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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식 표현을 빌리자면 <하하하>의 문소리는 ‘예쁘다’. <하하하>에서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 ‘예쁘다’라는 단어는 여러번 등장하는데 그 단어가 반복될수록 ‘예쁘다’는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 (의미가 확장되어) 다른 언어적인 아우라를 획득한다. <하하하>에서 문소리가 예쁘다면 바로 그런 특별한 의미에서이다. <하하하>에서 문소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예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흔히 우연과 아이러니에 기대어 벌어지는 상황들 안에서 등장인물들에게 마음껏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면 문소리는 홍상수가 만들어놓은 운동장 안에서 그 어떤 홍상수의 인물들보다 물 만난 고기마냥 가장 잘 뛰어논다.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문소리라지만 홍상수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펄떡대는 희극적인 문소리를 만날 수 있었을까. <하하하>에서의 문소리는 그야말로 ‘발견’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데뷔작 <박하사탕>의 청순하고 조용한 ‘순임’과 <오아시스>의 장애인 ‘공주(이창동의 여인들)’부터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나 <바람난 가족>에서의 거침없이 벗어제끼는 과감한 도발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억척아줌마, <사과>에서의 솔직하고 섬세한 연기까지 그녀의 연기 변신에는 한계가 없었다. 이제 문소리가 뭘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의심을 할 즈음 그녀는 우리의 뒷통수를 내려치며 홍상수의 여자 캐릭터들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할 만한 ‘왕성옥’을 완성시켰다. 통영의 관광 해설가로 일하면서 그녀가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을 때, 사귀는 남자 친구의 외도를 목격하고 갑자기 그를 업어주겠다는 말을 할 때, 한 움큼 풀을 뽑아들고 문경(김상경)에게 찾아가 따질 때, 표준어와 섞여서 튀어나오는 통영의 사투리를 구사하며 문경에게 ‘살찐 뱀’이라는 말을 할 때 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생동감으로 가득한 엉뚱녀를 사랑하지 않을 재간은 없어보인다. 성옥의 4차원 캐릭터는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낸다. 그녀는 흡사 하워드 혹스의 <베이비 길들이기>에서의 캐서린 헵번의 엉뚱함이나 르느와르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생동감을 닮아있다. 문소리는 대책 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옥을 연기하면서 한편으로 그녀가 정호(김강우)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하며 천상 여자의 모습을 보이는 순간의 섬세함도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마치 그녀 자신이 왕성옥이 된 양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자연스러운 연기 속에서 우리는 이 엉뚱녀의 인간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하하하>의 발견, 문소리는 정말 예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