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서울, 이화동의 장면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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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서울, 이화동의 장면들

이번 주말 이화동을 산책해 보는 건 어때요? 서울의 다른 얼굴을 마주칠 수 있을 거예요.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네 번째.

ELLE BY ELLE 2019.11.05
10월 초부터 10월 마지막 날까지, 약 한 달간 본래 살던 집을 벗어나 다른 동네 이화동에 살았다.
 
(‘이화동’이라는 동명은 이화동 2번지에 있던 정자 이화정(梨花亭)에서 유래되었다. 이화정은 배 밭 가운데 지어져 봄이면 정자 주위가 온통 하얀 배꽃으로 둘러싸여져 붙여진 이름. 이화는 배꽃이란 뜻이지만 지금은 배나무도 배꽃도 찾아볼 수 없다)
 
낙산 성곽을 끼고, 대학로와 동대문 사이에 위치한 아주 조그마한 동네. 이화동의 장면은 생활과 추억과 여행과 삶이 한데 엉켜 있다.
 
이른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좋아하는 드라마가 촬영된 골목골목을 찾는 관광객들의 기쁜 방문이 있고, 
퇴근 시간에는 가파른 언덕 위를 지친 뒷모습으로 오르는 나이 많은 주민들의 무거운 걸음이 있고, 
온종일 좁고 가파른 언덕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소리가 가득하다.
하늘과 거의 맞닿아 있는 곳

하늘과 거의 맞닿아 있는 곳

 
서울에 사는 지인 중 이곳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한 달을 사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가끔 동네 산책을 했다.
벽 하나를 같이 쓰는 집이 많다.
대문을 같이 쓰는 집이 많다.
창문이 작은 집이 많고,
계단은 모두 많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글을 써 붙인 대문이 많다. 
 
유명한 날개 벽화가 있는 '이화 벽화 마을’의 초입에는 옛날 교복이나 한복을 빌려주는 상점이 있다. 오래전 학창시절의 추억을 더듬고자 그 교복을 빌려 입고 동네를 거닐며 기념사진은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남산과 인왕산 사이로 지는 해를 보러 오는 이들이 많았다. 의외의 노을과 야경 맛집이랄까.
 
 
힘들게 언덕을 오르내리는 주민들의 고된 표정과는 달리, 낭만을 찾아 어쩌다 한 번씩 들르는 이들의 들뜬 표정이 한데 엉켜있다. 
 
내가 머물던 곳 바로 앞 언덕에 서면 매일의 다른 노을이 나를 반겼다. 
노을이 질 때쯤 그 언덕에 나서면, 퇴근길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하나둘 만나게 된다. 
그들은 노을 지는 하늘을 등진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는다. 하루를 내려놓고 온전한 쉼으로 향한다.
집으로 향한다.
 
5000원이면 수북한 빨랫감을 세탁, 건조를 거쳐 예쁘게 개어주는 허름한 빨래방,
필름을 현상 스캔해주는 필름 현상소,
밤새 미싱을 돌리는 샘플실과 패턴실,
특이하게 굽어 올라가는 다리, 
이화동 여행이 시작되는 굴다리, 
따뜻한 오후 햇살 아래 느긋하게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들, 
같은 미용실에서 방금 머리를 볶고 나온 할머니들, 
데이트 나온 커플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
 
낡고 오래된 것들을 오가는 새로운 사람들이 한데 엉켜 있다. 과거와 현재가, 어제와 오늘이 말이다.
 
며칠 뒤 이화동에 다시 가야 한다. 
맡겨둔 필름을 찾으러, 한 달을 살았던 그곳에. 
 
서울의 과거와도 같은, 현재와는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 이화동으로 향해보자. 
 
배꽃의 향은 못 맡아도 완연한 가을 속, 의외의 서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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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모아(@LESONDUCOUPLE)
    사진 김모아/허남훈(www.lesonducouple.com)
    에디터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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