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 슬리브리스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보리 리넨 반팔 셔츠와 쇼츠, 슈즈는 모두 Bally.
올해 초부터 좋은 일이 많아서 더 그랬나 봐요. 여름은 모든 게 울창해지는 느낌이잖아요 맞아요. 저희 팀 아스트로가 처음으로 음악 방송 1위를 했고, 일본에서 데뷔하자마자 오리콘 데일리 차트 2위를 차지했어요. 첫 번째 월드 투어도 마쳤고, 개인적으로는 JTBC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으로 연기도 시작하게 됐고요.
바쁘게 지내다 보면 계절이나 시간 흐름을 흘려보내기 쉬워요. 계절을 의식하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아침에 나올 때, 밤에 들어갈 때 계절마다 냄새가 다르잖아요. 늦봄과 초여름 이맘때 가장 편안하고 친숙한 향이 나요. 얼마 전에는 숙소에서 자려고 누웠는데 스며드는 새벽 냄새가 정말 좋은 거예요. 갑자기 편해지면서 이 기분을 가사로 쓰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하다가 잠들어버렸어요(웃음).
여름을 좋아하나요 이미지가 명확한 계절이라 좋아요. 바다, 아이스크림 같은 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니까요.
명확한 이미지라니, 시적인 표현이네요 한동안 글을 즐겨 썼어요. 그날그날 기분이나 주제가 하나 떠오르면 그에 대해 막 쓰는 편이에요.
제일 맘에 드는 걸 보여줄 수 있나요 팬 카페에 올렸던 글인데 잠시만요(스마트폰을 꺼내며).
‘마음에 다시 파도가 일렁이고 파동이 퍼져 나가면서 나도 너에게 다가간다… 어느새 네 앞이다. 내 마음속에 있던 말들이 물결에 밀려 뭍에 나온다….’ 정말 시네요. 오늘 하루를 기록한다면 음, 일단 재미있었어요. 패션 잡지 화보를 멤버 없이 혼자 찍은 건 처음이라서요. 새로운 경험이에요.
새롭게 경험하거나 혼자 결정하게 될 일이 아무래도 많아지겠죠. 데뷔 4년 차니까요 맞아요. 데뷔 당시에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당연히 어른들의 의견을 따랐다면, 제가 보고 경험한 게 많아진 지금은 목소리를 낼 일이 많아졌어요. 결정을 내린다기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달까요. 일뿐 아니라 부모님과의 관계도 달라졌어요. 어엿한 성인이고, 경제적으로도 독립했으니까요.
지금 촬영 중인 <열여덟의 순간>이 첫 번째 드라마라는 건 의외였어요. 아역배우로 데뷔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연기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예전에는 가수 일에 집중하자는 마음이 컸는데, 기회가 왔을 때 부딪혀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해에 출연한 <최신유행 프로그램>이 저를 좀 내려놓는 계기가 됐어요.
같은 상황극이 들어간 예능 프로그램이었죠.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제안을 받고 오디션을 봤는데 너무 긴장해서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어요. 자신감도 완전 바닥인 시기였거든요. 누구나 ‘내가 될까’ 이런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덜컥 붙어버렸고 해내야만 했어요. 촬영 자체도 ‘준비는 해뒀으니 이제 네가 뭔가를 하면 우리가 찍어는 줄게’ 같은 느낌이었어요.
프로그램만 봤을 때는 그렇게 고민이 많은 줄 몰랐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클립을 보면 연기력을 칭찬하는 댓글투성이였고요 저도 봤어요. 기분 좋던데요(웃음). 다른 출연자분한테 많이 배웠어요. 처음에는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 하다가 ‘이것도 해볼까’ 하고 이것저것 자유롭게 욕심을 내며 스스로 많은 가능성을 보게 됐죠.




화이트 니트 베스트는 Fred Perry. 데님 팬츠는 R13 by Mue.
또 다른 추억이 있는 거군요 맞아요. 방과 후 학교 친구들과 놀지는 못했지만 연습실에 가면 또래 친구들이 있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또 다른 학교였던 것 같아요. 10대 애들이 잔뜩 모여 있는데 연습만 하고 헤어질 리 없잖아요. 몰래 PC방에도 가고 하는 거죠.
