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브라운 아이드 걸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전무후무한 '우먼 그룹'으로 우뚝 선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찬란한 역사. | 브라운 아이드 걸스,브아걸,브아걸 멤버들,브아걸 유니버스,가인

제아가 입은 시스루 블라우스는 Fendi. 파이톤 패턴의 스커트는 Blank. 나르샤가 입은 벨티드 재킷은 Low Classic. 가인이 입은 점프수트는 Bottega Veneta. 미료가 입은 재킷은 D’demoo. 페이턴트 스커트는 Blank. 이너 웨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라운 아이드 걸스(이하 브아걸)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아이돌 스케줄을 감행하고 있는 멤버들은 ‘기분 좋은 피로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4년 만의 컴백이라 아무래도 낯설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지난 주말에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팬들의 변화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학생이던 팬들이 이제 직장인이 돼서 돈 쓸 수 있다며 맘껏 활동해 달라는데, 만감이 교차했어요. -제아” 멤버 탈퇴나 해체 없이 14년을 이어오면서 최장수 현역 걸 그룹으로 인정받는 브아걸. 4년 만에 선보인 정규 7집 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가요 명곡을 리메이크한 앨범이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조영철 프로듀서의 지휘하에 두 개의 타이틀곡 ‘원더우먼’과 ‘내가 날 버린 이유’를 비롯 총 10곡이 수록된 앨범은 오롯이 목소리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한편, 지금까지 ‘브아걸 유니버스’를 만든 조력자 중 한 명인 황수아 감독이 연출한 두 편의 뮤직비디오는 색다른 스토리텔링으로 노래 감상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이름도 의미심장한 ‘원더우먼’에서 브아걸 멤버들은 멋진 블랙 수트를 차려입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드랙 퀸(드랙 퀸 아티스트 크루 네온밀크) 댄서들과 춤춘다. 성 역할이 반전된 이 대담하고 기발한 컨셉트를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는 네 명의 ‘언니’들이라니!   오버사이즈의 데님 재킷은 Musée. 깃털 장식의 슬리브리스 점프수트는 Zara. 나르샤가 입은 페이턴트 코트는 Blank.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아가 입은 맥시 코트는 Maxxij. 데님 팬츠는 Locle. 가인이 입은 점프수트는 Bottega Veneta. 제아가 입은 시스루 블라우스는 Fendi. 파이톤 패턴의 스커트는 Blank. 나르샤가 입은 벨티드 재킷은 Low Classic. 미료가 입은 재킷은 D’demoo. 페이턴트 스커트는 Blank. 이너 웨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맥시 트렌치코트는 Low Classic. 레이어드한 데님 재킷은 Levi’s. 슬리브리스 톱은 Alexander Wang.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돌아보면 브아걸의 무대는 꽃 같은 소녀들이 부르는 달콤한 사랑 노래와는 확연히 달랐다. 탄탄한 보컬 실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퍼포먼스가 더해진 무대에서 그들이 노래하는 여성들은 기쁘거나 아프거나 또렷하게 ‘나로서’ 존재했다. ‘뭐라도 난 하겠어 더한 것도 하겠어’라며 주문을 걸고(아브라카다브라), ‘길들여질 수가 없어 나를 절대 Don’t Touch’(식스센스)라며 포효하는 주체적 존재들. 브아걸이 이렇게 전무후무한 성격의 ‘우먼 그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음악이나 프로듀싱의 힘일까? 아니면 멤버 본연의 기질이 반영된 결과일까? “모든 것이 더해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모든 상황과 음악, 지금까지의 시간이 쌓여 결국 현재의 모습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하는 음악이나 스타일, 각자 생각들은 처음부터 항상 똑같았거든요. 그때는 우리가 어떤 표현을 해도 보는 사람들이 ‘무섭다’ ‘쎄다’ 정도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대중도 나이가 들고 그만큼 경험이 보태졌기 때문에 ‘브아걸은 이런 언니들이야’라고 인정해 주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나르샤” 그 시절 그 노래가 새롭게 들리는 건, 무엇보다 자신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브아걸의 과거 무대와 방송이 소환되고, 그 아래 ‘찬사’를 보내는 젊은 세대의 댓글이 이어지는 현상은 멤버들에게도 이색적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언니들인 줄 몰랐다’는 반응도 마찬가지. 앨범을 선보이고 출연한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브아걸 멤버들은 솔직하고 내공 강한 입담으로 카메라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친하지 않은 게 장수 비결”이라는 의외의 팀워크 비결을 밝히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나르샤는 설명한다. “너무 다른 여자 넷이 모이다 보니, 처음에는 사소한 거에 마음 상한 시기도 있었죠. 