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분위기 종결 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어릴 때부터 곱슬머리가 콤플렉스였던 뷰티 에디터의 히피 펌 도전기. 결론은?

귀밑 3cm 단발이어야 했던 중학생 때부터 입사 초년생 시절까지, 스트레이트 펌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독한 곱슬머리가 싫었다. 머리에 일일이 판넬을 붙여 곱슬기를 펴는 구식 스트레이트 펌부터, 뜨거운 아이론으로 펴는 일명 ‘매직 스트레이트’까지 스트레이트 펌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때문에 나에게 ‘히피 펌’이란 <해리포터>의 ‘해그리드’ 머리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의미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히피 펌을 했냐고? 우선 개인적으로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며 동경하는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은 십중팔구 히피 펌 스타일에 가까웠다. 물론 그녀들은 일부러 히피 펌을 했다기보다 천연 곱슬이겠지만 풍성한 볼륨과 자연스러운 ‘꼬불꼬불’거림, 바람이 불 때마다 얼굴을 휘감으며 만들어내는 시적인 아름다움이란. 두 번째로는 귀찮음 절반, 바쁜 일정 절반의 이유로 한동안 미용실을 못 간 탓에 머리가 허리까지 길기도 했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미’에 대한 기준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생머리나 물결 웨이브로 점철된 소위 ‘한국st’ 헤어 디자인이 어찌나 지겨워 보이던지! 지금이 적기다 싶어 바로 에디터의 헤어 주치의, 에이바이봄 강다현 이사를 찾아갔다. 곱슬머리가 히피 펌을 해도 괜찮겠냐는 우려에 “왜요? 하면 되죠!”라는 세상 ‘쿨’한 답변! 히피 펌도 다 같은 히피 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어떤 모질을 가졌는지에 따라 로트의 굵기에 다양성을 주는 것이 비결이라는 그녀의 부연 설명. 전체적으로 무겁게 떨어지는 것보다 층이 있어야 더욱 멋스러운 실루엣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허리까지 기른 내 머리에도 과감하게 층을 많이 냈다. 곱슬기가 있어 세팅이 잘되고 머리카락 자체에 힘이 있어 큰 로트를 사용해 늘어지면서도 자연스럽게 컬이 지도록 했단다. 중간중간 타이트하게 말린 컬을 넣어주기 위해 더 작은 로트를 군데군데 섞었다는 설명까지. 그렇게 3시간 정도 지났을까. 내 머리는 푸들 털처럼 보글보글 말려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남편의 반응은 “괜찮아. 나쁘지 않은데?”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댓글 반응 역시 ‘시 좀 쓰게 생겼다’ ‘파리 3대학 석사상(象)’ ‘소르본 근처에서 만날 것 같은 느낌’ ‘도불해서 프랑수아즈로 이름을 바꾸자’ 등 다행히 호평 일색이다. 이제 집에서 혼자 감고 말려도, 이 스타일을 잘 유지하는 것이 과제! 초반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해그리드’ 스타일로 길거리를 나다닌 끝에 나름 요령이 생긴 곱슬머리 에디터의 히피 펌 스타일링 노하우를 정리해 본다.

펌 전용 샴푸와 트리트먼트는 필수

직업상 욕실에 다양한 종류의 샴푸와 컨디셔너를 늘어놓고 매일 손 가는 대로, 매번 다른 제품으로 머리를 감곤 한다. 하지만 히피 펌을 하고 나니 결론은 하나, 펌 전용 라인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곱슬머리라 히피 펌 특유의 보글보글함이 지나치게 살아서도 안 되기에 컬 샴푸 대신 두피 샴푸를 택했는데, 절대적으로 ‘비추’다. “두피 샴푸는 모발을 건조하게 할 수 있어요. 컬 샴푸나 펌 전용 샴푸, 트리트먼트를 함께 써서 컬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해줘야 오히려 엉킴이 덜합니다.” 강다현 이사의 명쾌한 설명이다.

애써 말리지 말고 대충 말리기

예전에는 곱슬기를 정돈하며 말려야 했기에 드라이기 바람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도록 하고, 애써 머리칼을 빗어내리는 동작을 반복하곤 했다. 하지만 히피 펌을 한 뒤 머리 말리는 습관이 달라졌다. 손가락으로 빗어 내리며 말리니 꼬여 있던 가닥이 풀리면서 또 ‘해그리드’ 신세가 된 것. 경험 끝에 터득한 법은 그냥 내버려두거나 찬바람으로 살살, 대충 말리는 거다. 평소 사용하는 다이슨 헤어드라이어의 많은 노즐 중 손바닥보다 더 큰 디퓨저 노즐을 보며 늘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생각을 했는데 히피 펌 말리는 데 최적. 뿔난 망치처럼 생긴 디퓨저 노즐을 그냥 두피 여기저기 가만히 갖다 대기만 해도 찬바람이 두피부터 컬 사이사이를 돌면서 머리를 건조시켜 주고, 모발이 너무 뜨는 걸 막아주니 곱슬머리 히피 펌에게는 딱인 것. “정수리 부분의 볼륨을 살리기 위해 평소 머리카락이 난 모근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세워가며 말리는 게 중요합니다.” 강다현 이사의 추가 팁이다.

오일 한 번보다 에센스 여러 번

컬을 무겁게 만드는 오일보다 바운싱 효과를 주고 여러 번 덧발라도 떡 지거나 처지지 않는 헤어 에센스를 덧바를 것을 추천한다. 머리를 감은 뒤 두피 물기를 털어내고 모발을 타월로 꾹꾹 눌러 물기를 제거해 준다. 그 다음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기 전에 컬 크림이나 수분 에센스를 모발 전체에 고루 발라줄 것. 두피가 완전히 마르고 모발이 80%가량 마른 시점에 다시 한 번 덧발라주는 것이 베스트. 그래야 컬이 확실히 살아나기 때문이다.

외국인 같은 히피 펌 스타일을 원한다면

히피 펌은 정갈하지 않고 헝클어진 데서 특유의 아우라가 살아나는 법. 스트리트 사진에서 보던 외국 여자들의 멋진 히피 펌 스타일을 따라 하고 싶다면,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말릴 것을 추천한다.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숙여 정수리 부근부터 골고루 말린 후 두피가 적당히 말랐다 싶을 때 고개를 들어 모발을 휙휙 흔들어줄 것. 가르마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컬도 그날그날 흘러가는 대로, 말 그대로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 귀의를 꿈꾸는 히피처럼 ‘머리카락아, 오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식으로 내버려두는 거다. 이때도 손가락으로 빗어 내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

ELLE RECOMMENDS

곱슬머리 내 인생에 히피 펌을 허락한 다섯 가지 제품들.
식물성 오일이 모발에 영양을 주는 리제너레이팅 헤어 케어 마스크, 11만원, Hair Rituel by Sisley. 감고 말리면 모발이 부들부들해지는 솔리드 샴푸. 아보카도 코-워시, 2만5천원, Lush.손상된 모발에 영양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너리싱 올리브 프룻 오일 샴푸, 3만1천원, Kiehl’s.부스스한 컬에 윤기를 주고 싶다면. 까리떼 뉴트리 시어버터 영양 마스크, 4만2천원, Rene Furterer.컬 사이에 바람을 균일하게 불어넣어 주도록 고안된 슈퍼소닉, 디퓨저 노즐, 47만9천원대, Dyson.

어릴 때부터 곱슬머리가 콤플렉스였던 뷰티 에디터의 히피 펌 도전기. 결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