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올해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승자를 가리다

‘제 점수는요’에 가슴 떨고, 아저씨와 선준 도령에게 마음을 뺏기고, 스티비 원더를 보며 눈물 흘렸던 지난 1년. 빅 이슈와 시시콜콜한 재미로 가득했던 2010년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승자는?

프로필 by ELLE 2010.12.23

novel

올해 최고의 소설
미친 추종자라고 해도 좋다. 난 2000년대 최고 소설가는 데니스 루헤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 번역되어 나오는 순간 베스트 0순위는 늘 루헤인이다. 올해의 작품은 <운명의 날>. 모든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글재주와 호흡을 보고 있으면, 질투에 사로잡힌다. 아무렇게나 뻔한 얘기를 쏟아내도 캐릭터가 ‘꿈틀’ 살아 움직인다. 비소설 분야에서는 말랑말랑한 정신분석 미술서 <모나리자 훔치기>가 나의 뇌를 짜릿하게 사로잡았다. 전종혁·<프리미어> 기자
황석영도 아니고 신경숙도 아니다. 김태용이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나온 <숨김없이 남김없이>는 소설의 예술적 자각에 대해 깊이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시적인 한국 소설은 본 적이 없다. 소통과 취향의 측면에서 논쟁적이지만, 김태용이 한국 소설의 지형을 백 걸음쯤 넓혔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자음과모음은 젊은 작가들과 시도 때도 없이 작당 모의한, 올해 최고의 출판사다.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1Q84>. 몇 년 동안 비소설만을 읽어왔던 사람들마저도 다시 소설 섹션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하루키의 최신작. 그리고 몇몇 사람들에겐 그동안 지속되어온 하루키에 대한 지지를 철회시키며 고단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해준 작품.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김훈 작가를 두고 ‘한국 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랬나. 편혜영은 ‘벚꽃처럼 내린 축복’. 일단 그녀는 예쁘니까. <재와 빨강>의 그로테스크한 무드도 매력적이지만, 문장 간 빈틈없이 치밀한 구성도 놀라웠다. 젊은 작가들의 자기만족에 겨운 헐거운 소설만 읽다가 간만에 충실해진 기분. 김나랑·<엘르걸> 피처 에디터 오르한 파묵을 줄곧 위대한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험’이 아닌 ‘지식’에 기반한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 이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라는 작가의 다짐이 유발한 궁금증에 이끌려 첫 페이지를 열었다, 자꾸만 속수무책으로 소설 속 그 남자가 되고 그 여자가 되기를 반복했다. 읽는 내내 ‘순수’와 ‘사랑’과 ‘집착’의 겹쳐짐에 대해 고민했다. 지난 내 여름을 지배한 끈질기고 아름답고 잔인한 소설. 유주희·<엘르걸> 피처 에디터
정영문의 소설이 한결같다는 말은 삶의 복잡함과 내밀함도 한결같다는 말이다. 올해도 정영문의 새로운 소설이 심화의 관점에서 비평된 일은 없었으나, 적어도<바셀린 붓다>는 전작들보다 좀 더 웃긴 소설이다. <바셀린 붓다>를 읽고 웃지 않았다면, 당신의 딱딱한 머리는 올해도 한결같았다는 뜻이다. 정우영·<지큐> 피처 에디터



