 있을 것이다.

BYELLE2020.11.11
두 사람의 언론 인터뷰(사진출처 추적단불꽃 유튜브).

두 사람의 언론 인터뷰(사진출처 추적단불꽃 유튜브).

N번방을 추적한 기록을 책으로 펴냈다. 제목부터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인데  ‘우리’는 디지털 성폭력이 뿌리 뽑힐 수 있도록 감시하는 모두를 뜻한다. 책을 읽는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사는지는 중요치 않다. 디지털 성폭력을 해체하자는 목표를 갖고 ‘우리’와 함께 싸워주길 바란다. 
 
책을 읽으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취업, 대학원 진학 같은 일상이 흔들리면서도 사명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둘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걸까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성 착취와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간절할지 상상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연락해서 지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추적을 계속하는 당위가 됐다. 심적으로 많이 지쳤을 때, 서로 고통과 슬픔을 나눌 친구 한 명이 있다는 게 큰 위로였다. 추적단불꽃의 불꽃이 꺼지지 않은 것은 ‘우리’였기 때문이다. 
 
후배가 ‘지인 능욕 방’에 올라온 것을 목격하고, 아는 사람이 성착취방에 들어온 걸 발견하기도 했다. 국회나 언론, 사법부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힘은 우리를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더 많다. 우리 활동으로 인해 피해자 한 명이라도 삶의 선택지가 하나 더 주어진다면 그걸로 족하다. 〈보건교사 안은영〉에 이런 대사가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돼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돼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우리도 같은 마음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쉽게 바뀌지 않을,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끔찍한 결합물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도 ‘우리’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믿음으로. 
 
책에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연대를 끊고 싶다’는 표현이 나온다. “버닝썬과 N번방은 사건의 공간만 다를 뿐 여성의 성을 판다는 점에서 같다”고 이수정 교수도 발언한 바 있다 현재 우리도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는 시간 외에 ‘성매매’를 자본주의,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본 논의를 공부하고 있다. ‘성매매’의 맥락 또한 ‘디지털 성착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근절되어야 한다. 
 
두 사람 모두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기자 지망생이었다.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논쟁조차 남녀 대결 구도로 몰고 가지 말라는 반응에 대한 대응은 마침 우리 유튜브 채널 ‘추적단불꽃’에 질문 내용과 똑같은 댓글을 단 사람이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는 남녀 대결 구도를 만들려고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범죄’입니다. 이런 댓글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범죄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론장을 흐리는 태도입니다”라고 강경하게 답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 존재하지만 착취 영상의 수요가 더 많은 여성은 n차 피해를 겪을 확률이 훨씬 높다.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편으로는 ‘탈코르셋’이나 ‘비연애, 비혼’ 같은 최근 페미니즘 흐름이 공유하는 정체성 때문에 겪는 내면의 갈등도 느껴졌다. 각자의 애인과 아버지 이야기 등 가깝고 친밀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유는 우리 자신을 툭 터놓고 독자에게만은 솔직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20대 페미니스트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점을 가감 없이 쓸 수 있었던 게 예명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우리가 아니면 이 사실을 알릴 사람이 없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공론화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연대했고, 사건을 바로잡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이들도 생겼다. 혼자라면 못했을 일들인데 함께여서 할 수 있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성착취 현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범죄의 만연함을 체감하며 자연스럽게 피해자가 된 자신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가진 힘, 서로의 강인함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우리는 말하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7월 N번방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이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범죄’라고 선언하고 분노하고 있다. ‘왜 대대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을까?’ 생각한 후에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언론사와 협업하는 등 분노를 행동에 옮겼다. 현실에 눈감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우리와 연대자 모두 강인한 존재임을 느낀다.  
 
다른 형식의 성착취 범죄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으며,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범죄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 우리가 ‘추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과 연대했듯이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한 대학생에게 이메일을 받았는데 우리 활동에 자극받고 경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법 촬영물 유포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신고하고 있다더라. 이렇게 불법 촬영물을 범죄로 직시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 활동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이유다. 
 
N번방 관련 재판 소식을 꾸준히 전하는 계정(@nbun_out), 손정우 ‘웰컴투비디오’ 같은 아동 성착취를 알리는 타임스퀘어와 유튜브 광고를 진행하는 이들과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나 재판 방청 연대를 이끄는 여성들을 알고 있고, 책에 그분들의 활동을 언급하고자 연락한 바 있다. 모두 마찬가지로 익명으로 싸우는 중이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사실 서로 얼굴을 보고 힘을 얻고 싶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강의 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도 많이 만날 텐데 그들을 통해 느끼는 것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은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 그 용기와 끈기를 본받고 싶다. 공론화 이전까지 지치지 않고 추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성폭력수사팀 수사관들 덕도 크다. 
 
국제단체가 아동 성착취에 대한 본격적인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고 N번방 방지법과 디지털 성범죄 형량 등 가시적인 결과들이 보인다. 가장 뿌듯한 성과는 추적을 시작할 때부터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바랐기에 피해자가 ‘피해자성’을 벗고 본인답게 사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차다. 한 피해자 분이 하늘을 보고 우리가 생각났다며 무지개가 뜬 하늘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는데 울컥했다. 
 
피해자들은 고유하며, 피해 사실 하나로 그들을 재단하지 말고 개인의 삶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에 따라 인식하고 발화하는 형태가 다르다는 것, 모든 피해 경험이 각기 다르다는 걸 느낀다. 인터뷰에 응하는 피해자를 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용기가 된다. 그래서 손을 잡거나, 안아주거나, 편지를 써서 우리의 용기를 전한다. 국가는 범죄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수년간 방치하고 외면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법적·심리적 지원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두 사람 또한 심리상담을 받았다. 아웃리처 추적단불꽃의 단과 불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일상에서 얻는 기쁨은 (단) 혼자 책을 읽는 시간.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 내 마음도 같이 앉아 있는 느낌을 좋아한다. 독서, 명상, 청소, 식물 돌보기 등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불)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드라마 정주행을 좋아한다. 최근 운동도 시작했는데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활동을 오래 하기 위해서 건강도 잘 챙겨야 하니까.  
추적단불꽃이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

추적단불꽃이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첫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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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마루 / 류가영
  • 일러스트레이터 김다예
  • 디자인 김려은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