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셔츠와 바지는 모두 Stussy by Heightsstore.

그레이 티셔츠는 Stussy. 레드 점퍼는 Mschf. 데님 팬츠는 I Am Gia by Dolls Kill. 스니커즈는 Converse. 선글라스는 Unif. 양말은 Stussy.
‘박문치’는 페이스북에서 투표로 정한 예명이라죠 우리 집 강아지 뭉치의 이름을 받침만 바꿔서 붙인 이름이에요. 투표 중에도 속으로 박문치가 1등하길 바랐어요. 모호성이 있어서요. 여자인지 남자인지, 솔로인지 그룹인지, 가수인지 프로듀서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이잖아요.
화제가 된 〈놀면 뭐하니?〉 출연은 소속사가 없던 때에 제작진이 본인의 휴대 번호를 수배하다시피 찾으며 이뤄졌다면서요 웨이비 오빠가 어느 날 “문치야, 너 수상한 거 좋아하지? 나 엄청 수상한 연락을 받았어. 네 번호를 찾는대. 근데 MBC래.” 이러더라고요. 웨이비 오빠가 저랑 티셔츠 제작 협업을 했거든요. 그래서 웨이비 홈페이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이 들어온 거죠.
당시 제주도에 있던 이효리가 제작진에게 박문치를 적극 추천했다고요 첫 아이디어 회의 때 제작진이 말해주더라고요. 진짜 웃겼어요. 너무 놀라서 “이효리요?” 했더니 “문치 씨는 이효리도 모르는 세대인가?”라고 하는 거예요. 이효리를 어떻게 몰라요! 너무 잘 알죠. 깜짝 놀랐고 친구들에게 엄청 자랑했어요.
방송 이후 ‘쿨한42’의 음원 발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싹쓰리의 데뷔 후보 곡 작업은 본인에게 어떤 이벤트였나요 너무 큰 일이라, 촬영할 땐 실감이 안 났거든요. 그 후에 ‘여름 안에서’ 편곡 작업하려고 싹쓰리의 원 녹음 소스를 우리 집 컴퓨터로 듣는데, 그때 진짜 확 와닿았어요. ‘내가 지금 비랑 이효리의 원 소스를 편집하고 있네? 뭔 일이래?’ 지금도 신기해요.
방송에 입고 나온 타이다이 티셔츠도 그렇고, 평소에도 복고풍 패션을 즐기잖아요. 레트로 음악에 심취하며 만들어진 스타일인가요 사실 꽤 오래된 취향이에요. 광장시장과 동묘에 다니기 시작한 게 중학생 때니까요. 가장 질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 빈티지 제품인 것 같아요. 확실히 소재가 좋아요. 통통한 체형이라 애매한 느낌의 요즘 옷보다 오버핏이 많고 입기에도 재미있는 빈티지 스타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면도 있고요. 언제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걸 찾아다니는 편이라, 패션에서도 좀 색다른 걸 하고 싶었던 거죠.
복고풍 음악을 탐구하기 시작한 이유도 그와 비슷한 걸로 알아요. 요즘 음악이 다 비슷하고 식상하게 느껴져서 특히 한창 아이돌이 쏟아져나오던 때에 그런 감정이 강했어요. 그게 그거 같더라고요. 대중이 ‘간지 난다’는 음악이 하나같이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음악은 결국 개인의 취향 문제이니…. 그 무렵 음악 사춘기를 겪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좀 더 심도 깊게 해보고 싶어서 조금 더 음악적인 걸 녹일 수 없나 고민할 때였죠.
90년대 음악을 ‘디깅’할 때 가장 처음 듣기 시작한 곡은 무엇인가요 H.O.T.의 ‘캔디’ 무대를 본 날이 기억나요. 비주얼도 무대 매너도 너무 재미있고 신선했어요. 요즘은 그런 무대를 볼 수 없잖아요. 원래는 80년대 음악을 파보려고도 했거든요. 아하(A-Ha)나 릭 애슬리, 마이클 잭슨 음악 같은. 요즘 잘 안 쓰는 소스들이 엄청 많아서 재미있더라고요. 사람들이 계속 듣는 이런 음악이 결국 클래식인 거잖아요. 80~90년대 음악 중엔 음악적으로 잘 풀려 있는 좋은 곡이 정말 많아요. 듣기 좋고 신선한 자극이었어요. 사실 이런 음악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계속 들어왔어요.
집에 커다란 전축이 있었고, 부모님도 음악을 워낙 좋아하셨다죠 부모님께서 팝을 엄청 들으셨어요. 초등학교 때 차 타고 등하교할 때도 늘 음악과 함께였어요. 부모님은 고가구 모으는 취미도 가졌어요. 우리 집 인테리어는 ‘찐’으로 앤티크 스타일이에요. 엄마도 옛것을 좋아하시는 거죠.
취향 면에서 대물림된 DNA가 있는 것 같네요 네. 우리 가족은 옛것에 대한 거부감이 ‘1’도 없어요.
가장 센세이셔널하게 느낀 과거의 대중가요는 량현량하와 유피 노래요. 다같이 재미있고 행복한 음악들이죠. 나는 정신 건강과 행복이 엄청나게 중요한 사람이라, 그런 음악이 정말 좋아요. 음악 전공하고, 일 시작하던 무렵에 다들 말했어요. 이제부터 음악에 흥미도 사라질 거고 기계처럼 될 거라고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요. 음악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거고, 소중하거든요. 그래서 제 취미 활동과 본업을 따로 두기 시작했어요. 최대한 재미있게 오래 음악 하고 싶어서요. 프로듀서 박문치는 제 본업이고, 박문치 이름으로 내는 음악들은 취미 활동이에요.