variety show

올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화제성으로는 엠넷 ‘슈퍼스타 K2’가 최고. 하지만 엉망인 선곡에 존박에게 셜록 홈스나 입을 코트를 준 무대연출은 오그라들 정도였다. 반면 ‘무한도전’은 과거만큼 화제는 아니다. 하지만 ‘감성 예능’이라 할 만했던 ‘텔레파시 특집’은 여전히 ‘무한도전’답게 새롭고, 완성도도 높았다. 강명석·‘텐아시아’ 기자
유브이(UV)의 ‘쏘 쿨’한 거짓말을 토대로 제작된 페이크 다큐 ‘UV 신드롬’. 김수미의 간장게장을 놀라게 한 홈쇼핑에서의 앨범 판매, 음악 방송을 거부하고 기사 식당에서 진행된 공연 등 매 편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아이돌에 대한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 지드래곤의 선정적인 공연 등 민감한 소재도 패러디했던 그들은 완판남 이전에 진정한 완소남. 김나랑·<엘르걸> 피처 에디터
‘뜨거운 형제들’. 딱 프로야구의 신예 거포 같았다. 어떤 날은 어이없는 공에 4연속 삼진. 또 어떤 날은 머리에 맞히려고 던진 공을 쳐서 홈런. 무엇보다 ‘아바타 소개팅’의 초대박 퍼레이드는 쌈디와 박휘순을 중심으로 김구라, 박명수의 매력을 십분 뽑아냈다. 한번 방송에 빠지면 일주일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아바타로 조종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중독성도 굉장했다. 이명석·문화평론가
무한도전의 ‘WM7 프로 레슬링’ 특집. 소싯적 미군 방송의 프로레슬링 중계를 보고 어설프게 그 흉내를 내본 남자들은 다 안다. 멤버들이 구사한 기술들이 가진 고통스러움과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점차 그들이 진짜 레슬러가 되는 과정에서 남성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꼈고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 기똥찬 편집과 배경음악은 기립 박수감이다. 김영재·<엘르> 피처 에디터 엠넷의 ‘비틀스 코드’.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독창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슈퍼스타 K2’의 윤종신과, ‘UV 신드롬’의 유세윤이 함께했으니 이보다 ‘핫’한 조합이 있을까. 비틀스를 패러디한 MC들이 초대 스타들의 ‘평행이론’을 억지로 우기는 이 방송은 기가 막히게 웃기고, 은근히 지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쿨하다. 김아름·<엘르걸> 피처 에디터 ‘무한도전’의 인기와 지지도는 해를 거듭하며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방영된 ‘텔레파시’ 편에선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무한도전’의 지난 에피소드를 다 알고 있었다. 그만큼 ‘무한도전’은 ‘뭘 해도 되는’ 프로그램이다. 재밌는 건 이 프로그램이 거둔 성취가 MBC가 아니라 김태호 피디와 출연자들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방송사보다 영향력이 더 큰 예능 프로그램.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record

올해 최고 or 최악의 국내 음반
올해 최고의 국내 음반, 아니 음악은 장재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강승윤의 ‘본능적으로’ 그리고 ‘넬라 판타지아’. 이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포크’에 대한 열망이다. 후크송이 범람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은 진짜 ‘노래’라는 걸 부르고 싶을 거다. 그냥 소비되는 음악이 아니라 내 감정을 실어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노래. ‘슈퍼스타 K2’와 ‘남자의 자격’ 합창단 오디션 스타들이 부른 노래는 바로 이러한 갈망에 대한 간절한 응답이다.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최고의 음반은 원조 홍대 여신 이아립의 <세번째 병풍?공기로 만든 노래>다. 여신의 신비로움과 아티스트의 현실감을 동시에 지닌 이아립 앞에 얄궂은 짝퉁 홍대 여신들은 모두 ‘버로우’해야 한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국내 음반은 태양의 다. 젊고 재능 있는 가창자가 그렇게 야망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너무한 ‘안전빵’ 앨범이었다. 현현·대중음악평론가 개별 곡으로 보면 태양도 정엽도 좋았다. 앨범 전체라면 딱 떠오르는 건 에피톤 프로젝트의 <유실물 보관소>다. 모든 곡이 좋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도 있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여러 보컬들의 참여로 불식시켰다. 한편 DJ DOC의 새 앨범에 대해 꽤 많은 사람이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풍류>는 적당하다. 하지만 그들이 적당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지금 플레이어를 재생한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시와의 1집 <소요>. 물론 올해 최고의 음반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최고(古)의 음반이다. 그녀의 곡 ‘화양연화’를 들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정규 1집을 기다렸다. 그녀와 만났을 때는 어떻게 가수로 살아갈지 궁금했다. 망설이듯 떨리는 목소리가 주무기인 그녀의 음악은 과연 어디로 갈까? 프로듀서를 맡은 오지은의 3집도 벌써 기다려진다. 전종혁·<프리미어> 기자 이지형의 <봄의 기적>. 음악에도 TPO가 있다. 겨울마다 이별을 반복하던 내게 이지형은 ‘아…또 겨울이 왔나 봐. 왜 겨울은 이렇게 아픈 건지’(‘늘 묻고 싶던 말’ 중)라고 노래했다. 이지형이란 남자, 내 연애사를 아는 건지 한 곡 한 곡 폐부를 찌른다. 그대는 진정 사랑을 아는 뮤지션. 김나랑·<엘르걸> 피처 에디터 2010년에 발매된 국내 음반들 중 특히 최고라고 꼽을 만한 ‘물건’은 없지만 흥미로웠던 곡들은 있다. f(x)의 ‘New ABO’가 그랬는데 주류, 그것도 SM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에게서 이런 노래가 나온다는 게 놀라울 정도(이게 우연인지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반면 ‘가상 OST’라는 신선한 포맷에도 신파 드라마에 머물고 만 뜨거운 감자의 <시소>는 실망스러웠다. <감자밭을 일구는 여정>의 그 성실함은 다 어디로 갔을까.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child actor or actress

