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수가 입은 화이트 시스루 셔츠와 체크 패턴의 셔츠 드레스는 모두 Dior. 진주 골드 링은 Favv. 고아성이 입은 트렌치코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는 모두 Burberry. 이솜이 입은 체크 트렌치코트는 Givenchy.

이솜이 입은 블랙 레더 재킷과 블랙 레더 스커트는 모두 Miu Miu. 귀고리는 Doigté. 레이스업 힐은 Max Mara.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고아성이 입은 테일러드 재킷과 골드 장식 롱부츠, 와이드 벨트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이어 커프는 Amondz. 왼손에 착용한 반지는 Hei. 오른손에 착용한 반지는 S_S.il.

니트 톱은 X2.
박혜수, 뜨거운 진심
」‘심보람’은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 우승자 출신의, 가짜 영수증 잘 만드는 회계부 수학왕이에요. 하지만 이런 배경 설명 없이도 ‘너디’한 이미지에 어눌한 말투 덕분에 충분히 범상치 않아 보여요 영화 〈문라이즈 킹덤〉의 안경 쓴 남자아이 기억나세요? 자레드 길먼이 연기하는 그 아이의 표정과 걷는 자세가 되게 특이하거든요. 비범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느낌을 생각했어요. 보람이가 앵글에 잡히기만 해도 ‘쟤 뭐지?’ 하는 시선을 받고 싶었어요.
영화는 한 회사의 영어토익반 여성들이 함께 불의에 맞서고 원하는 것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려요. 연기하며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순간이 있었나요 소심한 성격의 보람은 처음에 갈피를 못 잡아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8년 동안 반복적인 일을 기계처럼 하며 쌓인 무력감도 있고요. 하지만 자영, 유나가 그를 움직이게 만들어요. 그러면서 저도 사랑과 우정, 연대의 힘을 체감했어요. 이 영화는 그런 과정을 정말 멋스럽게 그리거든요. 세련되게요. 누구나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일 거라 예상하겠죠.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뻔하지 않아요. 신파도 없고요. 빨리 개봉하면 좋겠어요(웃음)!
개인적 삶에서 누군가와 연대와 사랑을 동력으로 움직인 경험은 이 직업을 택하고 나서 모든 발언에 조심스러워졌어요. 신념을 담은 발언을 하기엔 아직 제가 무지한 것 같고요. 그래서 사회 이슈에 관해 SNS에 목소리를 내고 싶다가도 두려운 감정이 들어요. 그러면 내가 용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자각도 함께 와요. 언젠가 한 번, 용기 내서 스토리에 소신을 밝힌 적 있어요. 다른 분들이 용기 내어 한 말에 힘을 얻어서요. 무언가 연결되고 모이는 순간이 저에게 용기를 준 거죠.
MZ세대로서 X세대인 90년대 여성의 삶을 연기하며 느낀 점은 커피믹스가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게 IMF로 가장 먼저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커피를 타던 여자 직원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커피 타줄 사람이 없으니까 간편한 커피믹스가 붐을 일으켰다고요. 〈삼토반〉 여자 직원들도 열심히 커피 타는 게 일이거든요. 실제로도 그랬던 거예요. 문득 이 사회가 짧은 시간에 나은 방향으로 많이 변화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공부 잘하는 대학생에서 〈K팝 스타〉 〈청춘시대〉로 이어지는 박혜수의 일대기는 그 자체로 청춘드라마 같아요. 우연한 기회, 망설임 없는 도전의 연속이죠. 실제로는 어땠나요 기회가 주어지면 항상 도전했어요. 그 결과 지금은 너무 행복하지만 돌이켜보면 결코 쉽지만은 않았어요. 정말 힘들 땐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법이잖아요. 〈삼토반〉으로 언니들을 만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면서 비로소 알게 됐어요. 지금까지 내게 기댈 곳이 없었다는 것, 언제나 ‘길 잃은 아이’의 마음이었다는 걸요. 저는 가진 것보다 운이 좋았어요. 너무 좋은 기회가 운 좋게 주어졌으니 힘든 감정을 느끼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마음 한쪽이 어딘가 끊어져 있는 상태로 오래 있었던 것 같아요. 언니들 사이에서 따뜻함을 느끼며 조금 더 자신을 아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반복해서 본 책이 여러 권이라고 들었어요. 어딘가 몰입하는 걸 좋아하나요? 요즘 꽂혀 있는 건 〈원스〉요. 영화를 처음 본 건 오래전인데, 〈원스〉 OST에 다시 꽂혔어요. 기타로 치고 피아노로도 치고 다시 영화도 보고요.
‘집콕’해야 하는 시간이 길었던 올해 일상을 어떻게 채웠나요 기타를 많이 쳤어요. 연습 좀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가 촬영 때문에 놓아야 했던 때가 많았는데요. 요즘은 매일 쳐서 손끝에 굳은살이 박였어요. 한강에도 자주 갔어요. 집에서 한강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걸려요. 밤에 ‘따릉이’ 타고 큰소리로 노래 부르면서 잠수교 달리는 걸 좋아해요. ‘질풍가도’ 같은 노래 부르면서 막 달려요.

