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 SCOUT RU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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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적인 구도와 동화적 색감으로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감독 웨스 앤더슨. 그의 영화 중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문라이즈 킹덤〉은 여름의 끝 무렵,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펜팔을 하던 열두 살 샘과 수지의 실종 사건에서 시작한다. 웨스 앤더슨이 어릴 적 꿈꿨던 뉴펜잔스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철없는 어른 대신 웃자란 소년과 소녀의 모험을 다룬다. 1965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섬을 만들기 위해 미술 팀은 앤티크 숍을 뒤졌고, 의상 담당 카시아 월리카 마이몬은 60년대 의상을 활용해 캐릭터를 살렸다. 고양이와 책을 친구 삼아 지내던 수지에게 핑크와 옐로 미니드레스를 입혀 색감을 살리는가 하면 카키 스카우트 대원에겐 패치를 붙인 유니폼에 옐로 손수건을 더해 세심한 스타일링을 완성한 것. 영화 속 카키 스카우트 대원처럼 이번 여름엔 모험심 강한 여인이 돼 워크 웨어 스타일을 입고 캠핑을 떠나는 건 어떨까? 점프수트와 멀티 포켓 재킷, 카고 팬츠를 입고서!





FRENCH RIVI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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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영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 있다. 바로 에릭 로메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시리즈 영화를 내놓는데도 여전히 그의 영화에선 여름이 빛난다. 프랑스의 작은 섬에 놀러 간 가스파르가 세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 〈여름 이야기〉는 한결같이 멋 내지 않은 듯한 프렌치 스타일을 고수한다. 옷장을 뒤져보면 하나씩 있을 법한 아이템을 멋스럽게 연출한 것이 스타일링 포인트. 짧은 단발에 포플린 셔츠 단추를 서너 개 푼 스타일로 친구처럼 대화가 잘 통했던 마고, U 네크라인 데님 드레스를 입고 배 위에서 특별한 시간을 함께한 솔렌느, 비키니를 입고 짧지만 강렬한 시간을 보낸 레나. 우유부단한 가스파르의 행동에 한숨이 쉬어지면서도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건 한 번쯤 꿈꿔봤을 휴양지에서의 로맨스 때문일 것이다.




GIRL’S VAC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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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코폴라는 깊숙이 숨겨둔 감성을 끌어내는 재주가 있다. 〈처녀 자살 소동〉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등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면서도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라는 그늘 아래 있었던 게 사실. 그런 배경 때문일까? 섬세한 연출로 유명 영화배우와 그에게 갑자기 맡겨진 딸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썸웨어〉는 소피아 코폴라를 진정한 영화감독 반열에 오르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단조롭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호텔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부녀의 모습을 멍하니 보게 되는 이유는 그녀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과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스트록스의 ‘I’ll try anything once’가 흐르는 가운데 클레어 역을 맡은 엘르 패닝의 복숭아 같은 피부에 더해진 슬립 드레스, 체크 패턴과 파스텔컬러 룩을 보고 있노라면 끈적한 더위 따윈 하얗게 잊어버리게 된다.




STAY IN COMF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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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명대사를 남기며 1983년 이탈리아의 여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17세 올리버가 아버지의 연구원으로 온 엘리오에게 느끼는 감정에 주목한다. 둘의 미묘한 감정은 의상을 통해서도 보여지는데, 물놀이를 할 때마다 엘리오는 컬러플한 수영복을 의식한 듯 바꿔 입고,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자신보다 크고 심플한 셔츠를 선물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아이엠러브〉, 〈비거 스플래쉬〉 등 시각적 연출에 일가견 있는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와 합을 맞춘 의상 디렉터는 줄리아 피어산티. 셀린, 디올 옴므, 발렌시아가 등에서 니트 디자이너 경력을 쌓아온 그녀는 초기 브루스 웨버의 사진에서 영감받아 80년대 이탈리아의 여름을 재해석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더위 속에 드러나는 관능미는 올여름 룩에 참고할 만하다. 몇 해 전 여름부터 입었던 것처럼 흐릿해진 프린트 티셔츠, 무릎이 드러나는 쇼츠, 단추를 두세 개 푼 셔츠는 그을린 피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줄 테니까.





BONJOUR, BOURGE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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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은 미국 중산층의 허상을 꼬집는 유머를 영화에 녹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페 소사이어티〉 역시 마찬가지. 성공을 위해 할리우드로 간 뉴욕 남자 바비가 재력가 삼촌을 둔 보니에게 반하며 시작되는 스토리로, 할리우드 여자 보니와 뉴욕 여자 베로니카의 1930년대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블루 재스민〉에서도 함께했던 의상 디렉터 수지 벤징거는 허리 라인을 살린 샤넬의 실크 드레스, 하이웨이스트 팬츠 등을 메인으로 활용했는데 셀린, 생 로랑, 버버리에서 선보인 룩처럼 최근 돌아온 70년대 부르주아 트렌드에서 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