가장 돋보인 아역 스타
<아저씨>에서 원빈의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 무표정이 더욱 돋보였던 김새론. <심야의 FM>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했던 놀라운 연기력의 이준하, 그리고 <죽이고 싶은>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와 반전의 핵심까지 이끌었던 맑은 눈의 안은정이 떠오른다. 현현·대중음악평론가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김유정. 기대치가 1퍼센트도 없던 드라마를 본방 사수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 정인을 향한 그리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절망과 비애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 작고 앳된 얼굴이, 까맣고 동그란 눈빛이 펼쳐내는 연기의 깊이와 진실함이라니! 1999년생 이 꼬마 배우를 올해 KBS 방송대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김아름·<엘르걸>
피처 에디터 ‘빵꾸똥꾸’ 진지희의 포스가 스멀스멀 희미해져 갈 즈음 불현듯 나타나 그 자리를 꿰찬 은막의 스타 김새론. 데뷔작 <여행자>로 조명을 받더니 <아저씨>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극 중 옆집 아저씨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태국 킬러를 제 편으로 만들며 마성의 매력을 발산하더니 이제는 각종 영화제마다 원빈의 옆자리를 독차지해 띠동갑 두 번 돌아가는 언니들을 몸서리치게 만들고 있다. 김영재·<엘르>
피처 에디터 영특하고 순한 서신애와 독살스러운 서신애를 한 해에 다 보았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 명의 캐릭터로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배우에게는 영광에 가깝다. 그런데 서신애는 도저히 ‘지붕뚫고 하이킥’과 ‘구미호 여우누이뎐’, 어느 한쪽에도 못 놓겠다. 아까워서. 정우영·<지큐> 피처 에디터

performance

올해 최고의 내한 공연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의 공연. 미국의 인디 그룹 플레이밍 립스의 내한 공연이 다가온다. 이 공연은 일종의 상징으로까지 평가하고 싶다. 음악 전문가들과 뮤지션들에게 ‘록의 영감’으로까지 불렸지만, 결국은 인디 밴드의 위치에 머문 그들. 이런 그룹의 공연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은 기획사의 무모한 모험이거나, 우리 음악계 소비자들의 내공이 강해졌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키스 자렛은 사진 찍히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누군가 감히 공연장에서 그의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생애 처음으로(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의 육성을 들었다. “모두 행복하세요. 내 사진 찍은 놈은 저주 받고.” 강명석·‘텐아시아’ 기자 스티비 원더의 내한 공연이 최고였다. 1995년 그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우리에게 ‘소울’이라는 음악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헤비 리스너들이 많아진 이 때 스티비 원더의 공연은 진가를 발휘했다. 스티비 원더는 한국 관객들에게 반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는 꼭 다시 돌아온다. 현현·대중음악평론가
0.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말할 수 있다. 키스 자렛 트리오의 내한 공연. 자칭 ‘재즈 피플’로서 내 최고의 꿈은 키스 자렛의 연주를 ‘리얼’로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가 피아노와 하나 되어 내는 신음 소리를 직접 경험한다면 20만원도 아깝지 않다. 콘서트장에서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시간아, 제발 ‘이대로’ 그냥 멈춰다오! 전종혁·<프리미어> 기자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펫 숍 보이스의 ‘Jealousy’를 들으면서 울었을 때, 그해 울 일이 다시는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몇 분 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지’라고 노래하는 ‘Being Boring’을 들으며 또 울었다. 20대의 후일담은 그제야 완성된 듯했다. 정우영·<지큐> 피처 에디터


