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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유튜버, 신세경

일기 쓰듯 일상을 오롯이 기록한 영상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채우며 시작된 신세경의 새로운 챕터.

BYELLE2020.09.02
 
체인 장식의 니트 원피스와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체인 장식의 니트 원피스와 부츠는 모두 Bottega Veneta.

드레스와 검지에 낀 골드 링은 모두 Givenchy. 이어링은 Numbering.

드레스와 검지에 낀 골드 링은 모두 Givenchy. 이어링은 Numbering.



얼마 전 개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전과 똑같아요(웃음). 그래도 체감하는 것보다 귀하고 소중한 일인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거든요.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 개설 목적을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고 적었어요. 그 당시엔 왜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나를 있는 그대로, 그냥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물론 유튜브로 보여주는 모습도 순도 100% 진짜는 아니에요. 베이킹 촬영하기 전엔 부엌 아일랜드 상판을 한 번이라도 더 닦죠. 평소에는 난장판이에요(웃음).
 
TV와 영화계에서 오래 활동한 배우로서 유튜브를 시작한다는 것에 심정적인 허들이 있지는 않았나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평지를 뚜벅뚜벅 걸어 좀 다른 색깔의 문을 열고 들어간 느낌이었죠.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사방이 다 뚫린 시대를 살고 있는 걸요.
 
유튜브 구독자들은 대체로 당신의 내면이 단단하다고 느껴요. 멘토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멘토라니요. 제 코가 석 자인데요. 전 무척 무른 사람이에요. 한 대 퍽 맞으면 나가떨어질 인간이죠. 그래도 나이가 조금씩 드니 매일같이 대미지를 입어도 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 균형 감각 정도는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뭘 보고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일상을 충실하게 보내는 모습 때문일지도요. 하루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차곡차곡 채우며 살잖아요 일과를 계획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열 가지 계획을 세우고 그중에서 대여섯 가지만 해내도 성공이라는 걸 알거든요. 물론 아무 계획 없이 무료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는 날도 있어요. 일이 벅차거나 파도 같은 날이 이어지면 중간중간 무료한 하루를 만들죠. 그런데 진짜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생각한 날에도 베이킹은 하더라고요. 베이킹이 제겐 치료제 같은 거예요.
 
베이킹의 어떤 면에 위안을 얻나요 아무래도 촉감 때문인 것 같아요. 빵이 다 구워졌을 때보다 반죽의 발효가 완벽하게 됐을 때 더 기분 좋고요. 베이킹은 손맛보다 계량이에요. 0.1g도 틀리면 안 되고, 1℃만 차이 나도 다른 맛이 되죠. 정답을 향해 가는 모험 같아요.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면이 있어요.
 
잘 먹는 일에도 무척 진심이죠. 먹는 일만큼 일상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머릿속에 뭘 집어넣는 일, 나에게 귀감이 될 무언가를 마음속으로 먹어 치우는 일이 아주 중요하고요. 운동도 빼놓을 수 없어요. 미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체력이 버팀목이라서요. 집에서 쉴 때도 혼자 운동하며 운동 노트를 써요. 이 운동 노트가 굉장한 성취감을 줘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뿌리깊은 나무〉 때 체력이 굉장히 떨어졌어요. 몸이 안 좋으니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었어요. 그 이전엔 운동한 적 없거든요. 다이어트도 식이요법으로만 했고요. 체력이 바닥을 치면 70 정도 할 수 있는 장면도 35밖에 못해요. 그때부터 운동에 매달렸어요. 열심히 하니 체력이 좋아지고, 심적으로 여유를 얻었어요. 연기하는 태도나 자세까지 달라지는 걸 몸으로 느꼈고요.
 
새틴 소재의 재킷과 시스루 톱, 팬츠는 모두 Valentino.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새틴 소재의 재킷과 시스루 톱, 팬츠는 모두 Valentino.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새 드라마 〈런 온〉 촬영이 코앞이에요. 작품에 대해 어떤 걸 상상해 봤나요 〈런 온〉과 어울리는 음악과 향기, 이미지, 색깔 같은 걸 떠올려보고 있어요. 푸릇푸릇한 여름에 촬영을 시작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해 질 녘 노을 같은 주황빛이 떠올라요. 〈런 온〉이 인물들 각자의 상처를 보여주고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내는 방식이 무척 따뜻하거든요. 
 
〈런 온〉에서 연기할 오미주는 어떤 여자인가요 자기만 알고 살아온 사람이에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삶을 살아서, 밥만 제때 먹고 살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자수성가했고요. 드라마가 오미주를 보는 방식이 좋아요. 그녀의 힘든 삶에 연민을 가지지 않아요. 
 
