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지의 당연하지 않은 디자인 #그남자4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문승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한 세트의 의자다. '포 브라더스'라는 이름의 의자 시리즈는 가구 제작에 사용하는 표준 규격의 합판을 이용해 작은 자투리도 버리지 않고 만든 4개의 서로 다른 의자로 구성된다. 디자이너 문승지는 "당연한 디자인은 없다"고 말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궁금증에 답이 되어줄 주관과 취향을 가진 남자들과 나눈 대화. 네 번째, 디자이너 문승지.

유니크한 패턴의 풀오버는 Moncler. 네온 컬러 스니커즈는 Ash.

유니크한 패턴의 풀오버는 Moncler. 네온 컬러 스니커즈는 Ash.

최근 만족스러웠던 소비 물욕이 없어 뭐든 잘 안 산다. 하나를 사려면 1년씩 고민하는 편이다. 최근 이사를 했는데 50만원만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 50만원으로 꾸민 방에서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는 중.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은 남대문에서 산 러그다. 말이 러그지 그냥 짚으로 만든 멍석인데, 깔고 나니 정말 멋지더라. 볼수록 만족스럽다.
산업 내에서 당연시되어온 공정을 전복시키는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디자이너가 하나의 선을 잘못 그리면 나오지 말아야 할 쓰레기가 발생한다. 설계 단계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쓰레기의 발생을 막을 수 있으니 기존 공정의 전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세상에 내는 일에는 사명감이 따른다. 디자이너가 디자인할 때 더욱 신중해져야 하는 이유다.
최근 작업 중인 프로젝트 오대산 월정사에 서별당이라는 오래된 별당이 있다. 서별당 보수 공사에 들어가면서 오래된 마룻바닥을 다 뜯어냈는데, 월정사 측에서 그것을 버리고 싶지 않다며 내게 연락했다. 뜯어낸 마룻바닥으로 월정사 내에 설치할 벤치를 디자인했다. 올봄에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 등의 브랜드와 활발히 협업 중인 가운데 최근 임성빈 디자이너와 힘을 모아 웜 스튜디오(Warrm Studio)라는 디자인 팀을 만들었다 웜 스튜디오는 임성빈 디자이너와 나 그리고 내가 소속된 팀 바이럴스가 합심해 결성한 팀이다. 일은 각자 하고 있으니 진짜 관심 있는 일,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며 뭉쳤다. 웜 스튜디오는 한국의 각 지역이 지닌 옛것을 다시 본다. 지역의 오래된 오브제나 문화를 젊은 디자이너의 눈으로 다시 보고, 디자인적 가치가 높거나 밀도 높은 이야기를 지닌 물건을 발굴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방식을 고민한다.
웜 스튜디오의 첫 프로젝트로 코펜하겐의 디자인 브랜드 프라마(Frama)와 함께 협업 전시를 열었는데 제주도의 오래된 유형 유산 중 ‘물허벅’이 있다. 물이 귀하던 제주도에서 배낭처럼 메고 다닌 물 항아리다. 제주도의 물허벅을 코펜하겐의 프라마 쇼룸에 프라마 제품과 함께 전시했다. 코펜하겐 사람들이 물허벅의 형태를 그 자체로 아름답게 받아들이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이 내게 미친 영향 디자이너는 경험과 시간이 계속 쌓이는 직업이라 좋다. 고민과 실패도 내 디자인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앞으로도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지킬 것은 지키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최근 기억에 남는 대화 우주나 철학, 인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디자인 이야기는 별로 안 한다. 대화 주제보다는 사람이 지닌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영향력 있는 에너지를 지닌 사람이 있지 않나.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니까.
올해 떠나고 싶은 장소 몽골. 몽골의 초원과 사막에서 별을 보는 것은 나의 오랜 버킷 리스트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자연에 풀어놓으면 집에 들어가길 싫어하는 편이다. 게르에서도 자보고 싶다.
‘남자는 이렇다’는 선입견 남자들은 절대 과묵하지 않다. 엄청나게 수다스러우며, 헛소리를 많이 한다. 남자 셋이 모이면 그릇 몇 개는 깰 거다.
이상적인 연인 관계 상호 보완하는 관계. 서로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기 때문에 끌리는 경우가 있을 거다. 나에겐 그런 게 사랑이다. 난 일할 때 앞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뒤를 안 돌아본다. 그래서 좌우를 살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돌다리를 열 번씩 두드려보는 사람과 함께라면 사랑이든 삶이든 일이든 잘 굴러갈 것 같다.
호감 가는 상대방의 면모 좋은 에너지와 솔직함. 만나자마자 자신을 내려놓는 사람이 좋다. 진짜 이야기는 내려놓은 다음부터 시작되는 거니까. 나는 먼저 내려놓는 편이다. 그리고 눈치 안 보는 사람을 좋아한다. 요즘 다들 서로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는 게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내 앞에서 눈치를 안 보고, 당당하게 행동하면 그 사람이 정말 궁금해진다.
타인을 대하는 원칙 잘 듣고, 좋은 질문을 하려고 노력한다. 질문에 따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온도가 달라지니까. 질문은 사회성과도 직결된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나 일에서는 완벽주의자. 항상 텐션이 올라가 있는 사람.
롤 모델이 있나 영국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킬리언 머피. 그를 보는 내내 ‘우아!’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또 내 주변인은 모두 내 롤 모델이다. 내가 좋아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배울 점이 있거든.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나를 끌어당겼던 힘을 궁금해하고, 그가 가진 장점을 배우고 싶어 한다.


MUN SEUNG JI

문승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한 세트의 의자다. ‘포 브라더스’라는 이름의 의자 시리즈는 가구 제작에 사용하는 표준 규격의 합판을 이용해 작은 자투리도 버리지 않고 만든 4개의 서로 다른 의자로 구성된다. 디자이너 문승지는 “당연한 디자인은 없다”고 말한다.
문승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한 세트의 의자다. '포 브라더스'라는 이름의 의자 시리즈는 가구 제작에 사용하는 표준 규격의 합판을 이용해 작은 자투리도 버리지 않고 만든 4개의 서로 다른 의자로 구성된다. 디자이너 문승지는 "당연한 디자인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