transformation

올해 최고 or 최악의 변신 스타
<스카우트>라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의외로 묻혔던 감독, 김현석. 그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는 하지만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나름’ 훌륭한 대중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 최다니엘이었다. 누군가는 송새벽을 거론할 수도 있겠지만 완벽한 ‘의대’ 모범생 이미지를 탈피한 최다니엘은 배우의 전형성을 유쾌하게 전복시켰다. 수석 모범생과 바보 온달이라는 양극을 자유롭게 횡단한 그에게 세러머니를!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김성민. 예전에는 그냥 이 정도의 인상이었다. ‘약간 나이 있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덤덤하게 잘생긴 얼굴의 배우’. 그런데 ‘남자의 자격’의 현장으로 들어오니, 그 순수함과 진지함이 뜻밖의 웃음을 펑펑 만들어냈다. 여행사 직원을 시켜도, 단편영화 배우를 시켜도, 지나치게 열심히 한다. 이것은 한번 떠보려고 온몸 던져 망가지는 차원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명석·문화평론가 부릅뜬 눈으로 “마준이 너!”를 연거푸 부르짖은 전인화. ‘제빵왕 김탁구’에 그녀와 그녀의 아이라인이 없었다면 과연 그만한 시청률이 나왔을까? 마준이 어머님, 저도 24시간 아이라인 그리고 집에서도 홈드레스에 금은보화 두르기로 결심했어요. 제자로 받아주십쇼. 신예희·카투니스트 최고의 변신 스타는 <아저씨>의 원빈. 올해의 변신을 얘기하며 그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소년에서 아저씨가 되었고, 스타에서 배우가 되었다. 그의 연기가 완성도 높은 순도의 걸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비로소 스크린 앞으로 관객을 모으는 것이 아닌, 스크린을 장악하는 방식에 대해 눈을 떴다는 의미에서 ‘배우’라는 호칭을 주기에 충분하다.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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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아무로 나미에의 코카콜라 광고. ‘슈퍼스타 K2’, 그 긴장되는 순간 갑자기 60초 후에 발표하겠다는 맥 빠지는 선언과 함께 그녀가 툭 튀어나오며 ‘Let’s Get Wild!’ 입술 각질을 뜯으며 시청하다 절로 쌍욕을 뱉었다. 아무로 나미에를 모르는 사람들은 물론 기존의 팬들도 안티로 돌아섰다는 후문이…. 신예희·카투니스트 ‘싸고 멋있다’. H&M과 유니클로의 광고 메시지다. 그들은 화려한 수사로 자신을 치장하지 않는다. 자신이 있으니까. 광고에서 그런 ‘도도함’을 목격하기란 쉽지 않다. 광고란 자신을 부풀려서 어떻게든 꼬셔야 하는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 전형성을 초전박살 냈다. 그래서 통쾌하다.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현대카드의 광고는 얄미울 만큼 영리하고 감각적이다. ‘Make Break Make’ 편도 훌륭했지만 ‘따라 할 테면 따라 해봐’ 하는 과도한 자신감이 조금 거슬렸다. 그러나 ‘스티비 원더’ 편을 보고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노래는 영원하다. 하지만 그를 직접 볼 기회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1퍼센트의 딴지도 걸 수 없는 완전무결, 약 오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너가 짱 먹어! 김아름·<엘르걸> 피처 에디터