시간이 흐르고 계속 함께하다 보니까 ‘아, 저 친구는 이렇구나’ 인정하고 나니 싸울 일이 안 생겨요.” 동갑내기인 세 친구 제아, 나르샤, 미료와 동생 가인. 찬찬히 볼수록 제아의 표현처럼 ‘결이 다른’ 네 사람은 브아걸로 연결된 채 자신의 방식대로 각자의 삶을 살았다.   탁월한 보컬이자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 능력을 인정받는 제아는 올여름 솔로 앨범 를 선보이며 또 한 번 도전을 치렀다. ‘더 강한 나’로 나아가겠다는 자신의 다짐과 의지가 담긴 노래로 하고 싶은 음악과 이야기를 녹인,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앨범이었다.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이다. 우연히 방송을 통해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체험한 뒤 고민 없이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제주로 내려갔다. “일단 1년 살기로 시작했는데, 반달이랑 몽실이가 이 세상에 있을 때까지는 제주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매일 들로 산으로 나가니, 애들이 정말 좋아해요. 저요? 너무 좋아요. 일과 나를 딱 구분할 수 있으니까. 서울에 있으면 자꾸 뭘 하려 하는 강박감 속에서 계속 과하게 생각하게 돼요.” 제아는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훌륭한 조언자이기도 하다. 래퍼 치타와 함께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쎈마이웨이>에서 시원하고 진솔한 고민 상담으로 2030 여성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그건 제가 바로 ‘호구’여서 그래요(웃음). 살면서 은근히 이런 일 저런 일 당한 게 많거든요. 특히 우울증을 겪고 나니 공감되지 않는 상황이 없더라고요. 제아 언니도 나랑 같은 문제로 힘들었다니 위로가 된다는 얘기를 들을 때 기분 좋아요.”   나르샤는 팀에서 개인 활동이 가장 활발한 멤버 중 한 명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연기 활동에 이어 얼마 전 라디오 DJ도 시작했다. 원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까? 나르샤는 고개를 젓는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어쩌면 멤버 중에서 제일 망설임이 많을 거예요. 뭔가 결정하고 나아가기까지 오래 고민하는 타입이에요. 그런 시간을 많이 겪다 보니, 결국 별거 없더라고요. ‘뭘 고민해, 해봐야 이게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지’ 하게 되더라고요.” 넷 중에 결혼이란 모험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도 나르샤였다. 아프리카 세이셸에서 둘만의 작은 웨딩을 올리고 결혼반지도 따로 맞추지 않는 등 일반적인 룰을 비껴 나간 방식으로. “다들 제가 평생 결혼 안 할 줄 알았대요. 처음 소식을 전했을 때 멤버들도 믿지 않았어요(웃음). 결혼 후 안정적이고 어른스러워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주변에서 물어보면 추천하는 입장이에요.”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인생의 지혜로움이 느껴지는 나르샤는 40대의 삶에 대해서도 남다른 기대를 품고 있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29세보다 30세 이후가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 좋았거든요. 40대의 내 인생은 또 어떨지 기대돼요. 제 진짜 목표는 섹시한 50대, 60대가 되는 거예요. 그때 멋있게 살려면 지금 뭔가 만들어 놓아야  하니까 재미있게 열심히 일해야죠.”   가인이 입은 가죽 트렌치코트는 Low Classic. 컷아웃 니트 원피스는 Zara. 미료가 입은 재킷은 Maxxij. 레이어드한 데님 재킷은 Levi’s. 미니스커트는 Eyeye. 슬리브리스 톱은 Alexander Wang. 테일러드 재킷은 Fendi. 데님 팬츠는 & Other Stories. 이어 커프스는 Portrait Report.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어한 벨티드 블라우스는 Fendi. 구조적인 형태의 팬츠는 Fayewoo.   윤상, 심수봉, 이은하, 베이시스, 김광진, god 등 한국 가요사를 아우르는 트랙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 중 하나는 엄정화다. 가히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이 현역 디바의 대표곡 ‘초대’를 솔로곡으로 택한 미료. 조심스럽게 타진한 리메이크 요청을 기꺼이 수락한 엄정화는 직접 피처링에 참여했다.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정화 언니랑 그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본 게 처음이었는데, 말투가 너무 사근사근 하시더라고요.” 브아걸의 유일한 래퍼인 미료는 언제나 그렇듯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모든 래핑을 직접 썼다. “가장 안 풀렸던 곡은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에요. 결국 그 곡에는 랩 파트가 안 들어갔어요. 예전에는 꾸역꾸역 어떻게든 넣어보려고 욕심을 냈겠지만, 곡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둘이 함께 출연한 방송에서 나르샤는 미료를 향해 “활동하는 모습을 돌아봤을 때, 미료가 손해 본 적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언프리티랩스타 3> 등을 통해 재조명된 실력파 래퍼 미료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비슷할 것이다.