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여정을 만났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영화 <기생충>에 이어 JTBC 예능 <서핑 하우스>까지. 조여정의 매력은 어디까지 일까? | 조여정,배우,배우 조여정,조여정 화보,조여정 인터뷰

화이트 실크 블라우스는 Gaze De Lin.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보니 참 귀여워요 하하. 칭찬 같은데요? 칭찬 맞아요. 이런 말, 자주 듣죠? 얼굴이 귀엽다는 건 아니고, 하는 짓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요. 제가 엉뚱한 발상, 엉뚱한 이야기를 잘하거든요.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서 어떤 롤을 담당하나요 저는 재롱과예요. 친구들 키가 대부분 170cm가 넘어요. 그래서인지 괜히 재롱을 부리게 돼요. 나서는 건 잘 못 하는데 친구들과 있을 땐 웃기게 되더라고요. 당신을 만나러 간다니까 주변 여자 동지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내더군요. &lt;기생충&gt; 이후 여성 팬이 늘었다고 느끼나요 드라마 &lt;완벽한 아내&gt; 때 지인들이 좋은 댓글을 캡처해서 보내줬어요. 제가 댓글 안 보는 걸 아니까 일부러 보내준 거죠. 딱 봐도 여자들이 쓴 게 느껴지는 댓글들이었어요. ‘엇! 왜 갑자기 세상이 나를 응원하지?’ 엄청 힘이 나더라고요. 얼마 전 끝난 JTBC 드라마 &lt;아름다운 세상&gt; 때도 그렇고, 영화 &lt;기생충&gt; 때도 그렇고 여자 분들이 많은 호감을 보내주세요. 신기해요. 어떤 영향일까요 음… 저는 ‘어느 날 갑자기’는 안 믿거든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는 뭔가가 알게 모르게 쌓인 게 아닐까…. 댓글에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다’는 내용이 많았어요. 아마 저처럼 일하는 여성이 적지 않을 테고, 일하면서 꾸준히 노력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동질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반응을 보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싶어 너무 기뻤죠. 댓글은 일부러 피해온 건가요 많이들 그러지 않을까요. 어떻게 봐요. 무서워서. 누군가의 댓글을 보고 ‘이런 (험악한) 말들을 하는구나. 그럼 나에게도 이런 댓글이 달리겠구나’ 싶더라고요. 이후 멀리하다가 &lt;완벽한 아내&gt; 때부터 용기 내서 보기 시작한 거예요. &lt;아름다운 세상&gt;의 경우 조금 다른 의미로 댓글을 살폈는데, 워낙 민감한 소재이기에 내가 놓친 게 없나 일부러 찾아봤어요. 하지만 아직도 자신 없어요, 댓글은. 배우에게 ‘재발견’이라는 말처럼 식상한 단어는 없지만 &lt;기생충&gt;을 보고 그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연기를 잘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캐릭터를 저글링해 내는 배우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사과할게요 와, 진짜요(웃음)? 저글링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 표현인데, 캐릭터를 가지고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그간 비장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거든요. 그에 반해 &lt;기생충&gt;의 연교는 여러 가지로 열려 있는 캐릭터였죠. 연기가 쉬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똑같이 힘들었는데, 주위에서 즐기면서 한 것 같다고 해주니까 좋아요. 사실 배우는 감독이 어떻게 써주느냐에 따라 다양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존재잖아요? 배우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숨은 면모를 끄집어내주는 감독에 대해 감탄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는데, 당신에게 &lt;기생충&gt;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건 사실 &lt;인간중독&gt; 김대우 감독님이 먼저 해주셨어요. “여정 씨가 굉장히 스윗한 사람인데, 가끔 상대를 ‘엇’ 하게 하는 다른 결도 있다. 대중이 모르는 조여정을 보여주고 싶다”며 &lt;인간중독&gt; 속 숙진을 그려주셨어요.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이 &lt;인간중독&gt;을 보고 저를 &lt;기생충&gt;에 캐스팅하셨더라고요. &nbsp; 아이보리 하이넥 언밸런스 원피스는 IKE. 화이트 메시 부티는 Jimmy Choo. 실버 물방울 형태 이어링은 Goiu. 실버 링은 Original Object. 네이비 오버사이즈 재킷은 Ava Molli. 실버 언밸런스 이어링은 Goiu. 실버 소재 배기팬츠는 IRO. 역시 ‘어느 날 갑자기’는 없군요(웃음) 그러니까요. 두 분은 제 귀인이에요. 배우 입장에선 내 안의 다양한 면을 애정 있게 찾아 다뤄주는 분이 귀인일 수밖에 없죠. 당신이 작품에서 다양한 모험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제가 의외로 모험을 좋아해요. 안정적인 것에 흥미를 못 느끼는 스타일이어서 지인들은 “왜 자꾸 불구덩이로 뛰어드냐”고 그래요. 사실 선택의 순간엔 그게 모험이란 생각을 못했어요. 지나고 나서야 그렇게 보이는 선택을 했다는 걸 알았죠. 10년 전에도 그랬고요. 10년 전이라면 &lt;방자전&gt;을 선택할 때죠 네. 그때도 그게 모험이라는 생각보다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라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선택한 거고요. &lt;아름다운 세상&gt;의 경우엔 힘들 걸 알면서도 해보고 싶었어요. 예상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내 삶이 흔들릴 정도로 연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 순간을 견디고 통과했을 때 오는 쾌감이랄까. 누가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작품을 함께한 사람들과 우리 회사 식구들은 알잖아요? 그걸 공유하는 기쁨이 있어요. 그런 느낌에 중독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일상에서도 모험을 즐기나요 일상에서는 평범해요. 안정적이고. 연기할 때 그런 면모가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욕을 먹더라도, 망하더라도 마음이 가는 건 해봐야 한다는 쪽이에요. 연기를 향한 욕심일까요 욕심보다 승부욕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는 타고난 배우가 아니에요. 타고나지 못했기에 더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바라보는 건 아주 훌륭한 연기들이죠. 그들이 타고난 것인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영역까지 도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연기는 사실 인생을 걸고 하는 거예요. 아! ‘인생이다’ ‘삶이다’ 이런 거 거창하고 오글거리는 표현이라서 안 하려고 했는데…(웃음). 좀 진부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nbsp; 크랙 패턴 시폰 원피스는 Guy Laroche. 