film

올해 최고 or 최악의 영화
최고의 영화는 <인 디 에어>.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과 조지 클루니의 만남으로도 화제가 되었지만, 40대 남자가 영화를 들여다보았을 땐, 결국 결혼을 결정하게 만든 파괴력(!) 강한 영화였다. 평범하지만 위험한 이야기를 유머와 ‘한 번 더’의 통찰을 통해 만든 웰메이드 할리우드 상업 영화. 실망스러웠던 영화는 <라스트 어벤더>와 <아이언맨 2>. 샤말란 감독님, 이건 아니죠! 존 파브로 감독, 토니 스타크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최고의 영화는
<인셉션>. 개봉 후 감독의 전작이자 명작의 반열에 오른 <다크 나이트>를 뛰어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애초에 완성도에 대한 의문은 논외 대상이었단 말씀. 이야기를 이리 꼬고 저리 꼬아 다시금 보게 만든 감독은 연출력뿐 아니라 사업 수완도 뛰어났다. 한편 <쏠트>의 예고편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울부짖었다. “Somebody set me up!” 정작 관객들의 뒤통수를 때린 건 그녀였다. 분주하게 뛰고 구르고 자빠져도 허점 많은 시나리오를 감추는 데 실패했다. 냉전 시대에 더 어울릴 법한 시대착오적인 이야기가 문제였다. 그녀의 외침은 영화를 찍고 보니 자신도 속았다는 절규였을지도. 김영재·<엘르> 피처 에디터 2010년은 ‘복수극’ 풍년. 베스트와 워스트 모두 선혈이 낭자한 복수극이 차지했다. 베스트는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분노의 낫질 한 번에 10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카타르시스가 일품이다. 워스트는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슈퍼맨 놀이에 빠진 남자와 변태 살인마는 실컷 봤지만, 끝내 악마는 볼 수 없었다. 박혜은·영화 저널리스트 놀랍게도 베스트와 워스트 모두 한 사람의 작품이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소마미술관의 ‘A3’전(아시아 현대미술상)에 출품했던 단편 <니부아의 유령>이나 페스티벌 봄에서 상영된 <분미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는 숭고할 정도로 최고였다. 정작 장편 <엉클 분미>는 <징후와 세기> 같은 실험성도 없었고, 오리엔탈 판타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디어 시티’전(경희궁 분관)의 전시까지 보고 나면 그의 ‘프리미티브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근데? 왜 우리는 이걸 모두 따로 찢어서 본 거지. 전종혁· <프리미어> 기자 <시>를 보며 생각한 단 하나는, 칸은 역시 ‘타이밍’을 잘 못 맞추는 안타까운 영화제라는 사실이었다. 이창동은 우리 시대 최고의 도발적인 감독이다. 인간 본질의 치부를 치명적으로 건드리기 때문이다. 죄를 짓고도 아무렇지 않게 밥숟가락을 뜨는 우리에게 그는 묻는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느냐고. 섬뜩하고 뜨끔해하다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반대의 작품 하나는 <테이킹 우드스탁>. 영화에 대한 20자 평 중 하나. ‘백만불짜리 소재, 두루뭉술한 결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해석이다. 반전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 대한 젊은이들의 끝 간 데 없는 ‘정신’은 사라지고, ‘쓰레기’ 같은 벌판만 남았다. 물론 이안 감독이라서 그 실망은 더 크다.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charactor

올해 최고 or 최악의 드라마 캐릭터
‘추노’의 하고 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업복이(공형진). 그는 ‘추노’의 원형이 누아르적 비장미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공형진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켰다. 반면 간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손예진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개인의 취향’의 박개인은 이민호의 전진호 캐릭터와 더불어 가장 비현실적이고 가장 이미지 소모적이었던 캐릭터.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세경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무서운 사람이네’를 중얼거리던 주얼리 정. 그렇게 안 봤는데 당신이 더 무서워! 어디서 어떻게 해코지를 할지 당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그 남자, <자이언트>의 조필연. 2010년 최고로 포스 넘치는 캐릭터! 신예희·카투니스트 아, 성동일. 아, 장혁. ‘추노’에서 둘의 연기엔 혼이 깃들어 있었다. 누구나 삶을 살지만 모든 배우가 삶을 체화한 연기를 할 순 없다. 둘은 했고, 보면서 숨이 막혔다.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성동일. 취향이 그렇다. 비가 드라마 찍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뒤로는 들은 얘기가 없다.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부잣집 딸이 그렇다. 민폐만 끼치고 민폐인 줄 모른다. 머슴 혹은 왕자님이 그녀를 보필할 수밖에 없다. ‘자이언트’의 황정연(박진희)도 20대 초반까진 그랬다. 집안이 풀썩 주저앉고, 사랑하던 남자 이강모(이범수)도 떠나자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했다. 사채업계 큰손을 넘어 제2 금융권 창립을 꿈꾸고, 이강모의 복수극에도 힘이 되는 능력자로. 이강모든, 조필연이든 그녀는 남성들과 대등하다. 최악의 캐릭터는 ‘역전의 여왕’의 백여진(채정안). 일단 유부남 건드리는 여자 싫다. 봉준수(정준호)에게 자기 장바구니는 왜 들게 하고, 어머니 아프면 혼자 간병하면 되지 봉준수에게 오라 가라 하는 건가. 이런 캐릭터 질색이다. 나이 30을 넘겼으면 혼자 짐도 들고, 못도 박을 줄 알아야지. 옛 남자한테 기대고 칭얼대는 당신, 그런 건 자기 남자한테만 하는 거다. 김나랑·<엘르걸> 피처 에디터

