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셰익스피어 베케이션, 여행지에서 읽는 책

때론 여행은 책을 다르게 읽기 위함이기도 하다. 여행길에 함께 오르는 가장 중요한 사물, ‘책’에 대하여.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스물한 번째.

BY권민지2020.03.03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겨가는 준비물은?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남편을 따라 매우 꼼꼼하게 여행 준비물 리스트를 적어두려고 노력한다. 여행지와 여행 기간에 따라 캐리어에 넣을 갖가지의 물건을 유연하게 정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건강한 몸’이지만 그만큼이나 내게 중요한 것은 바로 ‘책’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책을 가져갈까…
 
지금 이 글은 프랑스에서 쓰고 있다. 프랑스에 45일 정도 머물 예정이고, 지금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지내고 있다. 조금은 긴 여행, 그러나 짧은 삶.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르는 나름의 기준? 이 있다.
 
첫 번째, 여행지 출신으로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책
두 번째, 좋아하는 작가가 쓴 읽지 않은 책
세 번째,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또는 철학가의 책
네 번째,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또는 철학가가 좋아하는 작가 또는 철학가의 책
다섯 번째, (여행지가 생소하거나 국내에 소개된 책이 적을 때 쓰는 방법이다) 지인들이 추천해 준 그 여행 중에 읽으면 좋을 책
 
머물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즉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 언어와 문화, 여가 생활, 삶의 가치, 교육의 척도 등을 그 나라 작가의 글, 언어로 만난다. 겨울밤의 벽난로 앞에 앉아 달아오는 얼굴을 한 현지인 친구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져 여행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또, 위의 기준에 걸려드는 책의 글에서는 인터넷 검색과 정보지, 가이드북 등에 나오지 않은 ‘참’, 진짜를 하나둘 찾을 수 있다. (물론 다섯 번째 기준은 제외, 다섯 번째 순서에 기대 여행을 함께 한 책은 아직 없다)
 
가벼운 천 가방 속에 기내에서 쓸 세면도구와 여권, 지갑, 메모장, 펜, 텀블러, 여정을 함께 할 책 중 한 권을 넣고 비행기에 오른다. 활주로를 달려 비행기가 뜨고, 안정 고도에 닿아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면 첫 번째 기내식에 와인 한잔을 마시고 책을 꺼낸다. 현지인 친구를 테이블에 앉히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비행시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 마치기 전에 책을 다 읽기도 하고,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 숙소에 돌아가 잠들기 전 또는 일어나자마자 읽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첫 번째 기준으로 아니 에르노의 〈세월〉
 
그리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두 번째 기준으로 아니 에르노의 〈진정한 장소〉
 
새로이 등장한 기준으로 신유진 작가의 〈열다섯번의 낮〉
 
이렇게 네 권을 들고 왔다.
(보부아르의 책도 넣고 싶었지만 뒤늦게 그 이름을 떠올려서 정말 아쉽게 됐다. 허나 좋아하는 독서법이 아닌 e book으로 읽을 예정이다)
 
〈세월〉은 작년에 읽은 가장 좋아하는 책이고, 〈글〉 역시 빼곡하게 줄 치며 읽은 책이다. 〈진정한 장소〉는 비행시간 동안 다 읽었다.
 
〈열다섯번의 낮〉은 새롭게 등장한 선별 기준인 여행지에 체류하거나 했던 한국 작가의 책이다.
같은 나라에서 자랐고, 같은 언어가 익숙한 작가가 그곳 (- 나의 여행지)에서 쓴 책은 글에서 특별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미 다 읽었지만, 또다시 읽고 싶었다.
 
네 권의 책은 햇살이 잘 드는 거실의 테이블에 두었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는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