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주스 후암동에 자리한 카페 시엠프레꼬모도밍고(
@siempre.comodomingo)의 여름 신메뉴 ‘100% 수박 주스(6500원)’의 주재료는 두 가지다. 얼린 수박과 그냥 수박. 한층 시원한 맛을 지닌 스무디에 가까운 주스를 만들기 위해 하루 동안 꽝꽝 얼린 수박을 사용하는데, 얼음을 넣지 않은 덕에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당도가 끝까지 유지된다. 가니시로 올린 라임 한 조각은 이곳 수박 주스의 백미. 레몬보다 새콤하면서 향긋한 라임이 주스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뻔하지 않은 수박 주스를 만들어 먹고 싶다면 생강을 살짝 갈아 넣거나 페퍼민트 같은 허브류를 가미하라는 조하린 대표의 팁을 전한다.
수박 케이크 시드니의 명물 수박 케이크를 이번 여름 동안 국내에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함안수박과 손잡고 수박 케이크를 탄생시킨 정식카페(
@jungsikcafe_)의 손연화 파티셰 덕분이다. 평평하게 자른 수박을 케이크 층으로 활용했는데 따로 놀 것 같았던 크림 층과의 조화가 생각보다 훌륭하다. 페이스트리 크림에 생크림을 약간 섞어 한결 가볍게 만든 크림 층을 수박 위에 바르고 제누아즈 시트지(스펀지 시트 층)와 크림을 한 번씩 더 올린 후 살짝 얼려 형태를 굳힌다. 사실 수분 함량이 매우 높은 수박은 디저트로 활용하기에 무척 까다로운 과일. 수박에서 빠져나오는 수분이 다른 층을 쉽게 물들이면서 형태와 맛을 뭉개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착지근한 수박물에 촉촉히 젖은 시트나 아삭아삭 씹히는 과일의 식감은 수박 케이크만이 지닌 분명한 개성일 터. 딸기와 피스타치오를 토핑으로 올려 더욱 풍성한 맛의 수박 케이크가 탄생했다.
수박 칵테일 오이처럼 시원한 맛이 특징인 수박으로 칵테일을 만든다면 베이스로는 역시 진과 보드카, 테킬라 같은 깔끔하고 투명한 술이 적합하다. 신용산역의 몰티드(
@bar_malted)에서 택한 베이스는 테킬라. 이왕이면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보다 강렬한 맛의 ‘테킬라 블랑코’를 사용하는 게 좋다. 여기에 라임즙과 바질을 넣은 다음 샤르트뢰즈 리큐어를 넣어 매력을 더한다. 130가지 허브를 넣어 만든 이 리큐어를 쓰면 보다 정교한 맛의 수박 칵테일이 탄생하는데 대신 타임이나 민트, 바질, 고수 같은 독특한 향의 허브를 취향껏 섞어 넣어도 얼마든지! 모든 재료를 믹서로 곱게 간 다음엔 살짝 끓인 우유를 넣어 질감을 살려준다. 잘게 부순 얼음으로 채운 잔에 따라 마무리. 무더운 날, 후루룩 털어 마시게 될 가볍고 산뜻한 술이다.
수박 김치 수박으로 김치를 만들 땐 깍두기나 동치미를 생각하면 쉽다. 일단 겉껍질과 새빨간 과육을 제거한 뒤(약간 남겨도 좋지만 오래 두고 먹을 예정이라면 수박물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좋다) 남은 흰 부분을 원하는 크기로 깍둑 썬다. 이때, 무와 오이 중간 정도인 수박 속껍질의 식감은 얇고 길게 썰수록 보다 부드러워진다. 원하는 크기로 썬 수박을 소금과 설탕에 최소 10분간 절인 다음 김치 양념장을 만들어 버무리면 끝. 하루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면 자작자작하게 배어 나오는 촉촉한 김칫국물은 국수나 냉면을 만들 때 감칠맛으로 활용하면 ‘딱’이다.
구운 수박 수박을 구우면 신세계라고? 무턱대고 가스레인지에 굽기엔 수박이 지닌 풍부한 수분 함유량이 문제다. 수분과 당분이 모두 높은 탓에 열을 가하면 질감 자체가 너무 물러지기 때문. 그래서 한식과 와인을 페어링하는 도믹스(
@domix_seoul) 에서는 겉 부분만 살짝 태우는 방식으로 수박을 구워 낸다. 이곳에서 주로 쓰는 수박의 당도는 12브릭스(일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수박은 보통 10~11브릭스다). 이보다 당도가 약간 모자란 경우 수박 겉면에 설탕을 얇게 발라준 뒤 굽는다. 뭉근하게 구운 수박과 양배추 쌈, 양념한 우삼겹에 쌈장 대신 프로마주블랑 치즈를 얹어 탄생한 메뉴가 바로 ‘고추장 숯불구이(1만9000원)’다. 짭짤한 고기와 달콤하게 구운 수박 한 조각, 버터 향과 은은한 산미가 어우러지는 치즈의 조화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와인을 곁들인다면 적당히 스모키한 피노 누아 품종을 선택할 것.
수박 샐러드 수박 샐러드는 수박을 요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재료와 양을 마음껏 조절해도 변함없이 맛있으니까. 특히 수박 샐러드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당도가 낮은 수박을 써도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 달지 않은 수박이라도 바질과 모차렐라 치즈를 얹은 다음 레몬 오일 드레싱을 가볍게 흩뿌려주면 금세 상큼한 맛의 샐러드가 탄생한다. 어떤 야채나 과일과 믹스해도 좋지만 빼놓을 수 없는 재료는 바로 치즈. 부라타 치즈, 리코타 치즈, 페타 치즈 등 수박과 치즈의 완벽한 ‘단짠’ 궁합이 무더위에도 식욕을 북돋워준다. 여기에 올리브나 하몽을 곁들이면 순식간에 근사한 와인 안주로 탈바꿈하니 그야말로 수박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