idol star

가장 성공적인 개인 활동을 한 아이돌 멤버
‘성균관 스캔들’의 믹키…아니 박유천.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 사르륵 녹아들었다. 한참 보다가 ‘아 맞다. 쟤 동방신기지?’ 했을 정도. 지나치게 도드라지지도, 그렇다고 묻히지도 않는 농도의 매력을 선보였다. 신예희·카투니스트 노래를 뜻대로 갖고 노는 수준이 된 태양은 아이돌이 자기 스타일을 가진 뮤지션으로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더하면 ‘우리 결혼했어요’의 아담 부부와 ‘돌이킬 수 없는’의 자기 파괴적인 여성을 모두 소화하며 성공시킨 가인. 강명석· ’텐아시아’ 기자 예능이 아무리 대세여도, 개인적으로 ‘예능감’ 믿고 날뛰는 아이돌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박유천의 변신(이라 할 만하다)을 보며 더욱 반가웠다. 솔직히 말하면 그에게 이렇다 할 관심이 없었다. 해체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런가 보구나’ 했다(미안…). 하지만 2010년, 그가 드라마에서 회를 거듭하며 선보인 안정적인 발성과 은근한 눈빛 연기를 보며 ‘허그’ 뮤직비디오 속 ‘해사한 얼굴의 남자아이’였을 뿐인 그를 기억 속에서 다시 끄집어냈다. 모르긴 몰라도, 박유천 역시 ‘성균관 스캔들’을 꽤나 사모하고 있을 거다. 유주희·<엘르걸> 피처 에디터 아직도 가인을 골라야 할 것인지 조권을 골라야 할 것인지 매우 갈등된다. 그 이유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현·대중음악평론가