10대 때는 별것 아닌 일이 엄청난 고민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어땠나요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든 것 같고, 비운의 주인공같이 느껴지는 시기예요. 저도 별의별 고민이 많았죠. 중학생 때는 키가 크지 않는 걸로 스트레스받았고, 왜 옆머리는 만날 뜰까, 왜 용돈은 늘 부족하고, 연습할 때 나는 행복한가 등등…. 그래도 이만하면 비뚤어지지 않고 잘 자란 것 같아요(웃음).
또래 배우가 많아서 촬영장에 가는 게 즐겁겠어요 다들 입 모아 이야기하는데 분위기가 진짜 좋아요. (김)향기를 비롯해 저보다 어린 친구도 있고요. 다 너무 착하고, 배울 점도 많아요. 주인공인 옹성우 형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점점 친해지고 있고요.
최준우(옹성우)의 가장 친한 친구, 정오제를 연기해요. 어떤 역할인가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역할로 오디션을 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다른 캐릭터들은 다 제가 연기하기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오제는 조금 어렵더라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하다는 게 저랑 비슷해요. 그리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도요.
알고 보니 재벌 후계자인 건… 아닙니다(웃음)! 그런 작품 아니고요, 완전 학원물이에요. 제가 그 비밀이 드러나는 부분을 특히 잘해내야 한다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드라마가 7월에 방영돼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요 첫 번째 드라마니까 “가능성이 보인다” “쟤 눈에 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혹시라도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또 못한다는 말은 싫잖아요. 물론 제 몫을 잘해낸다는 전제하의 일이겠죠.
오랜 시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질 때도 있었을까요 정말 몇 주간 누워 있기만 한 적 있어요. 진짜 힘들 때는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위로나 조언도 별 도움이 안 되거든요. 이렇게 마냥 있다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딱 하나만,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노래 연습을 하기로 했으면 무조건 하고 자고, 몸을 만들기로 했으면 어쨌든 운동하러 가는 거예요. 나아갈 곳이 없다고 느껴질 때는 아예 부러질 각오를 하든가 극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방식이 제게는 맞더라고요.
항상 성실하게 하나하나 해내는 편일 거라고 짐작했어요 그때는 저를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부담이었어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저에 대한 평가를 하는 어른들에게 노출되는 직업이다 보니 자기성찰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제 상황이나 모습이 보이는데, 내게 기대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진 않으니까요. “별로네” “못하네”라는 평가를 듣는 게 너무 무서워서 많이 예민했던 시기였죠.
지금은 그렇지 않나 봐요. 다행이에요 어휴. 눈 있고 귀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쓸 수 있겠어요. 다만 지금은 적당한 타협점을 찾은 것 같아요. 실제로 요즘 정말 좋아요. 이 감정이 행복이라면 행복인 것 같아요. ‘이 장면은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까’ 같은 걱정 외에 큰 고민거리는 없거든요.
누군가가 지금의 당신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놓지 말 것. 뭘 하든 간에 진짜 원하는 거라면 놓지 말아야 해요.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많잖아요. 운동할 때도 몇 개만 더 버티면 되는데 그 몇 개가 항상 너무 힘들단 말이에요. 그럼 난 하긴 했는데 왜 근육이 안 생기지,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조금 더 버티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운동에 비유했지만 어떤 상황에나 해당되는 말이네요 제가 웹툰을 진짜 많이 봐요. 주인공은 항상 시련을 겪더라고요. 극복하는 법도 다 다르고요. 좀 웃기지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보면서 배운 것 같기도 해요. 좋은 일이 있으면 또 힘든 일도 생기는 게 당연하다는 걸.
만화로 인생을 너무나 많이 배울 수 있죠(웃음). 올여름은 당신에게 어떻게 기억될까요 저의 다른 계절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다양한 계절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문빈의 다른 모습은 어떨까, 그런 모습을 사람들이 기대하게끔 만들고 싶어요.
화보 촬영 비하인드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