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가장 ‘부내’ 나나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기네스 팰트로, 클레어 데인즈, 케이트 보스워스, '부내녀' O. 카메론 디아즈, 메간 폭스는 '부내녀' X. 그러니까 대체 '부내녀'가 뭐냐고? 지금부터 얘기하겠다. |

대세는 기울었어요“‘부내’ 나려면 어떻게 해야 돼?”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씩씩거렸다. 응? 부…내…? 궁금증을 뒤로한 채 사연을 들어보니 이렇다. 봄날 다 간다며 우는 소리를 하는 남자 동료에게 미녀 친구를 소개시켜줬다고. 이튿날 의기양양하게 경과를 물으니 남자가 영 미적지근했다. “화려하게 생겼더라.” 그래서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아리송해 하는 사이, 그가 덧붙인 말은 “그런데 그리 귀해 보이진 않더라.” 두둥~! 귀한 여자 소리에 떠오른 에피소드 하나. 얼마 전 내과엘 갔다. 그런데 의사는 진료보다 내 얼굴 관찰에 열심이었다. “내가 말이죠. 관상을 좀 봅니다. 대화해 보면 인상과 직업, 형편이 맞아떨어져요. 귀한 인상의 사람들이 사는 것도 귀하게 삽디다. 인상 때문에 더 잘 풀리는 것도 있겠죠. 그런데 요즘 우리 병원 오는 환자들 보면 젊은 층은 하나같이 인상이 귀해졌어요. 박복하거나 드세 보이는 인상이 드물죠.” 그때는 웬 봉창 소린가 싶었으나, 친구 얘기도 그렇고 확실히 귀해 보이는 여자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귀한 여자가 요즘 말로 ‘부내’ 나는 여자다. ‘부내’는 ‘부자 냄새’의 준말로 ‘부티’ ‘귀티’와 유사한 의미로 보면 된다. 온라인을 통해 ‘부내’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니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부내 난다’와 유사한 느낌의 단어를 골라 달라는 질문에 ‘고귀하다’는 답이 가장 많이 나왔고, 그 다음이 ‘고상하다’ ‘부유하다’ ‘예쁘다’ ‘교양 있다’ ‘여성스럽다’ 등의 순이었다. 이 신조어 출처를 찾자니 오늘날 대개의 신조어가 그렇듯 인터넷이다. “배우들 사진 보면서도 ‘부내 난다’고 하고, 옷이나 액세서리 보고도 그렇게 표현해요. 부내 나는 여자가 되고 싶다는 하소연도 많이 들어 봤어요.” 포털 사이트 주요 커뮤니티에 가입해 맹활약(?) 중인 후배의 증언이다.80s ‘부티’ 90s ‘귀티’ 2010 ‘부내’ ‘부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은 아니다. 본질은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지만 시대에 따라 표현과 의미가 조금씩 달라졌을 뿐. 굳이 구분하자면 80년대엔 ‘부티’, 90년대엔 ‘귀티’, 그리고 요즘이 ‘부내’라 하겠다. 불도저 같은 개발로 현대적인 도시 형태도 갖췄겠다, 신흥 갑부들도 등장했겠다,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들을 유치하면서 성취감도 들겠다, ‘우리도 이제 좀 사는 것 같은’ 분위기의 80년대엔 조금은 노골적인 ‘부티’가 동경의 대상이었을 수밖에. 90년대 ‘귀티’는 IMF 이후 등장했다. 초반엔 ‘나는 남과 다르다’는 X세대들의 개성 시대였다. 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니 유니섹스 모드의 대표주자 신은경 식 자유분방함과 도시 미인 채시라와 김남주의 당당함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진 것. 때마침 심은하가 등장했다. …. 심은하는 ‘귀티 시대’의 막을 열었다. 2000년대는 기호와 취향이 세분화될 대로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하위 문화와 개념이 혼재한다. 