지금껏 우직한 면이 있는 여자들을 자주 연기했어요. 본인이 지닌 우직한 면은 전 우직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지금껏 ‘워너비’인 캐릭터를 자주 연기해 온 것 같아요. 단단하고 대쪽 같은 여자들. 전작 〈신입 사관 구해령〉의 구해령처럼요. 
 
구해령의 면면 중 꼭 하나만 닮을 수 있다면 겁없는 거요. 두둑한 배짱도. 
 
닮고 싶은 사람을 작품을 통해 만난다는 건 어떤 경험인가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희열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사실 그보다 관객들이 얻는 긍정적인 감흥이 훨씬 더 큰 성취감을 줘요. 
 
과거의 여러 인터뷰에서 ‘균형’이라는 말을 자주 쓰더군요. 균형 감각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인간은 입체적이잖아요. 함께 잘 살아가려면 각자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죠. 마음속에 조그만 방을 만들어두고 ‘사람은 입체적이다’라고 써붙여놓았어요. 마음의 안식처죠. ‘기대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다’라는 말도 늘 떠올리고요. 
 
김칫국 마시는 타입은 절대 아닌가 보군요 절대로요. 
 
데뷔 이래 지금까지 연기를 인정받았다고 느낀 순간은 아직 없어요. 저 아직 인정 못 받았어요. 멀었어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정말로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요. 
 
〈뿌리깊은 나무〉 제작진 중 장태유 PD가 소이 역을 두고 ‘딱 너처럼 하면 된다’고 설명했을 때 ‘나를 잘 모르고 하신 말씀이다’라고 덧붙였죠. 스스로 ‘불같은’ 사람이라고도 했고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요. 제가 느긋하고, 여유롭고, 생각을 다 정리한 다음에 말로 뱉고, 말수도 적고, 말이 느리다고요. 다 아니거든요. 전 일단 말이 정말 빨라요. 평소 대사 연습을 원래 템포보다 두 호흡 정도 천천히 한다는 생각으로 할 정도로요. 
 
어릴 때의 꿈 중엔 오프라 윈프리도 있었죠 되게 어릴 때요. 지금은 불가능한 꿈…. 김칫국 안 마셔야 하니까요(웃음). 그땐 사람들과 진솔하게 소통할 방법이 토크쇼뿐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정말 많은 방법이 있죠. 유튜브로 그때의 꿈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해요.  
 
드롭 이어링은 Ille Lan.

드롭 이어링은 Ille Lan.

그레이 원피스와 니트 스타킹은 모두 Prada. 드롭 이어링은 Ille Lan.

그레이 원피스와 니트 스타킹은 모두 Prada. 드롭 이어링은 Ille Lan.

체크 패턴의 재킷은 EENK.

체크 패턴의 재킷은 EENK.



적어도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요 무해한 사람요.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사람이 되면 성공했다고 느낄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진짜 어렵잖아요. 내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작은 돌멩이, 뱉은 농담에도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 있어요. 박장대소하면서 나도 모르게 옆 사람을 툭툭 때렸는데 그 사람은 그걸 너무나 아프게 느낄 수도 있고요. 
 
자기 검열을 계속하는군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걸러내야 할 것을 찾아요. 누군가 진심을 오해하면 다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고요. 오해가 생기는 건 정말 싫어요. 
 
학창시절엔 본인의 본성을 바꾸지 않고 예술적 감성을 펼칠 수 있는 직업이기에 소설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죠. 배우는 과연 본성을 바꿔야 하는 직업일까요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는 말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직장인인 절친들의 이야길 들어보니, 무슨 일을 하든 자기 본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도 내 본성대로 뭔가를 하고 싶다면, 유튜브 계정을 하나 새로 파거나 익명으로 뭔가를 하면 돼요. 방법은 많죠. 
 
요즘은 행복의 척도가 무엇에 달려 있는 상태인가요 촬영 직전에 긴장이 극에 달하는 타입이라 지금이 가장 고통스럽거든요. 이럴 땐 차라리 눈앞의 하루하루에 집중해요. 묵묵히 내 할 일 하면서 기다리는 거죠. 원래 새로운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에요.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편이고요. 안전을 지향해요. 하지만 전 배우잖아요. 새 작품, 새 사람, 새 환경과 늘 협업해야 하잖아요. 모든 순간이 저에겐 도전인 거죠. 
 
그럴 때 용기를 북돋우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친한 언니 중에 미국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다 치대로 진로를 바꿔 의대 공부를 다시 한 사람이 있어요. 겁이 나고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그가 통과했던 기나 긴 고통의 시간을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우상은 아주 가까이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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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 고원태
  • 스타일리스트 김현정
  • 헤어 정영(쌤시크)
  • 메이크업 이소예(쌤시크)
  • 디자인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