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열 네 번째 상상극장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불온하고 격렬하거나, 환상적이며 기발하거나. 열 네 번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간 진행된다. 날고 기는 부천의 영화들 중 다섯 편을 골랐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PiFan2010, 미스터노바디, 비밀의눈동자, 골든슬러버, 슈얼리섬데이, 건담, 자코반도마엘, 후안호세캄파넬라, 2010아카데미최우수외국어영화상, 이사카코타로, 나카무라요시히로, 오구리슌, 오구리슌감독데뷔작, www.pifan.com, 엘르, 엣진, elle.co.kr::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10,미스터노바디,비밀의눈동자,골든슬러버

미스터 노바디Mr. Nobody, 2009 | 자코 반 도마엘 | 134min프리머스 시네마 소풍10, 7/16, 17:00 | 7/18, 14:00세상에 참 복잡한 영화가 많지만,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SF인지 멜로드라마인지 구분을 못한 채, 30분이 지난 후에도 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냐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주인공 니모 노바디(자레드 레토)에게 "넌 도대체 누구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두 명의 자녀(혹은 세 명?)를 둔 네모 노바디는 어느 날 백십칠 살 먹은 노인이 되어 2092년에 눈을 뜬다. 노화로 죽는 사람이 없는 미래가 그 앞에 펼쳐진다. 그러나 네모는 인류에서 노화로 죽는 마지막 사람으로 숨을 거두기 직전이다. 그를 지배하는 유일한 질문은 "나는 정말 원하던 대로 살았는가?"이다. 의 로즈와 다소 비슷한 질문이지만, 어쨌든 그 순간부터 과거로 돌아간다. 그가 과거로 돌아가는 방식(회상)은 너무 간단하다. 그저 생각만으로 모든 게 이루어진다. 나비효과, 초끈 이론, 엔트로피의 법칙도 불쑥 등장하고, 온갖 SF에서 본 적이 있는 가정들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결국 알게 되는 진실은, 이 모순된 이야기들이 아홉 살 꼬마의 상상력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바로 (1991)의 전제다. 13년 만에 돌아온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데뷔작 의 SF버전을 만든 셈이다. 주인공 네모가 소년과 청년 시절에 사랑하는 방식은 홀리오 메뎀의 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운명의 순환 구조를 복잡하게 펼친다. 를 유쾌하게 보고 싶다면 도마엘의 데뷔작 을 필히 감상할 것을 권한다. 다이앤 크루거, 사라 폴리, 주노 템플 같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톡톡 튀는 연기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비밀의 눈동자The Secret in Their Eyes, 2009 | 후안 호세 캄파넬라 | 129minCGV3, 7/18, 14:00 | 7/23, 20:00소설을 쓰려하지만, 좀처럼 글이 써지지 않는 남자가 있다. 오래 전 검찰에서 은퇴한 벤야민은 검사 이렌느를 찾아가 25년 전의 일에 대해 회상한다. 1974년 6월,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강간 살인 사건이다. 스물세 살의 학교 선생 릴리아나가 죽자 검사보 벤야민은 범인을 찾아나선다. 벤야민은 결혼식 앨범 속의 수상한 인물 이시도로 고메즈(그의 이상한 눈빛!)를 의심하고 뒤를 쫓은 결과, 우여곡절 끝에 그를 체포하고 종신형을 받게 만든다. 그러나 정부가 반정부 게릴라 소탕에 협력한다는 이유로 범인 고메즈를 풀어주면서, 벤야민 일당의 또다른 비극이 시작된다. 에두아르도 사체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는 스릴러와 로맨스의 감정을 정교하게 오고간다. 캄파넬라 감독은 인기 미드 의 연출자답게 드라마의 완급 조정에 능수능란함을 보여준다. 러닝타임의 3/4을 범인 고메즈를 체포하는 과정에 할애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반전에 있다. 그렇다고 할리우드식 반전을 상상해서 곤란하다. 반전이 일반 스럴러처럼 진짜 범인 찾기나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힘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귀결된다. 25년 만에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했던 벤야민은 자신의 남은 인생을 정리할 시간에 결국 다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되찾는다. 'Te mo(두려워)'라는 메모를 'Te Amo(떼 아모: 사랑해)'로 바꾸는 벤야민의 낙서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골든 슬러버Golden Slumber, 2010 | 나카무라 요시히로 | 139min 한국만화영상진흥원, 7/18, 14:00 | 프리머스 시네마 소풍5, 7/21, 17:00 현대인의 삶은 매일 아침 일어나 뉴스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늘 본 뉴스에 희대의 살인마나 파렴치범이 등장하면 온 나라 사람들이 공분으로 들끓는다. 범죄자의 사진과 이름이 공개되고, 옆집 이웃과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생김새에 놀란다. 종종 생각한다. 저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면 어쩌나. 확인할 방법은 없다. 대중들은 이미 한 번 걸러진 정보만을 접한다. 언론은 힘이 세다. 영웅도 악마도 쉽게 만든다. 그리고 언론 뒤엔 더 큰 힘이 존재한다. 