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티고>의 천우희와 유태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아슬아슬한 눈빛으로 서로를 좇는 남과 여. 그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 천우희,배우,유태오,인터뷰,화보

&nbsp; 튜브 톱 원피스는 Prada. 골드 이어링과 링은 모두 Bottega Veneta.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천우희가 착용한 볼드한 사각 이어링은 Goiu. 이중으로 디자인된 재킷과 하운즈투스 패턴의 와이드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블랙 집업 부츠는 Ermenegildo Zegna XXX. 천우희가 입은 새틴 소재의 재킷과 스커트는 Jaybaek Couture. 골드 이어링은 Goiu. 브라톱과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태오가 입은 수트는 모두 Berluti. 레더 뷔스티에는 Jaybaek Couture. 이어링과 스커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nbsp; 「 내가 있어야 할 자리, 천우희&nbsp; 」 촬영 현장이 후끈했어요 이런 느낌의 커플 화보는 처음이에요. 내심 섹시한 화보를 원했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요(웃음). &lt;버티고&gt;를 ‘고공 감성 무비’라 하더군요. 점점 멜로가 체질이 돼가고 있네요 정말, 멜로가 체질이고 싶어요. 하하. 워낙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 오다 보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방영 중인 드라마 &lt;멜로가 체질&gt;의 진주와 &lt;버티고&gt;의 서영은 그런 캐릭터예요. 특수하지만 굉장히 보편적인 30대 여성들이죠. 실제의 당신은 밝은 사람인데, 대중에 각인된 이미지는 반대였죠.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종종 했는데 &lt;멜로가 체질&gt;을 통해 완벽하게 이뤄낸 느낌입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너무 ‘도른자’로 볼까 봐 살짝 걱정이에요(일동 웃음). &lt;멜로는 체질&gt;의 명랑하고 똑 부러진 진주와 &lt;버티고&gt;의 고민 많고 매사에 조심스러운 서영은 극과 극의 인물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건 배우 입장에선 어떤가요 장단점이 있어요. 올해가 유난히 그런 것 같은데, &lt;우상&gt;에서 보여드린 련화도 색깔이 완전히 달랐죠. ‘텀’ 없이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보여드리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내 안의 다양한 면모를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몇 년간 품고 있던 작품들이 모두 공개돼서 통장 잔고가 떨어진 느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빨리 입금해야 하는데(웃음). 새로운 패는 언제든 보여드릴 수 있어요. 아직 도전하고 싶은 게 많거든요. 그나저나 &lt;싱글즈&gt;를 시작으로 &lt;멜로가 체질&gt; &lt;버티고&gt; 등 한국 미디어 속 서른 즈음의 여성은 왜 늘 방황할까요 그런 말 하잖아요. 사회적 체감 나이가 변했다고. 과거 서른을 바라보는 시선과 지금 서른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졌어요. 과거엔 서른이라면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거나, 엄마가 돼 있어야 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의 서른은 여전히 다양한 선택이 열려 있는 나이에요. 김광석이 부른 &lt;서른 즈음에&gt;는 마흔에게 더 어울리는 곡이 됐어요 공감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세월이 흘러도 풀리지 않는 여성의 본질적인 고민 때문인 것 같아요. 여성이 사회로부터 느끼는 어떤 불안감들. ‘서른’ 하면 왠지 어른답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외부 시선들. 고민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느껴요. 한국은 특히 나이에 특정 의무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죠 네. 가족과 친구와 일과 사랑. 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중심을 잘 못 잡고 살아가죠. 20대 때는 그걸 잘 인지하지 못하거나 어린 시절에 겪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며 지나간다면, 30대부터는 그런 것들이 조금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면서 고민도 커지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자신을 많이 알 수 있는 시기가 30대란 생각을 해요. 자기자신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니까요. 당신은 지금 그 시기를 통과하고 있고요 그래서 두 작품에 더 손이 갔나 봐요. &lt;버티고&gt;의 경우 작품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마지막 한 줄 때문에 선택했어요. 마지막 대사를 보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마지막 대사에 당신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군요 심적으로 유난히 힘든 시기였거든요. 그래서인지 그 대사가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었어요. 연기하는 내내 위로받는 느낌도 받았고요. 당신이 현재 버티고 있는 게 있다면요 최근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지난해 말 &lt;버티고&gt;를 촬영하고, 올해 &lt;멜로가 체질&gt;을 통과하면서, &nbsp;2년간 품었던 &lt;우상&gt;을 보내주면서 뭐랄까. 