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하에 자리한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곡선미.
“모든 것이 철저히 변칙투성이예요.” 평소처럼 블랙으로 차려입은 장 누벨이 투어를 시작하며 선언하듯 말했다. 그러나 정교한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모든 컬렉션이 건축물과 일치한 방향으로 기획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하 만을 끼고 뻗어 있는 해변도로에 자리한 박물관 근처에는 20세기 초에 지어진 궁궐이 있다. 한때 카타르를 통치했던 ‘알 사니’ 일가가 거주했던 곳으로, 궁궐에는 카타르 최초의 국립박물관과 유명 수족관이 1975년부터 1996년까지 자리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당시 왕이던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사니는 국가 정체성을 강력하게 드러내는 상징을 원했다. 도하의 한 오피스 타워(은빛 베일이 감싼 캡슐을 닮은)를 작업 중이었던 장 누벨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카타르의 현대성을 강조하는 박물관 디자인이었다.

건축가 장 누벨.



장 누벨이 디자인한 박물관 공간은 음악처럼 탄탄한 논리가 깔린 바탕에 계속 기대감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이어진다. 꽃송이처럼 펼쳐진 건물은 복원된 궁궐을 끌어안듯 둥글게 이어져 마치 목걸이에 달린 버클 같다. 천장은 물결친다. 바닥은 균일하지 않다. 그리고 건물 안팎은 온통 모래 색이다. “어디로 시선을 돌리든 ‘도대체 이 기이한 곳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장 누벨이 말한다. “무엇이 전개될지 짐작할 수 없죠.” 자연사와 환경을 주제로 다루는 갤러리에서 잠시 멈춰 페르시아 만에서 뛰노는 고래상어의 화려한 영상을 감상했다. 비스듬히 기울고 불연속적인 벽면에 360°로 영사된 영상 속에서 고래상어는 벽면의 끊어진 부분 위로 유유히 헤엄친다. 주변 공간은 몰입도를 극대화하도록 만들어졌다. 굴 껍질에 비유한다면, 껍질은 그 안에 품은 진주만큼이나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장 누벨이 프로젝트 의뢰를 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다룰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음을 금세 깨달았죠.” 카타르의 선대 유목민들은 가벼운 살림으로 이동했다. 미국 울프소니언 박물관의 전 관장이었던 페기 로아(Peggy Loar)는 2008년에 카타르 국립박물관 최초 관장으로 합류해 환경 보호 활동가들과 협력해 전시품을 보강했다. 도하에서 북서쪽으로 약 96km 거리에 방치된 200년 역사의 교역소 알 주바라(Al Zubarah)에서 고고학 유물도 확보했다. 박물관의 ‘진주와 기념식 갤러리’에는 인도의 옛 토후국 ‘바로다’ 왕을 위해 150년 전에 만들어진 카펫이 전시될 예정이다. 카펫은 무려 150만 개의 페르시아 만 진주를 비롯해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등의 보석으로 만들어졌다. 박물관의 백미는 무엇보다 박물관을 위해 제작된 영상이다. 사막의 삶을 망라하는 갤러리 입구에는 확대된 은백색 모래가 벽을 따라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쭈그리고 앉아 있던 낙타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일어선다. 베두인 여성이 천막을 지고, 가족과 그들이 키우는 매는 모닥불 근처에 마련한 거처 앞에 모인다. 흑백 장면 부분 부분에서 컬러가 불꽃처럼 터진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경력이 있는 압데라만 시사코 감독이 만든 영상에서 컬러는 성냥을 획 그어서 피우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불꽃 같다. “영상은 아주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갤러리의 커튼이라고 할까요.” 2012년부터 박물관 관장을 역임한 셰이카 암나 빈트 압둘라지즈 빈 자심 알 사니(Sheikha Amna bint Abdulaziz bin Jassim Al Thani)의 말이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건물의 또 다른 특이점은 절대 나쁜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밖으로 나와 건물 외관을 돌며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어느 각도에서든 사막 장미석의 꽃잎 형태, 얇은 처마 끝에 드리운 그림자, 하늘 한 조각을 프레임에 선명하게 담아낸다.

박물관 건물은 유리섬유로 보강된 콘크리트 패널 25만 개를 곡선부의 철골에 고정시켜 완성했다.

장 누벨과 카타르 박물관청 임시 CEO 아마드 무사 알 나믈라(Ahmad Musa Al-Nam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