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두 번 사랑하지 않는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은막은 한동안 사내들의 차지였다. 그곳에서 여자들이 제 몫을 하기란 여의치 않았다. 찬찬히 자리를 넓혀가는 여배우가 절실한 때. 그녀들에게 기대를 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유리엘과 류현경은 진화하는 캐릭터를 보여주기로, 큰 공백 없이 작품을 하기로, 그렇게 여배우로 살기로 약속했다.::유리엘,류현경,3.1 필립 림.도나 카란,셈피오네,토크 서비스,RM by 디테일,금은보화,구호,스페이드,왓아이원트,엘르,elle.co.kr:: | ::유리엘,류현경,3.1 필립 림.도나 카란,셈피오네,토크 서비스

유리엘, 콜링(Calling)에서 그녀를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유리엘’이라는 낯선 이름, 하지만 총명한 눈매와 선연한 목소리는 분명 수년 전 알던 그녀의 것이었다.5년 전, 유리엘은 ‘슈퍼모델 1위’ ‘이대 출신 슈퍼모델’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모델 일을 해볼 마음으로 대회에 나갔어요. 이걸 이용해 다른 걸 하려던 게 아니고요. 하지만 학력과 토익 점수로 화제가 됐죠.”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미디어와 쇼 비즈니스는 이런 뉴 페이스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곧장 트렌드 물 주연으로 발탁됐다. “연기 배워 본 적도 없이 용감하게 카메라 앞에 섰죠. 사실은요, 너무 무서웠어요. 뉴질랜드까지 가서 첫 촬영을 하는데 “큐!” 사인이 떨어지면 나는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대사만 열심히 외웠을 뿐인데요. 그땐 어렸고, 그저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름대로성취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좋아서 하자니 깊이가 부족했죠.” 턱시도 재킷은 3.1 필립 림, 화이트 실크 톱은 타임, 블랙 시가렛 팬츠는 도나 카란. 의 당당하고 이지적인 국제변호사 ‘박주원’. 의 명철한 완벽주의자 비서 ‘소피’. 두 캐릭터는 닮아 있다. “남들은 나를 차갑고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해외파로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하고 평범하고 잘 웃는, 나이 또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더 많이 봐주면 좋겠어요.” 유리엘에겐 공손함보다 불편함을 주기 십상인 자기 비하가 없다. 대신, 자기 인식이 있다. 잘난 부분을 감추기보다 인정하고 발전시키는 편이 영리한 시대다. “최악의 공포, 두려움은 내가 나를 의심하는 순간이에요. 스스로 ‘여기까지야’ ‘못하겠어’라고 말하면 나는 무너져요. 하지만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죠. 배우냐, 엔터테이너냐 물으면 글쎄요. 연기자로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다른 재능을 묵히고 싶진 않아요.”을 무한 반복해서 보던 여자,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여자,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을 최고로 치는 여자, 여성의 아름다움과 건강한 삶에 관심을 두고 기여하고 싶은 여자. 그녀가 다시 선언한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딴따라, 혹은 작가주의 배우, 혹은 슈퍼히어로. 유리엘이 어디 자리 잡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무엇이든 이뤄낼 것 같다. 신념으로 소명을 행하는 중이니까. 화이트 셔츠는 피아자 셈피오네, 화이트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보리 컬러 롱 스커트는 토크 서비스. 류현경, 모던 걸“우리 사회가 참…. 재미있었어? 어땠어? 이렇게 물어주면 안 되나요? 멋있게요. ‘향단’ 역할에 대해 1초도 고민 안했어요. 그 전에는 독한 캐릭터나 베드 신이 있는 작품 제의가 없었지만 하하.” 최근에는 인기몰이 중인 영화 에서는 갈구하는 대상에게 덤벼드는 캐릭터로 열연 중인 배우 류현경. 그녀에게서 속의 페이 더너웨이, 에 나온 진 셰버그가 묘하게 겹친다. 둘 다 누벨바그 감독들의 작품, 그리고 서늘한 이성과 자의식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다. 마침 그녀가 장 뤽 고다르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에게 미쳤던 적 있어요. 여자 마음을 참 잘 알죠. 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요.” 일부는 에서 그녀를 발견한 듯 수선을 피웠지만 사실 그녀는 촬영현장이 익숙한 배우다. 열여섯 살에 드라마 에서 김혜수의 아역으로 데뷔했고, 등 30편의 작품에 출연했으니까. 그 중엔 그녀가 직접 감독한 작품들도 있다. “중학생 때 홈비디오로 영화를 찍었어요. YMCA 청소년영화제에 냈는데 떨어졌죠. EBS 에서는 방영됐어요. ‘내가 재능 있나?’ 싶더라고요. ” 이내 그녀는 입술을 뾰족하게 만들고는 툴툴거렸다. “이제 안 할래요! 작품으로 얘기되고 연출로 비교돼야 하는데 ‘감독하는 배우’로 싸잡아 말하니까. 힘이 쭉 빠지는 거 있죠. 쓰다 만 시나리오는 많아요. 무궁무진하죠. 어쨌든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으니까….” 라이트 그레이 드레스는 RM by 디테일, 블랙 샹들리에 이어링은 금은보화. 류현경은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았던, 마법 같은 순간에 대해 얘기했다. “찡한 게 없었어요. 미치도록 갖고 싶은데 어쩔 줄 몰랐죠. 좋은 연기자 선배들이 많지만 열정 없이, 눈에 초롱초롱함이 사라진 채 연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나도 저렇게 되겠지’ 싶었죠. 그러다 을 만났어요. 감정의 교감이라는 걸 처음 느꼈죠. 저절로 이뤄졌어요. 때가 됐나 봐요.”‘때’를 만난 류현경은 연기자로 평생을 살겠다 다짐했다. 법정 스님의 책 에 이런 말이 나와요. ‘진공묘유(眞空妙有)’. 아, 잠깐만요. 너무 좋아서 휴대전화에 메모해 놨어요. 7월 26일 새벽 5시 25분에 해놨네. ‘텅 비울 때, 오묘한 존재가 드러난다.’” 흥행 3연타석 후 사람들은 그녀에게 “왜 그리 다작을 하냐?”고 묻는다. 보라, 그녀의 존재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렇듯 오묘하게 드러났다.케이프 형태의 블랙 코트는 구호, 골드 이어링과 링은 케이트 스페이드, 하이힐은 왓아이원트, 빈티지 모자와 블랙 크로셰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