drama

올해 최강 막장 드라마
주인공이 착하다고 그 드라마도 착한 드라마는 아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는 자신을 수차례 죽이려고까지 했던 인물들을 모두 용서하고, 악인들은 마지막 회에야 한 번 회개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저 피해자는 언제든 참으면 세상은 밝아진다는 이상한 메시지. 김탁구가 “저놈 죽이고 내가 지옥 가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싸웠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강명석·‘텐아시아’ 기자 올해 저녁 먹고 나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는 ‘바람 불어 좋은 날’. 나는 이 드라마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 하고서야 외웠다. 오복이 ‘생쇼’ 드라마는 도대체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말이 안 된다. 그 억지 패턴의 일관성만 인정한다. 특히 시할머니 ‘나끝순’ 여사 캐릭터는 정말 부실하고 엉성하다. 도통 존재감이 없다. 나문희라는 배우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전종혁·<프리미어> 기자
단연…‘황금 물고기’.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저녁 먹은 직후인 ‘딱’ 그 시간에 방영하는 이 이상한 드라마는,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거미줄식 인간관계 그물망’이 베이스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일주일 안 보다가 그 다음 주 월요일에 봐도 사건 전개 다 파악된다는 것. 참 신기한 노릇이다. 역시 막장답게 ‘뒷심 투혼’ 발휘해 20회 연장 방영한다는데, 태영(이태곤)을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정말’ 주목된다. 유주희·<엘르걸>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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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지겨웠던 뉴스
나는 이건 뉴스가 아니라 리얼리티 쇼, 쇼를 넘어 거의 드라마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아무리 막 나가는 각본도 이 정도는 못했다. 협박, 유산, 누드…. 이분이 터뜨려대던 아이템의 다채로움 때문에 굉장한 작가를 숨겨두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 이명석·문화평론가 4대강. 31년을 살면서 이렇게 지겨웠던 뉴스가 있었나? 급기야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해라, 해. 대신 넌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거다. 국가가 한 명의 의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니. 국가 존립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일을 이렇게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니! 현실 같지 않아. 무서워. 엉뚱한 말 했다고 잡아갈 것 같아.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타진요’ 사태. 인터넷은 조직력을 제공했고, 네티즌은 군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군대는 명분을 잃은 채 전쟁을 위한 전쟁을 벌이는 전쟁광들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더욱 중요한 지점은 그들은 왜 연예인만을 도마에 올리고, 그 이면의 추적에 쾌감을 느끼는가이다. 정치와 사회, 문화와 경제계에 수많은 의문이 존재함에도 언제나 연예계 뉴스만이 타깃이 된다. 우리에겐 진실을 알아야 할 더 많은 분야의 타깃들이 존재한다.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기사 제목 끝에 ‘논란’이라는 단어가 붙은 인터넷 연예 기사들. 세상엔 연예인 성형 전후 비교 말고도 쓸 기사들이 얼마든지 많다. 강명석· ’텐아시아’ 기자 월드컵 아르헨녀, 홍대 계란녀, 압구정 사과녀…. 각종 ‘녀’ 만들기는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거의 1주일에 하나씩 등장하는 듯. 잘하면 1년 동안의 ‘녀’들을 모아 슈퍼마켓도 차리겠다. 정작 사람들은 그 정체도 모르는데, 인터넷 뉴스를 통해 ‘네티즌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식의 보도로 장난질을 쳐대니 더욱 지겨울 수밖에.이명석·문화평론가 어떤 입장을 견지하기에는 불충분한 점이 있다. 수많은 자료를 보아온 바, 타블로를 의심하는 쪽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들리기는 한다. ‘타진요 사태’를 두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지겨운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뉴스는 이제 지겹다고 물타기 하는 언론이 있고, ‘사실’에 대한 무관심은 차라리 무슨 전통 같다는 것. 정우영·<지큐>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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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즐거웠던 페스티벌 or 기대에 못 미친 페스티벌
페스티벌에는 확실한 컨셉트가 필요하다. 아무 가수나 무더기로 세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록 스피릿’이라는 컨셉트 아래, 이날만큼은 ‘아이러브 로큰롤’이 되겠다는 마인드와 패션으로 무장한 컬처 피플들이 불살랐던 3일 밤. 술 먹고 막춤을 춰도 이상하지 않았던 마력의 ‘지산록페’. 반면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은 ‘그린’이라는 컨셉트로 산꼭대기 노을공원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고, 쓰레기 배출 때문에 최소한의 먹을거리만 존재했던 배고픔과 고난의 시간들. 록 페스티벌인지, 어쿠스틱 페스티벌인지 종잡을 수 없는 라인업. 그린 컨셉트를 라인업에도 반영했으면 어땠을까. 김나랑·<엘르걸> 피처 에디터 당연히 지산 록 페스티벌이다. 팝의 최전성기로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펫 숍 보이스가 한국의 공기를 마시며 노래를 하다니. 브릿팝의 전성기, 마니아들의 전성기를 지나온 벨 앤 세바스찬이 한반도의 대기를 진동시키다니. 이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에 비해 부실한 페스티벌 운영으로 틴에이지 팬클럽의 공연을 빛바래게 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최악의 페스티벌이었다. 현현·대중음악평론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벌써 몇 해째 빠지지 않고 가고 있다. 가을밤 담요 속에 파묻혀 와인과 치킨을 먹으며 멋들어진 음악에 잠겨 들어간다. 그러다 흥겨운 리듬에 뛰쳐나가 온몸을 땀으로 적신다. 올해의 최고는 닐스 란드그렌 아저씨의 훵크! 이명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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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줄 몰랐는데 뜬 올해의 신인 스타