그 중 돋보이는 코드 중 하나가 ‘부내’다. 90년대식 ‘귀티’와는 약간 다르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귀티’ 나는 여자는 부럽기도 하지만 속된 말로 재수없기도 하고, 거리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요즘 ‘부내녀’들은 친근한데다가 ‘쿨’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대중도 ‘부내녀’에게 호의적이고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 “90년대 심은하와 이영애는 예쁘지만 자기 얘기를 들려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 드라마 을 보면 이보영은 망가지기도 하고 험한 말도 해요. 고현정도 예능 프로그램이나 인터뷰를 보면 자기 허물도 말하고 자학 개그도 하죠. 그렇다고 이들이 ‘싼티’ 나 보이지 않잖아요. 고운 얼굴과 우아한 분위기, 그 기본이 어디 가겠어요? 스스럼 없는 태도가 ‘부내’의 핵심인 것 같아요. 요즘 세대의 가치관과도 맞고요. 이제는 부유한 척, 고상한 척, 잘 배운 척이 아니에요. 꼭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더라도 원래 많이 갖추고 태어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세상이에요. 결핍이 없단 말이죠. 당연히 여유가 넘쳐요. 자신을 유리성 안에 가둘 필요 없이 누구와도 쉽고 편하게 호의적으로 소통해요.” 문화 칼럼니스트 차우진의 분석이다. ‘부내’의 조건‘부내’ 나는 여자를 인정하고 나면 제일 궁금해지는 게 얼굴이다. 대체 어떤 얼굴이 ‘부내’ 나는 얼굴일까? 희곡집 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키가 그리 큰 건 아니지만 얼굴이 희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다들 날더러 ‘귀티’ 나는 얼굴이라 했다.” 중간 키, 흰 얼굴 그리고 또 어떤 조건이 있을까? 좀 더 구체적인 인상을 알기 위해 30명에게 문자 서베이를 해봤다. 주로 등장한 이름들은 이영애, 심은하, 고현정, 최지우, 이보영, 송혜교 등등. 이와 함께 도착한 답변들에는 구체적인 조건들이 붙어 있었다. “피부는 무조건 하얘야…” “판판하고 반듯한 이마” “지나친 V라인보다는 완만한 경사의 위엄 있는(?) 턱” “가지런한 눈썹” “윤기 나는 머리” “앞머리 없고 염색도 안 한 머리” “5:5 가르마에 하나로 묶은 머리” 이 와중에 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으니 “일단 예쁘고 봐야 한다”는 답이 제법 많았다. “‘부내’라는 단어는 아직 생소하지만 ‘부내’든 ‘귀티’든 남자에게는 ‘예쁘다’는 여러 표현 중 하나예요. 하얗고 참하고 예쁜 여자.” 연애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확인 사살(!)이다. 그래, 5:5 가르마를 타서 하나로 머리를 묶었을 때 청학동 소년이 되느냐 ‘부내녀’가 되느냐는 얼굴에 달려 있겠다. 이 정도면 외모는 알겠고, 그럼 옷차림은? ‘부내’ 나는 여성의 선두주자, 이영애를 벤치마킹하면 되려나? 오랫동안 그녀의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이선희에게 귀띔을 받아보자. “이영애의 스타일은 페미닌, 모던, 시크 세 가지로 얘기할 수 있어요. 기본 원칙은 사람이 얼마나 돋보이느냐예요. 고유한 얼굴과 이미지에서 풍겨 나오는 고급스러움을 살리는 거죠. 장식적이거나 디테일이 강한 아이템은 좋아하지 않아요. 피부 톤을 살릴 수 있는 뉴트럴한 컬러, 캐시미어 등 감이 좋은 소재, 브랜드 이름보다 재봉 상태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요.” 사실 그렇다. 예전엔 패션을 통해 ‘나란 여자는 귀티 나는 여자’임을 드러내려 했다. 90년대 페라가모의 리본 헤어밴드, 샤넬의 화이트 로고 스타킹 등이 희대의 아이템이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하이 브랜드라 해도 상당히 매스 브랜드에 가까워졌다. 브랜드 이름만으로 나를 계층화할 수 없어졌고,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오히려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드러내는 방식이 더 적당하다. 