이솜이 입은 블랙 포플린 톱과 체크 롱스커트, 사이하이 부츠는 모두 Prada. 박혜수가 입은 블랙 슬리브리스 셔츠와 체크 슬리브리스 롱 드레스는 모두 Prada.

이솜이 입은 레드 레더 드레스는 Boss Women. 목걸이와 이어링, 웨이브 반지, 심플 볼드 반지는 모두 Leyié. 블랙 롱부츠는 Reike Nen.고아성이 입은 레드 원피스와 핑크 슈즈는 모두 Louis Vuitton. 박혜수가 입은 레드 니트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커팅 디테일의 레드 튜브 톱 드레스는 A.w.a.k.e. Mode from Net-A-Porter.

고아성이 입은 목가적인 니트와 화이트 셔츠, 슬릿 스커트는 모두 Chanel. 투 톤 컬러 부츠는 Rekken. 박혜수가 입은 옐로 시스루 롱 드레스는 Blumarine. 브라운 컬러의 크롭트 니트 베스트는 Eenk. 체크 패턴 워커 부츠는 Fendi. 반지는 모두 Favv.

니트와 셔츠, 스커트는 모두 Chanel.
고아성의 무한한 흥미
」영어토익반 일원들이 연결돼 원하는 걸 이루는 서사를 연기하며 무엇을 느꼈나요 처음 세트에서 촬영한 날이 기억나요. 생산관리 3부. 자영이 소속된 부서의 세트였어요. 사무실에는 부장과 과장의 책상이 있고, 그 앞에 복도로 사용되는 공간에 말단 여직원들의 책상이 마치 벌 서는 것처럼 나와 있었죠. 거기에 모두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는데, 순간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다 싶은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들은 그래서, 그렇게 연결되는구나.
일터에서 혹은 개인적 삶에서 여성들의 진한 우정을 경험한 일이 많은 편인가요 많아요. 그걸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오랫동안 유지하려는 편이에요. 영화 〈오피스〉를 촬영한 게 6년 전인데, 그때 만난 류현경 배우와는 지금도 최고의 우정을 나누고 있어요. 〈항거〉를 하면서 만난 여배우들, 〈삼토반〉에서 만난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의도적으로 인맥을 만들지 못하는 편이에요. 내성적이기도 하고, 리더십도 없거든요. 모일 사람은 절로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삼토반〉 촬영 기간에 이솜, 박혜수와 합숙했다죠. 배우들의 자발적인 의도로 지방에서 촬영할 때 배우들에게 각각 숙소가 주어지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매일 밤 제 방에 모이는 거예요. 촬영 끝내고 나면 칫솔까지 가지고 모여서 한참 이야기하다가 자는 날이 이어지기에 ‘그냥 방을 합칠까?’ 했던 거죠.
함께 먹고 자고 일하며 알게 된 둘은 어떤 사람인가요 솜이 언니는 정말 열정적인 배우예요. 작품을 통해 봤을 땐 정적이고 나른한 이미지였는데 무척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에요.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대사가 없으면 만들어오기도 해요. 〈삼토반〉의 삼총사인 3명 중에선 어쩌면 혜수가 맡은 보람 역할이 가장 어려울 거예요. ‘너디’한 이과 여자이면서도 감성적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거든요. 그런데 혜수가 그 미묘한 양면성을 담백하게 만들어내더라고요. 전부터 혜수의 연기를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배우의 연기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여실히 드러나요. 매번 선택의 순간이 오거든요. 주어진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요. 혜수의 연기를 보고는 ‘쿨’한 사람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고아성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줏대 있어요. ‘줏대 있음’은 본인이 실제 삶에서도 지향하는 일면인가요 언젠가부터 그렇게 표현하려 했던 것 같아요. 계기가 있어요.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서봄이라는 주체적이고 유능한 사람을 연기하는 재미가 굉장했거든요. 쾌감을 느꼈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 작품 이후의 행보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
사진과 책, 음악 등 고아성이 지금껏 쌓아온 취향의 성은 연기 경력만큼 넓고 깊죠. ‘이거 내 취향이야’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결국 제가 궁금한 건 ‘왜 사는가’에 대한 얘기인 것 같아요. 〈항거〉가 끝나고 나서는 밝은 연기, 누군가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삼토반〉 대본의 첫인상이 정말 귀엽고 밝았거든요. 딱 제가 하고 싶은 연기였죠. 그런데 밝은 게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왜 사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걸 알게 되면서 이 작품에 무한 호감이 생겼어요.
연기한 시간이 긴 만큼 자신의 한 시절이 작품으로 기억되기도 할 텐데요. 지금 이 시절은 후에 어떻게 기억될까요 용기를 많이 내야 했던 시기랄까요. 지난 3년 동안 제가 뭔가 하고 싶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때론 그 조언을 들었고, 내 뜻대로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죠. 내 멋대로 밀고 나갈 땐 증명해야 할 부분이 생겨요. 그때마다 솔직히 두려웠고요. 하지만 결국 해냈을 때, 정말 기뻤어요. 그런 순간들이 또 삶의 이유가 되더라고요.
이전 〈엘르〉 인터뷰에서 영화 〈어느 가족〉에 나왔던 안도 사쿠라의 연기에 도달하고 싶은 어떤 지점이 있다고 했는데요. 지금 해내고 싶은 연기는 최근 제일 재미있게 본 영화가 〈남매의 여름밤〉이거든요. 그 영화의 동주 역요. 완전 감동받았어요. 그 꼬마처럼 연기하고 싶어요.
방송 예정인 새 예능 프로그램 〈바닷길 선발대〉를 준비하면서 최근 요트 면허를 취득했다죠. 바닷길을 달릴 수 있게 되니 달리 보이는 것이 있다면 요트를 타면서 조금 겸손해졌어요. 광활한 자연을 보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잖아요. 밤에, 먼바다에 나가본 경험도 새로웠죠. 이상하리만큼 하나도 안 무섭더라고요. 요트 위에서의 매 순간이 감동적이었어요.