개인이 이 모호한 권력 덩어리들에 맞서는 게 가능한 일일까?의 주인공 아오야기는 선량한 남자다. 평생 개미 이상의 것을 죽여본 적이 없을 것 같은 그는 옛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총리 암살범으로 몰린다. 몇 달 전부터 주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모조리 아오야기를 총리 암살범으로 확정 짓는 증거로 이용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 아오야기는 거대 권력의 집중 공격에 ‘습관과 신뢰’로 맞선다. 영화라는 판타지를 입고도 이길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대결은 긴박하기보다 처량하다.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긴박함 속 줄곧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음악과 노랗게 바랜 회상 장면은 기이한 평온함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해피엔딩을 보며, 때로 현실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선량한 의지대로 세상이 움직여 주길 바랐다. 거대한 감동은 없어도 아기자기한 일본식 공명이 있는 영화다. 08년 일본 서점대상과 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거머쥔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슈얼리 섬데이Surely Someday, 2010 | 오구리 슌 | 122min프리머스 시네마 소풍 11, 7/16, 17:00 | 부천시청, 7/19, 17:00 감독인 오구리 슌은 일본 문화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한국판의 라면머리 구준표와 우수에 찬 윤지후가 폭풍 인기를 얻기 한참 전, 일본엔 원조 ‘꽃남’이 있었다. 거기서 루이, 그러니까 윤지후 역할을 맡았던 게 오구리 슌이다. 인기로 따지면 한국의 윤지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은 아시아의 스타 오구리 슌은 꾸준히 영화를 찍는다. 어느 정도 연기력에 다다랐을 때 ‘배우’ 직함을 획득하려는 것은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에게 당연한 수순이다. 오구리 슌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는 오구리 슌의 첫 장편 영화다. 완전히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시끌벅적하고 조금쯤 비뚤어진(알고 보면 순진한) 고등학생 남자애들 무리는 기존 일본 영화에서도 흔히 등장했다. 그들이 학교 페스티벌에서 밴드를 하기로 결심하고 죽도록 연습하는 것도 몇 번 봤다. 페스티벌이 취소되는 걸 막기 위해 폭파를 한다느니 만다느니, 학교를 점거해 귀여운(?) 협박을 하는 것도 드문 장면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폭탄이 터진다. 다섯 친구들은 퇴학당해 뿔뿔이 흩어진다. 제대로 된 이야기가 시작하는 건 3년 후다. 야쿠자가 된 카즈오가 거액의 돈가방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의문의 여자에게 도난 당하고, 우연히 이 장면을 보게 된 타쿠미, 쿄헤이와 함께 옛 친구들을 모아 여자를 쫓는다. 대단한 수작은 아니지만 배우 출신 젊은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며 애써 기준치를 낮춰 볼 필요는 없다. 왁자한 다섯 남자가 최악의 상황을 그럭저럭 헤쳐 나가는 것을 보면 누구에게나 있었을 치기 어린 학창시절이 생각 난다. 다케나가 나오토, 아베 츠요시, 츠마부키 사토시 등 굵직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니 유심히 살필 것. 기동전사 건담 UC MOBILE SUIT GUNDAM UC(Unicorn): Day of the Unicorn, 2010 | 후루하시 카즈히로 | 58min한국만화영상진흥원, 7/18, 20:00 | 7/22, 17:00 어렸을 적,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 충실했던 터라 로봇을 가지고 놀아 본 적 없다. 호기심에 뒤집어 본 모형 자동차가 꼭 뒤집혀 버둥거리는 바퀴벌레 속살을 닮았다는 생각은 몇 번 했었다. 3단 변신 로봇 같은 데에는 아예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기껏해야 입으로 ‘뚜쒸, 뚜쒸’ 별 희한한 소릴 내 가며 부수기 위해 만들어진 비평화적 장난감이라 생각한 건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건담’은 콜렉터나 오타쿠만 좋아하는 만화라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도만 달랐을 뿐, 주변 남자들은 거의 다 ‘건담’에 일종의 애착을 지니고 있었다. 하긴 그렇다. 철갑상어같이 미끈한 차에 열광하는 것도, 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도 모든 남자가 아이였을 때 꿈 꾸던 변신 로봇을 그대로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건담 시리즈의 역사는 1979년 최초의 건담, ‘기동전사 건담’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단순히 현실 세계에 로봇이 편입한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국가, 전쟁, 인물상 등을 묘사했다는 점이 지금의 방대한 ‘건담’을 가능하게 했다. 기동전사 건담 UC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집필해왔던 토미노 요시유키의 작품이 아니지만, 세계관은 크게 변하지 않고 보존되었다. 그렇다, 건담은 하나의 제국이다. 너무 방대해 선뜻 시도하긴 겁나지만 슬슬 건드려 볼까,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