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보다 훨씬 심플하다. “그런 생각을 해준다는 게 너무 고맙죠. 비록 14년 만에 들은 소리지만(웃음). 내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힙합 한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어요. 그런데 모든 건 저란 사람이 선택한 것이었기에,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또 브아걸 멤버가 됐을 거예요.” 과거 서태지에 영향을 받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음악의 길로 들어선 만큼, 좋아하는 일에 온몸을 던지는 미료는 요즘 유튜브에 빠져 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게임 방송 및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것. “그냥 나이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울 게 없다”는 미료의 숨겨진 매력이 궁금하다면 접속해 보길.   마지막으로 가인의 말간 얼굴과 마주할 차례다. “너무 재미있어요. 오랜만에 일하니까, 집에 가서 피곤한 느낌이 드는 게 좋더라고요.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를 선보이며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년 공백 이유는 나 때문이다. 언니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는 가인. 10대 연습생 시절부터 쉼 없이 달려오는 동안 꼭 필요했던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그는 오랜만의 피곤함이 반가울 만큼 건강해 보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보컬 레슨을 받았어요. 갑자기 녹음실에 가서 노래하면 목을 다칠 것도 같고,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 올 것 같아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아, 나 아직 안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자신감 레슨을 받았다고 할 수 있죠.” 과연 재즈풍으로 편곡된 가인의 솔로곡 ‘사랑밖에 난 몰라’를 들으면 가인만의 매력적인 음색과 표현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다. “아직까지 그 곡에 대한 해석을 잘 못하겠어요. ‘사랑밖에 난 몰라’라고 하는데 그 감정이 되게 기쁘지만은 않거든요. ‘한’이라고 할까, 미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에요.” 가인은 언제나 자신이 느끼는 것에 솔직한 아티스트였다. 그것이 금기시된 욕망이나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 불편한 것일지라도. 솔로 아티스트로서 선보였던 ‘피어나’ ‘파라다이스 로스트’ ‘진실 혹은 대담’ 등은 몇 해가 지난 지금도 그 안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중요한 건 매 앨범마다 그때그때의 제 상태나 생각들이 반영됐다는 점이에요. 작사가 김이나 언니가 항상 내 얘기를 들으면서 가사를 썼거든요. 그 노래들이 요즘 새롭게 들린다면 이제 사람들의 마인드가 좀 더 열린 거겠죠. 우리 노래가 사람들이 꽁꽁 숨기는 부분을 많이 건드렸잖아요.”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질문. 내년을 기약하고 있는 가인의 솔로 앨범에는 서른셋 가인의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 “정말 모르겠어요.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에요. 내가 늘 해왔던 것처럼,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가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가야 할지 헷갈려요. 회사에 이런 얘기를 했더니 ‘돈 안 벌어도 되니까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해줘서 울고 말았어요.”     비단 연예계뿐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든 여성들에게 ‘오래 버티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친하지 않은 게 팀워크의 비결”이란 말 속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느껴지는 네 사람. 짧지 않은 동안 서로의 모난 부분을 품으며 스스로를 단련한 그들에게 브아걸이란 이름은 자부심의 증표다. “다들 무탈하게 14년이란 시간을 버텨왔고, 지금 이렇게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자체가 자부심을 느낄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우리가 음악 활동을 계속 해주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삶에 큰 기쁨이 된다더군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겨요. -나르샤” 어쩌면 브아걸의 시대는 이제 도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무후무한 '우먼 그룹'으로 우뚝 선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찬란한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