음악 프로듀서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어려서부터 기타와 피아노, 리코더 등의 악기는 계속했고요. 진짜로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고1 말이었어요.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공부하기 싫은데 큰일났다. 나는 음악을 잘하는 것 같으니 그냥 음악 해야겠다. 입시 앞두고 이루어진 아주 현실적인 선택이었죠. 이 음악, 저 음악 다 해보고 싶어서 프로듀서가 됐어요.
〈놀면 뭐하니?〉에서 박문치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저 ‘레트로 장인’으로 알겠지만 사실은 강다니엘의 ‘Interview’, 엑소 수호의 ‘사랑, 하자’, 죠지의 ‘바라봐줘요’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어요 일할 땐 장르를 안 가려요. 정말 다양하게 작업해 왔어요.
이토록 버라이어티한 음악적 자양분을 어디에서 얻은 것 같나요 끝없는 디깅? 많이 듣는 게 재산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라 고등학생 때부터 디깅을 엄청 했어요.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준 아티스트는 루이스 콜이랑 슈퍼 오가니즘이에요. 오픈 채널, 열린 마음으로 하는 음악을 추구해요. 유명한 세션을 써서 만든 좋은 곡보다 다같이 즐겁게 하는 음악이요.
박문치의 싱글은 처음부터 ‘히트’였어요. 유통사 없이 혼자 만들고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도 직접 찍은 첫 싱글 ‘울희액이’는 온라인 유머 페이지에 퍼지면서 이슈가 됐죠 진짜 그땐 모든 게 즉흥이었어요. 제가 ‘인간 ENFP’거든요. 즉흥으로 머리에 떠오른 게 있으면 바로 해버려야 하는 사람이에요. 앨범 커버 찍은 날도 학교 오빠들 데리고 수업 빼먹고 명동에 간 거예요. 나름 거금인 70만원짜리 미러리스 카메라를 샀는데 뽕을 뽑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바로 영상까지 촬영해 버렸어요. 그 별난 착장으로 명동에 있어 보니, 확 부담스럽게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이 왔거든요.
콘티 따위 없었겠군요 다 즉흥이었어요. 돈도 없어서 오빠들 페이로 그때 입은 옷을 줬어요.
‘널 좋아하고 있어’ 인트로에 얽힌 사연도 재미있어요. “박문치, 박문치!”라고 구호 외치는 사운드 샘플을 수많은 지인에게 음성 메모를 받아 만들었다고요 사람들에게 보이스 메일을 보냈어요.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박문치 여섯 번 외치기 챌린지에 당첨되었습니다!” 도입부에 환호성을 넣고 싶은데 “박문치!”라고 외치는 샘플은 없잖아요. 그렇게 수십 명에게 음성 메모 받아서 인트로를 만들었죠. ‘널 좋아하고 있어’의 정보란에 적어둔 ‘땡스 투’가 대박이에요. 엄청 길어요.
재능 있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뭉쳐서 재미있는 일 벌이는 걸 잘하네요. 친구들과 함께 음악 하면서 가장 신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내 음악에 함께하는 친구들이 모두 진심으로 재미를 느낄 때요. 다 함께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것이 나에겐 정말 의미 있고 중요하거든요.
한편 90년대의 느낌을 완벽히 재현한 걸 그룹 치스비치에서도 프로듀서이자 멤버로 활동 중인데요. 얼마 전 치스비치가 요정 컨셉트를 버리고 여전사 느낌으로 돌아왔어요 ‘흑화’됐죠. 굳이 스토리텔링을 넣자면 지난 싱글인 ‘Summer Love...’와 ‘Just 4 U...’에서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 뒤, 이별한 연인에게 ‘너에겐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랄까요. 치스비치 활동도 진짜 재미있어요. 사람들에게 ‘나 아이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기고(웃음). 제가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어요. 사실 워낙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거라 그저 신나요.
치스비치나 박문치 싱글에 실린, 90년대 음악을 한 땀 한 땀 재현한 곡을 듣고 있으면, 그 시절 음악에서 꼭 가져오고 싶은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함과 촉촉함, 무턱대고 행복한 기운 같은 게 그 시절 음악에 있다고 느껴요. 그런 음악에 녹아 있는,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감성을 가져오고 싶었어요. 요즘은 정말 메말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이 세상 전체가 말이에요. 나는 음악 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가져와서 ‘이거 좋지 않아?’ 하고 보여주는 거죠. 사람들에게 관심 끌려고 레트로 음악을 하는 게 아니고요. 80~90년대가 문화 르네상스였던 것 같아요. 그땐 진짜 별별 음악이 다 있었어요. 요즘은 ‘이런 걸 한다고?’ 싶은 음악이 없잖아요. ‘이런 걸 해?’라고 느껴지는 음악을 하려면 댓글로 욕부터 먹어요(웃음).
앞으로 꼭 한 번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 아이유요. 그 분이랑 정말 재미있는 거 해보고 싶어요.
지금 가장 ‘쿨’하고 재미있는 레트로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겠죠 내 음악이 레트로에만 한정 지어지지 않았으면 해요. 사실 레트로한 사운드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거든요. 나는 내 식대로 풀어서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었을 뿐이고요.
자신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재미’와 ‘간지’요. 뭐, 다 하겠다는 거죠. 이 둘이면 끝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