점점 나를 둘러싼 것들에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연기적으로는 아쉬운 지점들이 있지만, 이전처럼 나를 몰아세우고 힘들게 하진 않아요. 버틴다는 것보다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잘 서 있는 느낌이랄까요. 두 작품을 보면 연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당신의 실제 연애는 어떤가요 연애가 시작되기 전엔 의심이 많아요. 충동적으로 혹은 분위기에 휩쓸려 마음 주는 걸 경계하는 편이에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오랫동안 지켜보죠. 신중하게. 그러다가 ‘Go!’ 하는 순간 적극적으로 변해요. 연애가 끝나면 또 연연해 하지 않고요. 술 먹고 울면서 전화하는 일은 제 인생에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웃음). 누군가 그러더군요. 너무 신중해서 놓치게 되는 인연도 있다고. 연애는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한다고 그래야지 하다가도, 안 돼요. 그건 성향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늘부터 가을 장마래요. 비 좋아하나요 비올 때 집에 있는 건 좋아해요. 이전에는 눈을 더 좋아했는데, 조금 바뀌었죠. 누가 그랬더라. 눈보다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되면 어른이 된 거라고. 정말요? &lt;멜로가 체질&gt; 카피를 인용해 묻고 싶군요. “서른 되면 어른 될 줄 알았어?” (빠르게) 아니요, 아니요! 배우 천우희는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철이 없어서 어른이 못 될 것 같고요, 말씀처럼 어른이 안 됐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철들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대신 호기심이 많이 사라질 것 같거든요. 이전보다 밝아진 느낌이에요 제가 요즘 심하게 ‘도른자’여서(웃음). 5개월 동안 쉬지 않고 진주로 살다 보니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그 텐션이 나와요. 엊그제 쫑파티를 했어요. 이제 진주와 작별하고 &lt;버티고&gt;의 서영을 다시 꺼내 마주할 시간이에요.&nbsp; &nbsp; 유태오가 입은 오버로크 디테일의 블랙 터틀넥 니트는 YCH. &nbsp; 「 새로운 배우의 초상, 유태오&nbsp; 」 주위에서 많이 그러더군요. 당신은 아티스트 기질이 강한 배우라고 사람은 누군가를 파악하기 위해, 문화 안에서 흔히 쓰는 단어를 가지고 카테고리화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나온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주관이 확실한 편이에요. 관심사가 많은데 그걸 또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요. 그래서인지, 감사하게도 아티스트라는 카테고리에 넣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제야 아티스트 기질이라고 해주시는 거지, 덜 알려졌을 땐 4차원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웃음). 표현법을 언급했는데, 안 그래도 당신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어휘 사용 폭이 넓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어를 뒤늦게 배운 것으로 아는데 놀랐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했어요. 여러 문화를 접하면서 표현 가능한 감수성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 됐는데, 우리 말을 공부하면서 새롭게 배운 감수성들이 많아요. 가령 ‘짜증 난다’는 말. ‘짜증 난다’는 독일어나 영어로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거든요. 반대로 우리나라 언어는 그 뜻이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영어-독일어 단어도 있고요. 연기든 대화든 배경에 깔 수 있는 단어가 많아지면서 얻게 되는 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lt;버티고&gt;의 진수를 표현하는 건 어땠나요 서영과 비밀스러운 사내 연애 중인 회사 최고의 인기남. 시놉시스만 봤을 땐 전형적인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아니더군요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 기존 영화들이 접근하지 않은 캐릭터여서 욕심이 났어요. &lt;버티고&gt;는 전계수 감독님이 20년 전부터 영화화를 시도해 온 작품이에요.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죠. 더 일찍이 영화화됐다면, 당신이 이 작품과 만나는 일은 없었을 텐데요 작품도 연애나 결혼과 같다고 느껴요. 결국 타이밍인 거죠. 배우로서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일이 잘 풀리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않았을 때도, 끝까지 배우로 살 거라는 예감은 했어요. 연기는 어떤 결과를 바라고 선택한 직업이 아니거든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에요. 언제부터였나요. 그런 예감이 든 건 스물한 살, 연기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요. 고등학교 때 농구 선수였어요. 졸업하고 체대를 가려고 했죠. 그런데 유럽 대학들은 입학 전에 다양한 활동으로 경험을 쌓은 학생을 좋아해요. 입학이 더 유리해지죠.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뉴욕에 있는 리 스트라스버그 연기학교에 갔어요. 3개월 동안 학교 다니고 9개월 동안 뉴욕을 경험하다 독일로 돌아갈 계획으로요. 그런데 연기 시작 1~2주 지나고 딱 알겠더라고요. ‘아, 이거였구나!’ &nbsp; 그 확신은 뭘까요 연기 무대에 섰을 때 알았어요. 