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의 행방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무려 1억 4천만원 짜리 바나나는 도대체 누가 먹었나.

@art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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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 2019>에서 예술계의 슈퍼스타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 포장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바나나가 전부이지만, 세 개의 에디션 중 두 개는 12만 달러(약 1억4천2백만원)에, 나머지 하나는 15만 달러(약 1억7천8백만원)에 팔렸습니다! 몸값만큼 인기도 슈퍼스타급이라 바나나 앞에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줄과 보안 요원까지 배치되었고 '새로운 모나리자'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이쯤 되면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바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 cattelanba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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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위트와 역설적 유머를 사용해 기성 체제를 풍자하는 스타일로 유명한 아티스트입니다. 18K 순금으로 제작된 변기, 그것도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줄만 서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그 작품은 이름은? 바로 '아메리카(America)'.

1년 전부터 카텔란은 바나나를 닮은 작품을 고민했다고 해요. 여행할 때마다 바나나를 사와서 호텔에 붙여놓고 영감을 찾았고, 레진과 청동 등으로 바나나 모형을 만들다가 어느 날 아침 문득 이렇게 중얼거렸죠. "바나나는…. 그냥 바나나여야만 한다."

그러니까, 이 바나나는 그냥 바나나입니다. 마이애미 로컬 마켓에서 사 온 바나나를 그냥 벽에 턱 붙여놓은 거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언젠가는 썩어 없어지겠죠. 누군가 몰래 바꿔놓을 수도 있고요. 실제로 행위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는 전시 중이던 12만 달러짜리 바나나를 먹어치웠습니다. "배가 고프다"면서요. 그럼 이 바나나를 산 컬렉터들은 어쩌냐고요? 무려 1억이 훌쩍 넘는 바나나인데? 너! 고소!인가요?

'코미디언'이 전시된 갤러리 페로탕의 디렉터는 바나나 자체보다는 작품의 컨셉, 즉 발상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다투나가 바나나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다투나가 바나나를 먹어치운 지 몇 분 만에 새 바나나를 벽에 다시 붙인 것은 물론입니다) 결국 구매자들은 바나나 자체가 아니라 그 발상을 증명하는 문서, 즉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 인증서를 사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죠. 갤러리 페로탕을 창립한 갤러리스트 엠마뉴엘 페로탕은 에 이 작품에 대해 "세계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고 설명했습니다.

 @galerieperr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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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든 어쨌거나 바나나, 아트 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코미디언'은 아쉽게도 <아트 바젤 마이애미 2019>가 막을 내릴 때까지 전시되지 못했습니다. 지나친 인기로 인해 관람객과 다른 작품의 안전을 걱정한 주죄측의 권고로 조기 철거된 것이죠. 바나나의 진짜 마지막을 장식한 사람은 바로 엠마뉴엘 페로탕.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바나나를 먹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했죠.

바나나가 그리운 아트 러버들을 위해, 갤러리 페로탕에서 '코미디언'을 패러디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모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사실은 바나나 자체가 아니라 이 코미디 같은 현상이 카텔란이 의도한 예술이 아닐까요? 전 세계에서 만든 각자의 바나나가 궁금한 사람들은 여기 @cattelanbanana를 클릭하세요!


일단 <엘르>가 꼽은 '코미디언' 패러디의 하이라이트부터.

뉴욕 포스트 1면을 장식한 카텔란의 바나나 @kinseyrobb @inkonthepad @ny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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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바나나의 천적 @thomasle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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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외에도 고추, 호박, 사과, 오이 등 온갖 과일과 채소가 패러디로 등장! @maldito_alho_de_minas_gera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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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특별한 바나나라면 같이 셀피 정도는 찍어줘야. 'Eat me. I'm famous!' @louisthe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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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계보의 조상님 격이죠? 마르셀 뒤샹의 '샘'과 함께 @robertste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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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텔란이 만든 또 하나의 문제적 작품. 지난 9월 도난 당한 황금 변기 '아메리카'와 함께 @unique.perspec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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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테이프와 바나나의 운명적 만남 @planned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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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바나나 @gregory.orekh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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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 @giuzz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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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나 저거나, 바나나는 바나나 @julienbrit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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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남기며 사라진 바나나. '아.윌.비.백' @rapaggi.anto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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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억 4천만원 짜리 바나나는 도대체 누가 먹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