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투스카니의 멋진 풍경을 실컷 볼 수 있겠지’ 싶어 선택한 영화였는데, 변화를 두려워하던 내가 ‘퇴사’라는 일탈을 감행하고 ‘창업’에 첫발을 내딛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넌 여러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공처럼 살아라, 절대 동심을 잃지 마라, 그럼 갈 길이 보일 것이다.” 나 역시 동심을 잃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내 앞에 펼쳐진 길을 재미있게 걸으려 한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으니까.
한석동(마케팅 스페셜리스트) 나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것 같아 볼 때마다 힐링된다. 파니가 뽑은 타로 카드의 ‘오래 매달리면 다 이뤄지게 돼 있다’는 의미에 맞춰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는 장면과 영화가 끝난 뒤 흐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의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전소희(탬버린즈 콘텐츠 크리에이팅 팀) 덥고 나른한 무드의 여름 영화를 즐겨 보는데, 그중 〈해변의 폴린느〉를 좋아한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컬러의 옷들과 테이블 위에 무심히 놓인 과일, 컵까지 모든 미장센이 자연스러워서 일할 때 많이 참고한다. 특히 풍성하게 핀 수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폴린느’가 차를 마시는 장면은 두고두고 곱씹게 되는데, 핑크꽃을 수놓은 하얀 블라우스에 작은 꽃이 그려진 컵, 파란 스트라이프 테이블보까지 그 조화가 너무나 아름답다.
김경민(플로리스트) 100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무색할 만큼 시각적 즐거움이 너무나 컸던 영화이자, 크리에이티브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리소스들을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늘 아이디어를 주는 영화다. 핑크, 블랙, 그레이 등 각각의 색으로 표현되는 인물과 그들의 상황을 파악해 보는 것, 영화제작 전반에 걸친 비하인드 스토리가 실린 아트 북을 통해 웨스 앤더슨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도 이 작품의 큰 묘미.
이승민(어뮤즈 마케팅 총괄) 알퐁소 쿠아론 감독이 유년 시절부터 함께 지낸 유모 ‘리보’의 일생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라서일까. 이 세상 모든 여자에게 바치는 아름답고도 슬픈 시처럼 느껴진다. 흑백 화면만으로도 날 선 감각을 일깨워준다는 것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언제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도 타인의 감정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음을 깨달았고, 크리에이티브의 새로운 관점을 고민하게 됐다. 지금도 일하다 고민이 생길 때면 이 영화를 보며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과정과 결과물에 대해 곱씹어본다.
최다예(힌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00년마다 성별이 바뀌어 새로 태어나는 귀족 소년 ‘올란도’에 대한 이야기다. 중세부터 로코코, 바로크 시대까지 시대별 복식과 헤어, 메이크업이 완벽히 재현되는 장면은 화보 작업 시 모델의 얼굴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는 나에게 크리에이티브한 영감을 주곤 한다. 특히 주인공 틸다 스윈턴이 남녀 성별이 바뀐 채 등장하는 매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류현정(메이크업 아티스트) 강렬한 포스터에 끌려 넷플릭스에서 찾아본 〈포즈〉. 내 주변에 존재하는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1987년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들의 화려한 분장과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짜릿함과 동시에 자꾸만 눈물샘이 차오른다.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사회가 규정하는 미의 기준은 너무나 가혹함을, 있는 그대로의 개인이 가장 아름답다는 진리까지 상기시켜 준 멋진 드라마.
박은경(네일 아티스트) 80~9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폴링 인 러브〉.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 니로가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만나러 가는 길이 교차 편집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남녀의 가슴 뛰는 설렘이 반영된 듯한 템포의 OST와 숨막히는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 영화 초반에 자주 등장하는 메릴 스트립의 헤어핀 역시 스타일링 관점에서 눈길을 끈 부분이다.
안정희(스타일리스트) 지난 인생을 반추하고 남은 인생을 성찰하게 만들 만큼 엄청난 충격을 받은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가부장적이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아들의 기억을 따라 흐르지만 우주의 탄생과 사랑, 창조론과 진화론 등 논란거리가 되기 쉬운 소재를 이렇게 신선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니. 정형화된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는 이미지 구성과 긴 러닝 타임에 지칠 수도 있지만, 인내를 갖고 끝까지 여러 번 보길.
김범석(메이크업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