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좋은 정유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정유진은 '쿨'하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 단련된 마음이 오늘의 정유진을 만들었다. | 정유진,배우,밀어서 감옥 해제,모델 출신,풍문으로 들었소

글렌 체크 재킷은 Nina Ricci. 블랙 팬츠는 Polar Skate Co.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EENK. 이어링은 Thomas Sabo. 글렌 체크 재킷은 Nina Ricci. 블랙 팬츠는 Polar Skate Co.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EENK. 이어링은 Thomas Sabo. 드라마에서 자주 봐서 어느새 모델 출신이란 걸 잊었어요. 카메라 앞에 서니 역시 ‘느낌’이 다르더군요 평소에는 정말 편하게 입어요. 촬영장에는 무조건 트레이닝 차림으로 가요. 가끔 이렇게 화보 촬영을 하면 재미있어요. 모델 할 때 생각도 나고요. 연기를 시작한 초반에는 계속 모델로 비춰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배우로 봐주는 분들이 많아요. 그만큼 시간이 흘러서겠지만.   주연을 맡았던 tvN 단막극 <밀어서 감옥 해제>가 얼마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았어요. 영화제에 처음으로 참석한 소감은 그날 감독님이 다른 일정이 있어서 혼자 가게 됐어요. 떨리기도 하고, 레드 카펫이 너무 길어서 깜짝 놀랐어요. TV 단막극이 영화제에 초청되는 경우가 흔치 않기에, 기쁜 마음으로 우리 팀을 대표해서 잘하고 와야겠다 생각했어요. 스마트폰 문화, 왕따, 학교 폭력 등 사회 이슈와 연결된 작품이에요. 배우로서 남다른 자세가 필요한 이야기였을 것 같아요 촬영 당시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을 비롯해 학교 폭력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올 때였어요. 드라마 때문에 많이 찾아봤는데,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고 우리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인지할 수 있길 바랐어요. 영화 GV 행사를 하는데 어린 친구들이 많이 와서 몰입해 보더라고요. 뜻깊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2015년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첫 현장에 대한 기억은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동선이 어찌 되든, 주인공 얼굴을 가리든 말든, 편안하게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러면 안 되는 거였더라고요. 안판석 감독님은 정해진 규칙대로 찍으시는 분이 아니기에, 뭘 잘 몰라도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다시 감독님과 만났을 때는 ‘내가 잘해내야 하는데’ 하는 부담감이 컸어요. 연기 초보가 안판석 감독 눈에 든 비결은 뭐였을까요 오디션 때도 그렇고, 그냥 ‘쿨하게’ 연기하는 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뭘 하든 긴장은 해도 잘 ‘쪼는’ 성격은 아니에요. 보이는 것처럼 실제로도 ‘쿨’한 사람인가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고, 또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어요. 일적으로는 많이 쿨한 편이에요. 어떤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도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낙담하지 않아요. ‘쿨’하지 못할 때는 사랑 앞에서 완전히 ‘쿨’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연애할 때, 상대방에게 아쉽거나 서운한 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쿨’하지 못하죠. 드라마에서 주로 차갑고 똑 부러진 도시 여자를 연기했어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했나요 실제의 나와 많이 달라 부담스럽긴 했어요. 주로 ‘다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저는 부자로 살았던 적이 없거든요. 집안 좋고 학력 높고 돈도 많은, 그런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요. 화이트 재킷은 Daejoongso. 셔츠와 팬츠는 모두 Polo Ralph Lauren. 슈즈는 Fendi. 이어링은 Goiu. 니트 톱은 COS. 본인과 가장 닮은 점이 많았던 캐릭터는 많이 닮은 캐릭터는 아직 없었던 것 같아요. 그나마 비슷했던 걸 꼽자면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송해린’이 아닐지. 허당기도 좀 있고, 가슴 아픈데 안 아픈 척하는 모습들이 어느 정도 닮은 것 같아요.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친구의 아픔이 많이 드러났는데,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어요. 데뷔 이후 여러 드라마에 얼굴을 비치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모델 일을 할 때도 잘 쉬지 않았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쭉 달려오다가 성장통을 겪으면서 잠시 쉰 적 있어요. 연기란 게 내가 진지하게 다가가도 되는 직업인지, 스스로 많이 돌아본 시간이었어요. 출연작 하나하나 애정도 커지고,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이 나한테 들어올까 궁금하고, 차츰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생기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가장 많은 배움을 얻은 작품을 꼽는다면 앞서 말한 단막극 <밀어서 감옥 해제>를 찍으면서 깨달은 게 많았어요.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물론, 정재은 감독과의 작업도 워낙 좋았고, 첫 주연을 맡아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는 부분에서 공부가 많이 됐어요. 10월에 방영할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에서는 어떤 인물을 연기하나요 광역수사대 수사반장 ‘하마리’란 인물인데, 이 친구도 어떻게 보면 ‘금수저’예요. 스펙 좋고 열심히 일하는 교과서적 인물인데, 다른 인물과 부딪히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돼요. ‘걸 크러시’ 같은 면모도 있어요. 형사 역할은 꼭 한번 해보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어렵더라고요. 실제 우리 사회의 이슈들도 많이 다루다 보니, 촬영하면서 저도 몰랐던 부분을 배우고 있어요. 일하며 만난 사람 중에서 닮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요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엄마 역할로 만난 백지연 선배님. 함께 연기하면서 ‘케미’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되게 기분 좋았어요.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멋있는 분이란 걸 느껴요. 우리나라에서 한 획을 그은 분이잖아요. 마인드가 정말 젊고 깨어 있으세요.   스스로 높게 평가하는 자신의 면모는 뭔가요 나 자신에 대한 믿음? 사회생활도 일찍 시작했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내가 무너질 거란 생각은 한 적 없어요. ‘어쨌든 잘될 거야’라고 믿었어요. 나는 절대 삐뚤어지지 않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거라고요. 어릴 때부터 환경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무너지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아요. 강하지 않지만 강해지려고 노력했어요. 낙담하거나 쫄지 않는 정유진의 쿨함이 거기서 나오는 거였군요 모델 일을 할 때부터 이런저런 오디션에서 떨어진 경험이 허다해서 연기할 때도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오디션에 가요. 사실 붙는 게 더 어려운 일이잖아요. 떨어질 거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임할 때, 훨씬 잘되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기념할 만한 순간을 꼽는다면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을 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에요. 본래 스스로에게 칭찬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때 처음으로 ‘너 진짜 수고했다’고 말해 줬어요. 되게 후련하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살았군요. 20대를 돌아보면 어때요 20대 때는 일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현재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많은데, 그게 다 20대의 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서른이 된 지금, 바뀐 점이라면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것? 돈이나 시간의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 말이에요. 전에는 빨리빨리 움직이느라 사소한 행복을 잘 못 느꼈어요. 지금은 잠깐 쉴 때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소중해요. 그렇다면 30대의 정유진을 움직일 동력은 뭘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건 연기를 하고 싶은 제 마음이죠. 좋아하는 배우는 마리옹 코티아르, 인생 영화가 <러스트 앤 본>이에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두 사람의 거칠고 서툰 사랑 이야기가 충격적일 만큼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저도 언젠가 이런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정유진의 인생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