송중기. 곱고 예쁘고 해사하지만 사실 그런 남자 연예인들은 깔렸으니 이놈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작품의 힘인지 송중기의 힘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듯. 신예희·카투니스트 미쓰에이. ‘메이드 인 JYP’로서 관심받는 건 당연하지만, 이렇게 히트할 줄 몰랐다. 한국말 어색한 외국인 멤버가 둘이나 되고, 수지의 미모가 윤아나 구하라만큼 치명적인 것도 아니고, 핑크 머리나 에어로빅 의상처럼 다소 부담스러운 설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으레 팬클럽보다 안티가 먼저 생기는 신인 걸그룹의 운명을 비켜간 건, 이들이 ‘Shut up, boy’를 외쳤기 때문일까? 김아름·<엘르걸> 피처 에디터 박진영의 ‘슈퍼스타 쇼바이벌’에서 탈락하고, ‘아찔한 소개팅’에서 여성 도전자(퀸이 아닌 도전자)로 출연할 때만 해도, ‘너도 참 연예인 하고 싶구나’ 안타까웠다. 그런 선화가 의술로 아름다운 눈매를 완성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백지 선화’로 활약, 시크릿을 알린 공로자가 되다니. 연예계를 향한 오랜 노크로 단련된 내공으로 어딜 가든 기죽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선화가 기특하다. 김나랑·<엘르걸>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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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드라마틱했던 스포츠 신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연기는 최고였다. 어떤 강심장도 눈물이 찔끔 나도록 아름다웠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이후로 그토록 ‘위대한 순간’을 이끌어내는 스포츠 스타를 본 적이 없다. 2위는 프리미어 리그의 살 떨리는 맨체스터 더비다. 작년 9월 20일, 맨유가 맨체스터 시티를 4:3으로 이기는 경기는, 정말 숨이 찼다. 그 후로 챔피언스 리그 4강보다 더 재미있어졌다. 11월 11일, 또 격돌했다. 야호! 전종혁·<프리미어> 기자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0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은 11회 말에 두산의 1점 차 역전승으로 끝났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경기 동안 트위터에 쓴 멘션만 100개가 넘었다. 올 한 해 야구가 재밌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강명석·‘텐아시아’ 기자 한 점 차 승부 아니면 야구 아니잖아요. 8회부터 빵빵 터지지 않으면 승부 아니잖아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로도 표현이 충분하지 않았던 두산과 삼성의 대결. 다섯 게임 전체가 인기 미드 뺨치는 서스펜스의 연속. 두 팀을 응원하는 골수팬들은 피가 말랐을 테고, 멀리서 지켜보던 다른 팀 팬들이 더 재미를 느꼈을 터. 이명석·문화평론가 17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 마침 결승 상대가 일본 축구 대표팀이었다. 성인 대표를 포함해 일본 축구는 FIFA가 주관하는 세계 대회에서 결승에 세 번째 오른 거였고 우리나라는 처음 오른 거였다. 선제골을 내줬고 시종일관 끌려 다니다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차기 결과는 5대 4였다. 이런 결승전은 흔치 않다. 게다가, 살아서, 대한민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걸 보다니! 이게 말이 돼?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띄워주기’와 ‘흠집 내기’의 재능을 천부적으로 타고난 듯 보이는 사람들의 주도 아래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뒤로하고, 오직 ‘연아’에 대해서만 말한다면 그녀는 최고다. 어떤 미사여구로 그녀의 연기를, 몸짓을 극찬한다 해도 그건 100퍼센트가 될 수 없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확신하고 두 주먹을 쥐며 눈을 질끈 감던 그 순간,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 역시 모두 알았으리라. 금메달은 그녀의 것이고, 실은 그녀가 오래전에 금메달을 극복했다는 것을. 유주희·<엘르걸> 피처 에디터 쳤다 하면 기록이고, 뛰었다 하면 최고령이란 타이틀이 붙는 양준혁 선수의 은퇴 경기는 프로야구 사상 가장 성대하게 치러졌단 점에서 한국 스포츠사의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조명할 가치가 있다. 제대로 은퇴식도 갖지 못한 채 소리 소문 없이 퇴장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좋은 선례를 남겼으니까. 가시는 길 사뿐히 즈려 밟으라고 꽃이라도 깔아주자. 김영재·<엘르>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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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감이 돋보였던 의외의 인물
SBS ‘런닝맨’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 몇 가지 아이템을 더해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며 순항 중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인물은 송지효와 게리. ‘성실한 복학생’ 같은 이미지로 진지하게 툭툭 던지는 농담이 그를 뜻밖의 발견으로 만든다. 어쩌면 얼마 뒤, 길과 더불어 리쌍의 예능 평정기 같은 걸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촌철살인의 유머를 날려야만 예능 버라이어티의 게스트는 아니다. 때론 ‘무릎팍 도사’의 올라이즈 밴드처럼 정물화가 주는 쾌감도 있다. 김나영은 그런 ‘미덕’을 보여준다. 나는 김나영을 보면서 깨닫는다. 튀지 않고 잠자코 있는 것이 얼마나 평화로운가를.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이상하다. 웃기진 않는데 딱히 지루하지도 않다. 호감형은 아닌데 비호감도 아니다. 뭐 그냥 그런 대로 있으면 없는 것보다 낫다. 인기인이 아닌데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거 보면 의외긴 의외다. 누구? ‘영어 하는’ 김영철.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전형적인 부산 말투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방송 문화권에서는 엉뚱하게 들린다. 리지는 생각 없이 내뱉는 듯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언변으로 특이한 예능감을 선보였다. 제발 말투를 고치지 않았으면 한다. 현현·대중음악평론가 ‘놀러와’에 출연한 장항준 감독. ‘놀러와’의 토크 감각, 푸근하게 멍석 깔아주기는 명성이 자자하다. 올해에도 그 속에서 빛을 발한 의외의 스타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분의 플레이가 최고였다. 잘나가지 못하는 영화감독들의 비애를 제 살 깎고, 친구 살 깎아서 멋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이명석·문화평론가 조영남 같은 주책 없는 아저씨와 송창식 같은 기인을 한꺼번에 어르고 달래며 웃기는 중년 아저씨가 있을 줄은 몰랐다. ‘놀러와’의 ‘쎄시봉 특집’에 나온 윤형주의 토크는 연륜에서 오는 예능감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강명석·‘텐아시아’ 기자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YOO JOO HEE
  • 사진: 이기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