레더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Miu Miu.
이솜이란 미지의 세계
」돌직구를 날리는 당찬 매력의 캐릭터 ‘정유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점은 일단 90년대란 시대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캐릭터가 유나라고 생각했어요. 패션이라든지 외면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고 준비했어요. 또 겉으로 강해 보이는 점 외에 내면적인 것, 정서적인 것이 뭘까 계속해서 감독님과 얘기하며 입체적으로 만들어갔어요. 이종필 감독님이 연기를 했던 분이라 배우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대화가 통했어요.
갈매기 눈썹부터 파워 숄더 정장까지, 90년대 스타일을 가장 화려하게 소화했어요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고, 정말 신나고 재미있게 준비했어요. 당시 영상이나 잡지 등 자료도 많이 찾아봤고요. 머리도 꼭 블루 블랙이어야 한다고 고집했죠. 집에 있는 앨범에서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똑같은 옷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티저 포스터에서 여자들이 힘차게 걸어 나오는 모습 그 자체로 기분이 좋더라고요. 여성들이 힘을 합치고 뜻을 이루는 영화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했나요 가장 공감되는 건 자신의 회사와 커리어,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어요. 그 시대에도 이렇게 멋있는 여성들이 존재했다는 것. 내게 주어진 몫을 정말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여성 배우들과 이런 이야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요.
이제는 ‘모델 이솜’보다 ‘배우 이솜’이 더 자연스러울 만큼 연기하며 살아온 시간이 축적됐어요.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아직도 부족하죠. 다만 오늘 화보를 찍다 보니까 예전에 모델을 했던 때가 잘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 분들을 오늘 오랜만에 봤는데, 느낌이 새로웠어요. “저 그때 어땠어요?” 하고 괜히 물어보기도 하고. 배우로 살아온 시간요? 길지도 짧지도 않게 느껴져요. 앞으로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그래도 지금까지의 방식이나 선택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이것저것 해봤던 것? 두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지나왔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는 것. 좀 더 즐겁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그래도 현장은 늘 좋았어요. 저는 촬영장에 있을 때 가장 텐션이 높아요. 힘들었던 현장은 힘든 만큼 더 오래 기억에 남아서 좋더라고요.
이솜 배우를 보면서 〈소공녀〉의 ‘미소’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거예요.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개성적인 캐릭터였죠. 본인에겐 어떤 의미로 기억되나요 책임감이 강했던 영화. 독립영화이기도 했고, 다 같이 고생하고 절박하게 했던 작품이라 더욱 특별하게 기억돼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한마음으로 함께했던 작품이에요. 결과를 떠나 정말 소중한 경험이에요.
많은 것이 달라진 2020년, 일상은 어떻게 꾸려가고 있나요 올해는 정말 이상했죠. 원래 작품이 하나 끝나면 여행 가서 스트레스 풀고 그랬는데.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운동을 많이 했어요. 특히 등산! 집 앞에 우면산이 있는데 매일 산책하듯 오르고 있어요. 우리 영화가 90년대, 그 시절을 열심히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영화를 찍으면서 지금 이 시간도 우리가 잘 이겨내고 있는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싶나요 액션물을 아직 못해봤어요.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도전해 보고 싶어요. 멜로는 그냥 항상 하고 싶은 것이고요. 좋은 분들과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 가장 영화 같았던 순간은 가끔씩 현실에서는 금지되거나 자제해야 하는 것이 꿈에 나타나곤 해요. 깨어나서는 ‘다행이다’ 하고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얼마 전에는 지구의 종말이 다가오는 꿈을 꿨어요. 이틀 뒤에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진짜 ‘끝’을 앞둔 상황에 처한다면 무얼 할 건가요 꿈에서도 그 고민을 하다가 깬 것 같아요(웃음). 나는 누구랑 있어야 하지?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하나하나 다 소중하다는 거예요.

블루 크롭트 니트 톱은 X2. 블루 레이스 풀 스커트는 Push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