내가 농구를 좋아한 이유가 운동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코트’라는 무대가 좋아서라는 걸. 박수받고 싶은 심리가 강했다는 걸. 비슷한 충족감이 연극 무대에도 있는데, 심지어 연기는 내 감수성을 더 다양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더라고요. 그 느낌에 빠져 계획을 아예 틀어버린 거죠. 2주의 경험이 인생을 바꿨군요. 당신에게 연기는 운명인가요, 의지인가요 전자요. 제가 직업을 선택했다기보다 직업이 저를 선택한 느낌. 열다섯 살 때부터인가. 5년간 여름방학 때마다 한국에 들어와서 농구 합숙을 했어요. 문화적 충격을 받았죠. 매를 맞으며 훈련하는 건 생각지 못한 일이었거든요. 엄격한 선후배 서열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 안에 독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정이 또 있더라고요. 그렇게 방학을 보내고 독일로 돌아가면, 교포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웠어요. 내 안의 감수성이 뭔가 달라져 버린 거예요. 그때 또 &lt;8월의 크리스마스&gt; &lt;접속&gt; &lt;약속&gt; 같은 한국영화를 즐겨봤는데, 그 영향도 적지 않게 받았죠. 한국에 들어온 건 2009년입니다. 데뷔작은 영화 &lt;여배우들&gt;. 기타 치며 ‘오, 사랑’을 부르던 영화 속 당신의 모습이 생생한데요, 지금 보면 어때요 ‘나라는 존재의 한 껍데기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지금의 저와 그때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인간은 하루하루 변하는 존재니까요. 오늘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그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모르는 일이죠. 독서 폭이 넓다고 들었습니다. &lt;버티고&gt; 촬영 때는 하이데거 논문을 읽었다고요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저는 기억이 잘…(웃음) 제가 호기심이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당시 언어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시기여서 아마 그걸 읽었을 거예요. 진수를 연기하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언어가 만들어지기 이전엔 인간도 원숭이처럼 제스처나 기본적인 소리로 소통했을 거예요. 그러다가 언어가 생기면서 사고할 수 있는 역사가 생겼죠. 그랬을 때 원초적인 내 모습이 진짜 나의 정체성인가, 아니면 생각하는 내가 나의 정체성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언어의 역사에서 시작된 고민이 인간 본능으로 옮겨가고, 그게 또 진수라는 캐릭터와 엮인 거죠. 심오하군요. 조금 더 넓혀서 국적이나 인종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5:5인 것 같아요. 지구를 구글맵으로 보면 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구글맵을 줌인하면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나라들이 보여요. 거기에서 더 줌인하면 한 나라의 지역이 나오고, 더 줌인하면 한 동네가 보이죠. 그런데 같은 문화라도 동네에 따라 성격이 달라요. 이태원과 강남이 다르고, 홍대 성격이 또 다르잖아요? 지도를 더 줌인해서 들어가면 한 가족이 모여 사는 집이 나오는데, 같은 언어를 써도 의미가 다르게 쓰일 때가 있어요. 그래서 가족끼리 싸우는 거고요. 그런데 제가 러시아·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미국 등에서 일했는데, 다른 언어를 쓰는데도 감수성이 같으면 소통이 되더라고요. 감수성이 통하는 사람 앞에서 국적과 인종은 큰 장애물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상관 있으면서도 완전히 상관 없다’입니다. 감수성이 비슷한 사람을 한 동네에 모아둔다면, 그러면 행복할까요 그건 지루해서 재미없을 것 같은데요(웃음). 최근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건축 관련 책을 읽고 있어요. 건축에 관심 갖게 된 이유가 있겠죠 그건, 연기와 무관하게 꾸는 꿈인데요. 공간 안에 문화를 남겨놓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제가 죽은 후에도 이어질. 누군가가 남긴 영화를 통해 저는 영감을 얻었고, 연기자가 됐고, 또 삶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어요. 비슷한 맥락이에요. 저도 누군가에 그러고 싶은 거죠. 공간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건축 관련 책에 흥미가 생겼어요. 관심사가 정말 넓게 뻗어 있네요 영향받은 사람들의 섬세함을 연구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죠. 좋게 말하면 호기심인데, 어떻게 보면 강박증이기도 해요.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고요. 잠을 잘 못 자요. 뭔가를 계속 찾아보느라. 당신이 믿는 이 세상의 ‘진짜’는 뭔가요 지금, 이 순간을 진솔하게 사는 것.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현재를 못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현재를 못사는 사람도 있고요. 저에겐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백남준 선생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The Future is Now(미래는 지금이다).” 공감하는 말이에요. 당신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인가요 네, 저는 여기 있어요. &nbsp; 레더 트렌치코트는 Michael Kors. 사이하이 부츠는 Stuart Weitzman. 이어링은 Bottega Veneta. 그래픽적인 패턴의 아우터웨어와 슈즈는 모두 Ermenegildo Zegna XXX. 스웨이드 팬츠는 Salvatore Ferragamo. 가죽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