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은 내게 외침이다.
미술관에 가면 남편은 작품을 먼저 보고 나는 전시장 벽에 붙여진 설명을 먼저 읽는다. 비가 오던 날, 친구 딸의 돌잔치에 다녀왔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내리는 비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부딪히며 집이 아닌 어딘가로 향하라는 듯 기분 좋은 소음을 만들었다. 불현듯 미술관에 가야 할 것 같았다. ‘일요일이지만 비가 오니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으니 가보자.’

무언가에 몰입된 모습의 사람에게 반하곤 한다. 17년 전, 남편에게 반했던 그 날도 그랬다. 그래서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고, 그건 ‘글’이었다.
나는 어딜 가든 글을 읽고, 대화 속 단어에 집착하고 있었다. 지금도….

(최초 1시간 2000원, 초과요금 15분당 500원, 1일 최대 요금 15,000원이다. 우리 차는 경차라 50% 할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으로 예술 활동 증명을 받고 받은 예술인 패스가 있어 나와 남편은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본래 전시 요금은 통합권 4000원으로 현대 카드 등 다양한 할인 혜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그 많은 문장이 로비에 가득이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한유주와 전문 번역가들이 번역에 참여하고 안상수와 여러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경구들’ 포스터가 한글로 처음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kukjegallery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김혜순, 한강, 에밀리 정민 윤, 호진 아지즈 등 문학가 5명의 작품에서 발췌된 텍스트가 길이 6.4m 직사각형 기둥에 흐른다. 기둥은 로봇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속도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1층에서 1차로 보고, 지하 서울 박스로 내려가서 다시 올려다보았다.

인스타그램 @kukjegallery
그렇게 스치는 외침이 얼마나 많을까
헤아리지 못한 미안함, 충실하지 못했던 이해
예술은 관람하는 이들로 인해 비로소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해석이 호든 불호든, 좋든 나쁘든 간에) 타인의 표현을 이해하려는 아름다운 태도로 완성된다.
성큼하고 그새 온 겨울 추위에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어떤 미술관으로든 향해보자. 몸이 움츠러들 때, 정신은 쑥쑥 자라나 다가올 내년의 봄은 넓은 가슴으로 맞을 수 있게.
서울관 전시
제니 홀저 (Jenny Holzer)
40년간 텍스트, 대중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단어, 문장을 가지고 사회 비판적인 의미를 전달해온 세계적인 개념 미술가. 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작가이자 그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는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