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LYE

컬리나리아 12538의 겨울 미각

도산공원 옆 골목길, 컬리나리아 12538이 파란 차양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다.

프로필 by ELLE 2010.11.16

제주도산 아스파라거스, 강원도산 감자 퓌레, 자갈치 시장에서 공수해온 남해산 존도리. 재료의 산지를 메뉴에 포기하는 것이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컬리나리아 12538의 메뉴는 젊은 오너 셰프가 품은 각별한 욕심의 결과다. 백상준 셰프는 CIA에서 파인 다이닝의 기본을 배우고 노부와 그래머시 타번 같은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 시간을 통해 그가 도달한 원칙은 세 가지다. 좋은 재료를 구해 잘 보관한 후 맛있게 요리하는 것. 내뱉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힘든 이 원칙들을 완수하기 위해 셰프는 수많은 숲과 들판, 항구와 농장을 순회했다. 최상의 소금을 찾아 해남의 염전들을 헤매고,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시스템을 상회하는 소규모 한우 농장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수집한 재료들은 레스토랑의 오픈 키친을 거쳐 섬세한 프랑스 요리로 다시 탄생한다.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코스까지 단계별로 선택의 폭은 뒀지만, 컬리나리아 12538에서는 점심과 저녁 모두 셰프 테이스팅 코스로만 선보인다. 캐비아를 곁들인 연어절임, 초리소를 얹은 그뤼에르 치즈 볼 등 앙증맞게 담겨 나오는 다섯 종의 어뮤즈 부쉬는 앞으로 이어질 요리들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1시간 정도 이어지는 코스에서 가장 먼저 즐거운 감관은 눈이다. 아스파라거스 샐러드는 선명한 녹색과 함께 토마토 콩피의 붉은 색, 오미자 젤리의 창백한 분홍빛이 하얀 접시 위에서 화사하게 어우러진다. 부드러운 크레이프 위에 갑각류의 붉은 살이 올려진 바닷가재 요리에서는 선연한 비트 글레이즈와 당근 소스가 식욕을 부추긴다. 시각적인 화려함에 비해 맛에서는 유난한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다. 적당한 밸런스 아래 재료 본래의 맛을 충실하게 전달하려는 메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우 스테이크와 수비드로 요리한 닭 가슴살이다. 부드러운 감자 퓌레, 와인 소스와 함께 나오는 스테이크는 최상의 한우를 찾으려 애썼던 셰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진공 저온 조리법으로 익힌 닭 가슴살에 가지와 캐비아를 넣은 요리는 야들야들한 식감과 아삭한 가지, 블랙 올리브 퓌레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계절에 따라 메뉴에 변화를 줄 예정이라는 컬리나리아 12538의 겨울 미각이 문득 기다려진다.
문의 02-515-0895



1 전남 옥과 한우 안심 스테이크
2 크레이프에 싼 바닷가재



*자세한 내용은 루엘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정미환
  • 포토 이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