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 3

우리는 밤이 깊어야 맛있는 술과 음식을 찾는다. 밤에 집중된 미식의 경험을 아침으로 옮기면 넉넉한 기운이 종일 이어지지 않을까. 근사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서울의 공간들.

BYELLE2020.03.24
 

루바브Rhubarb

통창을 통해 햇살이 무한대로 쏟아진다. 유리 너머로는 푸르른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볕이 가득한 공원 앞 카페라서 그럴까? 아침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쏟아진다. 그중 절반은 일본인 여행자다. 그들 틈에 껴 있는 것만으로 낯선 곳에 여행 온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수프와 샌드위치, 토스트로 구성된 루바브 메뉴는 고루 인기가 있지만, 아침에는 아무래도 ‘선데이 모닝 플레이트’를 많이 찾는다. 여러 색을 섞어놓은 팔레트처럼 알록달록한 색감의 플레이트에 눈이 번쩍 뜨이고 마음이 설렌다. 두 종류의 빵과 버터, 잼, 스크램블드에그, 캐네디언 베이컨, 스위스 치즈, 아보카도, 오렌지, 자몽, 바나나, 딸기 등을 무심히 놓은 플레이트는 언뜻 눈요기용 같지만 예쁜 만큼 맛도 있다. 이보라 대표는 가게에서 빵을 직접 굽고 잼도 만들며, 버터는 프랑스산 ‘이즈니’ 발효 버터를 고집한다. 번화한 홍대 거리를 벗어나 여행자 틈에서 아침을 만끽하니 하루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add 마포구 홍익로6길 83  @cafe_rhubarb
 
 

베이스이즈나이스Base is Nice

복닥복닥한 먹자골목 안쪽에 있는 베이스이즈나이스는 마포, 공덕이라는 지역이 무색할 정도로 고요하고 여유롭다. 이곳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싶다. 뉴욕에서 식공간 전문가로 일한 장진아 대표는 낯선 도시에서 생활하며 이른 아침부터 느긋하게 식사하며 기호에 따라 와인이나 커피를 곁들이는 브런치 문화를 누구보다 환영하고 즐겼다. 하지만 그들의 브런치 음식은 먹고 나면 영 속이 불편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밥으로 브런치를 재구성했다. 낱알이 큰 신동진 쌀과 유기농 찹쌀, 약용 귤피, 블랙 렌틸콩, 발효 귀리를 혼합하여 지은 밥이 구수하고 향긋하다. 입 안에서 구르고 뒤엉키는 곡물의 서로 다른 질감도 재미있다. 밥을 빛나게 해줄 반찬은 채소 요리가 주를 이룬다. 장 대표는 우리에게 나물로 익숙한 흔한 채소를 발효 버터에 볶고 그릴에 구우며 토치로 그을린다. 동결 건조한 채소 칩을 밥에 올리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채소를 올린 밥은 뛰어난 미감만큼 미각을 충족시킨다. 채소의 낯선 향과 식감을 음미하며 천천히 맛보니 어느새 빈 접시만 남았다. 잔으로 내주는 내추럴 와인이 감칠맛을 더하는데, 덕분에 아침부터 와인 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눈에 띈다.  
add 마포구 도화2길 20  @baseisnice_seoul 

 
 

경우의수Number of Cases

개성 있는 가게들이 어깨를 맞댄 서촌 옥인길 깊숙이 자리한 경우의수는 아침 7시에 문을 연다. 동이 미처 트지 않은 이른 시간이다. 한식을 전공하고 ‘수카라’에서 경력을 쌓은 황지수 대표는 자신처럼 아침 시간을 즐기고 아침 식사를 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식당을 차렸다. 메뉴는 단출하다. 오니기리와 수프가 주를 이루며, 계절 샐러드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에 담긴 정성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두 종류의 오니기리를 만들기 위해 이른 새벽에 주물 냄비와 압력 밥솥으로 각각 밥을 짓는다. 봄을 맞아 농부들로부터 직접 공수한 갖가지 풀을 다듬어 오니기리와 국, 수프, 샐러드에 화사한 봄기운을 더하는데, 언 땅에 뿌리내린 풀들은 향과 영양이 풍부한 만큼 독성도 강하다. 황 대표는 풀을 깨끗이 손질해 데친 후 찬물에 며칠간 담그는 수행과 같은 일을 혼자 묵묵히 해낸다. 또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발효 소금도 직접 만든다. 그래서일까. 경우의수 음식에서는 산과 들 혹은 엄마 밥상에서 언젠가 맡아봤을 법한 푸근하고 자연스러운 향이 감돈다. 그 은은한 기운은 우리 몸의 감각을 서서히 깨우기에 더없이 좋다.  
add 종로구 옥인길 54  @number_of_ca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