오늘부터 ‘부내’ 나는 여자로?후배랑 나란히 거울 앞에 서서 눈썹을 삭삭 빗고, 심혈을 기울여 5:5 가르마를 타서 하나로 묶었다.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바로 ‘부내녀’? 아니, 헤어, 메이크업을 갖추고 심플 앤 클래식 룩을 한들 곧장 ‘부내’를 풍길 수 있진 않다. 그럼 여기서 뭐가 더 필요할까? “금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은 못 따라간다”는 명언(?)은 슬프게도 ‘부내녀’에게도 통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면 ‘부내녀’가 되기에 아주 유리한 건 사실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 듬뿍 받고 컸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구김살 없이 밝게 잘 자란 사람들 특유의 싱싱한 기운 말이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가정 경제를 일으킬 것도 아니요, 다 커 놓고 이제 와서 밝게 다시 키워달라고 할 것도 아니라면 이 대목에서 가뿐히 마음을 접는 편이 낫다. 차라리 후천적인 노력으로 채우면서. 후천적인 노력 운운하니 살그머니 궁금한 것이 시술이다. 급격히 자신감을 채우기엔 이만한 것도 없으니까. “최근 1~2년 사이 프티 성형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이 늘었어요. 이목구비를 크게 바꾼다기보다 미세하게 얼굴 선을 교정하겠다는 거예요. 요즘엔 어려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미지를 원해서 오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필러와 지방 이식이라면 가능해요. 시술 부위로 보면 이마와 광대가 많아요. 특히 리서치를 많이 하고 오는 사람들은 광대 시술을 원해요. 눈 아래 푹 꺼진 부분부터 팔자 주름 윗부분 있죠? 그 사이를 살짝 채워주면 생기 있으면서도 우아한 인상이 됩니다.” 한사랑병원 최미숙 원장의 설명이다. 그 다음 노력은 마음가짐이다. 갑자기 웬 훈훈한 결론이냐 싶겠지만 사실 ‘부내’의 제일 중요한 요소다. 온라인 서베이에서 ‘부내를 결정하는 요소’를 물었을 때 ‘분위기’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옷차림, 외모,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순. 하지만 애티튜드라는 것이 또 한 끗만 어긋나도 영 아니기 십상이다. 너무 사랑스러워도, 살짝 ‘톰보이’여도, 좀 더 이지적이어도 ‘부내녀’ 카테고리를 벗어날 수 있다. 중도를 걷는 것이 살 길.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 속 부내녀 캐릭터들을 관찰한 결과, 필수 태도를 정리해보면 관건은 예의 바름이다. 짜증난 표정, 짜증난 말투를 달고 있다면 아무도 ‘부내’를 느끼지 못한다. “감사합니다”에 인색하지 않아야 하고, 인자함 50%와 상냥함 30%, 위엄 20%가 섞인 미소를 항상 머금고 있어야 한다. 촐랑거림보다 차분한 말투와 행동도 필수다. 사실 ‘부내’라는 게 어디 금세 생기랴. 나이 들수록 얼굴에 자신이 살아온 삶이 나타난다는데 그 과정에서 ‘부내’도 얻어지는 게 아닐지. ‘부내녀’에 대한 감상과는 별도로, 당장 오늘부터 ‘부내녀’의 길로 정진하든지 ‘부내녀’와 상관없이 내 갈 길 가든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어떤 인상의 나를 만들어 가느냐에 대한 선택이니까. online poll누가누가 가장 ‘부내’ 나나요? elle.co.kr의 서베이 결과!케이트 보스워스 32%기네스 팰트로 38%앤 해서웨이 30%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6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