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땐 코트를 여미고 미술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제니 홀저 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당신과 나를 위한 문장들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아홉 번째. | 국립현대미술관,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전시

‘글은 나의 힘이다’ - 제니 홀저 &nbsp; 글은 내게 외침이다. 미술관에 가면 남편은 작품을 먼저 보고 나는 전시장 벽에 붙여진 설명을 먼저 읽는다.&nbsp;비가 오던 날, 친구 딸의 돌잔치에 다녀왔다.&nbsp;그날은 일요일이었고, 내리는 비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부딪히며&nbsp;집이 아닌 어딘가로 향하라는 듯 기분 좋은 소음을 만들었다.&nbsp;불현듯 미술관에 가야 할 것 같았다.&nbsp;‘일요일이지만 비가 오니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으니 가보자.’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는 MMCA 커미션 프로젝트로 제니 홀저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nbsp;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관한 텍스트로 메시지를 전달해온 아티스트 제니 홀저. 그녀의 전시가 궁금했다.&nbsp; &nbsp; 무언가에 몰입된 모습의 사람에게 반하곤 한다.&nbsp;17년 전, 남편에게 반했던 그 날도 그랬다.&nbsp;그래서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고, 그건 ‘글’이었다. 나는 어딜 가든 글을 읽고, 대화 속 단어에 집착하고 있었다. 지금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도착했다.&nbsp;그곳의 주차장에 차를 댔다. (최초 1시간 2000원, 초과요금 15분당 500원, 1일 최대 요금 15,000원이다. 우리 차는 경차라 50% 할인) &nbsp; 한국예술인복지재단으로 예술 활동 증명을 받고 받은 예술인 패스가 있어&nbsp;나와 남편은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nbsp;본래 전시 요금은 통합권 4000원으로 현대 카드 등 다양한 할인 혜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마주한 작품은 제니 홀저의 초기 작품 ‘경구들’ (1977~1979)과 ‘선동적 에세이’ 시리즈 25개 중&nbsp;다른 색상의 12가지 포스터와 ‘경구들’시리즈에서 발췌한 문장 240개를 인쇄한&nbsp;1000장이 넘는 로비 벽면의 포스터였다. &nbsp; 그 많은 문장이 로비에 가득이었다.&nbsp;소설가이자 번역가인 한유주와 전문 번역가들이 번역에 참여하고&nbsp;안상수와 여러 타이포그래피&nbsp;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경구들’ 포스터가 한글로 처음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kukjegallery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BEING HAPPY IS MORE IMPORTANT THAN ANYTHING ELSE', 즉&nbsp;‘행복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였다. &nbsp;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그 작품을 바라보고 왼쪽 지하 서울 박스에는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 (2019)가 설치되어 있다.&nbsp;길이 6.4m 직사각형 기둥에 흐른다. 기둥은 로봇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속도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nbsp; 김혜순, 한강, 에밀리 정민 윤, 호진 아지즈 등 문학가 5명의 작품에서 발췌된 텍스트가 길이 6.4m 직사각형 기둥에 흐른다. 기둥은 로봇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속도로 위아래로 움직인다.&nbsp;1층에서 1차로 보고, 지하 서울 박스로 내려가서 다시 올려다보았다. 인스타그램 @kukjegallery 그렇게 스치는 문장이 얼마나 많을까 그렇게 스치는 외침이 얼마나 많을까 헤아리지 못한 미안함, 충실하지 못했던 이해 &nbsp; 예술은 관람하는 이들로 인해 비로소 완성이라고 생각한다.&nbsp;(그 해석이 호든 불호든, 좋든 나쁘든 간에) 타인의 표현을 이해하려는 아름다운 태도로 완성된다.&nbsp; &nbsp; 성큼하고 그새 온 겨울 추위에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어떤 미술관으로든 향해보자.&nbsp;몸이 움츠러들 때, 정신은 쑥쑥 자라나&nbsp;다가올 내년의 봄은 넓은 가슴으로 맞을 수 있게. &nbsp; 서울관 전시 는&nbsp;2020년 7월 5일까지 티켓 없이 로비에서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nbsp;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석조 다리 위에는 작가가 선정한 문구들이 영구적으로 새겨져 있다. &nbsp; 제니 홀저 (Jenny Holzer) 40년간 텍스트, 대중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단어, 문장을 가지고&nbsp;사회 비판적인 의미를 전달해온 세계적인 개념 미술가.&nbsp;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작가이자&nbsp;그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는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과 나를 위한 문장들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아홉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