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노 요시유키, ‘건담’의 아버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31년 전, 토미노 요시유키는 건담을 빚어냈다. 직접 만난 그는 장성한 ‘아들’을 내심 뿌듯이 여기는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작가적 자세와 비즈니스적 태도를 엄격히 구분하는 노련한 마에스트로이기도 했다. ::건담, 토미노요시유키, 토미노요시유키내한, 부천국제영화제, 기동전사건담, 애전사, 만남의우주, 역습의샤아, 별을잇는자, 연인들, 별의고동은사랑, 기동전사건담UC, 기동전사건담:우주세기의기억:: | ::건담,토미노요시유키,토미노요시유키내한,부천국제영화제,기동전사건담

:: A B O U T Tomino Yoshiyuki매끈한 민머리가 꼭 도올 선생을 닮았다. 말솜씨라면 도올에 뒤지지 않는 토미노 요시유키는 1972년 TV 애니메이션 으로 데뷔한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소설가다. 데즈카 오사무의 '무시 프로덕션'에서 의 TV시리즈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력에 가장 중요한 방점을 찍는 것은 시리즈다. 그는 십 수 편의 을 제작?감독했다. 때로 다른 사람의 이름을 건 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팬들은 토미노 요시유키를 진정한 ‘건담의 아버지’로 칭한다. 3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여전한 사랑에 감사한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하는 후배들을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질투한다고 할 땐 영락없이 어린애 같다가도 애니메이션의 역할과 작가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서릿발이 뚝뚝 묻어 나왔다. 토미노 요시유키는 애니메이션이 사람과 사회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30년 넘도록 곧은 자세를 견지한 이 마에스트로의 손에서, ‘한낱’ 애니메이션은 제국이 되고 가치관으로 성장했다. Q. 79년 방영 전 인터뷰에서 의 테마에 대해 ‘내일을 향한 젊은이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후 이런 테마가 구현되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어디에 드러나 있나.구현 되기도 했고 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시대가 흘러가는 것에는 좋은 면, 나쁜 면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병렬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본다. Q. 작년이 30주년이었던 것으로 안다. 늦었지만 소감 한 마디 하신다면?창작자로서 30년간 사랑 받아왔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팬들 덕분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을 감독하기도 했는데, 이런 것에 불만이 있고 용납할 수 없기도 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비즈니스신이 개척된 부분에 대해선 반발의 여지가 없다. 제작자 중 한 사람으로서 감사한다. 보충 설명을 좀 더 하겠다. 내가 원작자로 인정받고 있는 점은 확실하다. 이라는 작품을 TV프로그램으로 기획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나다. 그러나 저작권은 방송국이 갖고 있다. 창작자, 만화가 입장에서 이는 기이한 현상이다. 하지만 나 혼자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원작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권리는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일개 스태프에서 시작해, 30년이 지난 지금 원작자로서 인정 받은 스스로를 상당한 행운아라 생각한다. 나 이외의 스토리텔러가 나오는 것은 작가적인 입장에서 용납하기 어렵지만, 시장적으로 접근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각기 다른 입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쉽다. Q. 다른 감독이 만드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인가? 은 ‘슈퍼 로봇’에서 ‘리얼 메카닉’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일조했다. 요즘 나오는 은 리얼 메카닉에서 슈퍼 로봇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추세인데, 그런 부분에도 불만이 있나?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누차 말했듯, 상업적 측면에서는 환영할 수밖에 없다. 한 작가의 의견을 따를 것인가, 로봇 자체에 무게를 실어 다른 산업?작품과 연계해 갈 것인가의 문제다. 한 사람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마음엔 안 들지만 인정은 한다는 말인가? 그런 논리로만 생각하긴 어렵다. 작가적, 비즈니스적 관점을 잘 나눠서 생각하는 게 성숙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연령이나 남녀 구분 없이 철저히 비즈니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 이 작품은 이런 걸 담으려 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다. Q. 최근 한국에도 직접 집필하신 소설이 출시되었다. 소설과 애니메이션 중 선택한다면?쉽게 대답할 수 없지만, 양쪽에 모두 심혈을 기울였다. 매주 연속적으로 방영되는 것으로는 어떤 스토리 전개가 가능한지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었다. 소설로 글을 읽는 건 매주 만화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소설에서 만족할 만한 콘셉트는 TV와 달라진다. 비교를 해 보자면 소설 쪽이 보다 나 자신만의 작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Q. 과거에 프라모델보다 캐릭터의 매력이 팬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입장은 어떤가?초기엔 중?고등학교 여성 팬들이 많았다. ‘건프라’(건담 프라모델)가 유명해져 가면서 남성적이 된 경향이 있고, 그러면서 포용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 그런 면에선 올바른 성장을 하지는 않은 듯싶다. 요즘은 애니메이션 ‘산업’이라고들 말한다. 사회적으로도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많이 수용되어 더 이상 성장 산업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완숙기에 들어섰다. 내가 한국에 초청되어 온 것도 추락의 징후가 아닐까 싶다.(웃음) 폴 케네디는 에서, 국가 쇠퇴의 원인을 가장 왕성했던 시기로부터 찾는다. 장르의 쇠락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Q. 일본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대국이다. 일본이 그렇게 된 이유가 뭘까?일본이 애니메이션 대국이라고?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 대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졌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직 애니메이션은 매체 역할을 하지 못한다. 미국?유럽의 팬들이 많이 늘긴 했지만 그 다음으로 연결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람의 가치관, 나아가 사회적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가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척도다. Q. 앞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추락의 징후가 보인다고 했다. 그 원인을 꼽는다면? 그리고 반드시 비즈니스적 성장을 수반해야 애니메이션 장르가 융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지금이 가장 성공한 시점이라면, 이미 성공에 대한 경험을 가져 본 것이 된다. ‘성공한 지금’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옛날 생각을 하며 기획한다. 과거를 바라보다가 현실에 벗어나는 작품을 만들다 보니 쇠퇴하고야 마는 것이다. 내가 요즘 애니메이션을 아주 많이 보진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종종 후배들이 찾아와 창작력 부족에 대해 토로하곤 하더라.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애니메이션 작품은 비즈니스적 성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금력이 없으면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현장에서 “나는 상업적인 것이 싫고,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뭐, 스스로 자금을 융통할 만하다면 상관 없겠지만. Q. 을 통해 늘 새롭게 등장한 젊은 세대의 가능성을 주목해 왔다. 때때로 등장 인물들은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젊은 이들에게 기대를 건다. 본인이 젊다면 자기 자신에게 기대를 걸겠지만(웃음).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기대가 크다.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아직 확실하게 결정 된 건 없지만 이라는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성급하지 않게, 꾸준히 추진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