골드 스퀘어 이어링은 Goiu. 수많은 선택이 모여 지금의 당신이 됐습니다. 지난해가 데뷔 20주년이었다고요 아우, 민망해요~ 숫자는(일동 웃음). 제가 또 거창한 타이틀을 못 견뎌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연차가 쌓였다고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요. 어제 데뷔한 친구가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선후배가 어디 있나요. 거기서 내가 몇 연차인 건 중요하지 않죠. 열려 있는 사람이군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그것도 승부욕에 가까운가요 운동은 저와의 싸움이에요. 싸움에서의 승률요? 꽤 높은 편이에요. 저는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나와의 약속마저 지키지 못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해요. 알고 있죠? 스스로에겐 엄격한 거 하하. 저에겐 못됐어요. 타인에겐 관대하고. 왜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란 게 있잖아요? 나와의 약속을 못 지켰을 땐 속으로 ‘오늘의 루저!’, 지켰을 땐 ‘오늘의 위너!’ 이래요(웃음). 1997년에 잡지 모델로 데뷔했습니다. 연기보다 연예계라는 곳이 먼저 와 닿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맞아요. 연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잡지 모델을 시작했어요. 광고, 방송, VJ를 동시에 했는데 연예계가 무섭다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개념 자체가 없는 나이였어요. 그저 마냥 새롭고 신났죠. 막내다 보니 다들 예뻐해주셨어요. 그냥 그 자체를 즐겼으니 됐다는 생각이에요. 대학 진학을 연극과로 했어요. 연기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은 그즈음부터인가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수업은 물론 리포트, 발표, 공연 연습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았어요. 그 와중에 드라마 활동도 했고요. 대학을 간다는 게 직업으로 연결된다는 개념이 있잖아요? 아티스트는 사실 완성이 없는 건데, 그땐 성실하게 해서 졸업하면 훌륭한 배우가 되는 줄 알았던 것 같아요.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했기에 또 지금의 당신이 있는 거겠죠 근성 트레이닝은 된 것 같아요. 대학원은 교육자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갔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건 사연이 조금 있어요. 중간에 이런저런 벽에 여러 번 부딪혔어요. 회사 문제가 가장 컸죠. 그런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니 내가 이 일에 연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 준비 없이 연기자로서 미래를 마냥 꿈꾸기가 불안하더라고요. 찾아주는 사람이 없는데, 서른이 넘어서도 나 혼자 배우가 직업이라 하고 있으면 되게 슬프잖아요. 저런… 그래서 혹시 모를, 서른 이후의 삶을 대비한 거예요. 교육 분야에 도전해 봐야지 하고 스물아홉 즈음에 대학원을 간 거죠. 그런데 한 학기 다니다가 영화에 캐스팅됐어요. 니트 톱은 M Missoni. 이어링은 Goiu. 블랙 니트 원피스와 블랙 샤 스커트는 모두 Fabiana Filippi. 실버 후프 이어링은 Original Object. 덕분에 지금의 배우 조여정이 있고요. &lt;기생충&gt;의 유명 대사죠? “실전은 기세야, 기세!” 참, 좋아하는 대사예요. 기세라는 단어, 제가 평소에 잘 쓰거든요. 내가 가진 능력이 요만큼인데, 기세마저 없으면 그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잖아요?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하는데 슬픔은 어떨까요 저는 슬픔은 잘 안 나누는 편이에요. 엄살같이 구는 걸 경계하는 편이죠. 특히 여배우의 고민은 사치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어서 조심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 역시 어떤 직업에 대해 잘 모르면 상대의 고민을 깊이 공감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티를 안 내요. 별거 아닌 것처럼 넘어가죠. 상처받을까 봐 그런 것도 있나요 남에 대한 이야기든 나에 대한 이야기든 영혼 없이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그건 벽을 쌓는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벽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조심성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타인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만큼 타인도 나에게 그래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lt;기생충&gt; 이후의 당신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계획이 있나요? “가장 완벽한 계획은 역시 무계획”인가요 하하. 기택(송강호)의 그 대사도 크게 공감하는 게, 제가 20대 때 ‘한 계획’ 했었거든요(웃음). 계획대로 살면 희망한 게 이뤄지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것도 안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계획에 충실하다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순간을 놓치는 경우도 생기고요. 계획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낀 후로는 큰 약속만 잡아두고 나머지는 흐르는 대로 둬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고백하자면, 당신과 또래예요. 사실 마흔을 앞둔 여성이 가지는 어떤 불안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시기에 주목받고,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건 또래 입장에서 굉장히 힘이 나는 일입니다 와, 참 마음에 와 닿는 말이에요. 사실 &lt;기생충&gt; 개봉하기 전에 주변에서 “대박 나야지. 대박 날 거예요” 해도 와 닿지 않았어요. 물론 주목받는 프로젝트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간 영화지만, 개인적인 대박을 바라고 일할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랑을 주시니까, 어리둥절한 게 있어요. 당연한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마흔을 앞두고 뭔가 주목받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타이밍이기도 하니까요. 참, 신기해요. 조여정이란 사람이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정말 웃기는 사람이기도 해요(웃음).&nbsp;&nb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