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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래퍼' 최연소,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된 영지

‘뻥뻥’ 뚫리는 랩만큼이나 정확히 전하고 싶은 게 많은 열일곱 살 소녀 이영지.

BYELLE2019.06.01
 
블랙 니트 톱은 Levi’s. 화이트 오버올 팬츠는 Pain or pleasure. 블랙 버킷 햇은 에디터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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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고등학교 2학년 7반 친구들은 어떤가요
피자를 쏘니까 모두 좋아했어요. 전교생이 많지 않은 학교라 서로 다 알거든요.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요즘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지만요.
머리를 파격적으로 염색했는데
두발 규제가 없어도 다들 염색은 갈색 정도로만 하는 분위기거든요. 그래서 처음 이 머리를 하고 학교에 갔을 때는 겁이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제 머리를 너무 좋아해주시는 거예요. 수학 선생님은 “나도 이런 머리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친구들과 뭐 하고 노나요
카페 가고 노래방 가고 영화 보고 밥 먹고 똑같아요. 일단 수다가 반이고요. 친구들은 시험 끝나면 꼭 교복 입고 홍대에 놀러 가곤 하는데 막상 저는 그렇게 가고 싶진 않아요. 좋아하는 라면집이 하나 있긴 해요.  
유튜브를 보니 래퍼 스월비는 홍대에 있는 슬라임 카페에 가던데
슬라임! 진짜 좋아해요. 가만히 손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딱이에요.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재미있나요
제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보다 오히려 문자랑 인스타그램 DM, 페북 메신저를 더 자주 확인하고요.
힙합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고등래퍼3>에 출연했어요. 음악을 어떤 식으로 더 배우고 싶나요
정해진 노선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자퇴하면 음악에 몰두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친구들이 방과 후 시간은 포기해야 할 테고요. 지금은 많은 걸 흡수하면서 저만의 것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에요.
<고등래퍼3>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어나더레벨 콘서트’ 전국 투어 중이에요. 방송 무대와는 많이 다르겠죠
순위나 결과가 있는 게 아니니까 무대가 훨씬 편하고 자유로워요. 저희끼리 다 같이 뛰어놀고 분위기 띄우는 것도 즐겁고요. 아직까지 여유가 없어서 제스처를 멋있게 하거나 소통하는 건 많이 부족하지만 나아지겠죠.
직캠을 보니 관객에게 ‘고생하셨다’는 말을 거듭하더군요
진짜 앞줄 관객분을 보면 뒷사람들에게 눌려서 지친 게 느껴지거든요. 돈 내고 보러 오셔서 너무 고생하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고등학생 때 썼던 일기장을 봤어요. 생각보다 진로 고민은 별로 없더라고요
맞습니다. 아무 생각 없어요(웃음).
지금은 잘 기억도 안 나는 친구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많았어요.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가사를 쓸 생각은
으악! 그런 걸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낯간지럽게 느껴져요. 좀 구질구질해질 것 같기도 하고요. 가사는 일기장과는 다르잖아요. 제가 ‘흑역사’에 민감한 이유가 초등학생 때 인터넷 카페에 소설을 썼거든요. 그게 중학생 정도만 돼도 흑역사더라고요.
그럼 어떤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고 싶나요
우울하다는 감정 자체에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잘 다뤄보고 싶어요. 사랑 이야기도 생각을 좀 해볼게요. 멋있게 쓰는 아티스트도 많으니까.
독립이나 운전… 어른이 되면 이건 꼭 해봐야지 하는 게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 애들은 하려면 다 해요. 오토바이도 타고, 술과 담배도 하고요. 금지된 걸 앞서서 한다는 게 지금은 ‘멋’이겠지만 어차피 시간만 지나면 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려서부터 굳이 건강을 해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 친한 친구들과 술은 한잔해 보고 싶어요. 스쿠터도 타고요.
 
골드 링과 실버 링 모두 Portrait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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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티셔츠는 DO NOT DISTURB. 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화이트 티셔츠는 DO NOT DISTURB. 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화이트 티셔츠는 DO NOT DISTURB. 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터뷰 촬영 관련해서 연락을 직접 주고받았어요. 이런 일을 대신 해줄 어른이나 관계자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는 않나요
사실 어디에서 연락이 오는지, 인터뷰가 어떻게 실리는지 별 의미를 두진 않아요. 조금이라도 꺼려지거나 내키지 않는 건 그냥 안 해요. 화보 촬영은 오늘이 처음이고요. 잡지를 보진 않지만 <엘르>는 알거든요. 요즘 인기 많은 연예인 화보를 본 적 있어서요.
‘예전보다 예민해졌다’는 한 인터뷰 답변을 보고 마음이 좀 아팠어요. 10대 래퍼 26명을 인터뷰한 <비트 주세요! - 2017 고등래퍼의 아이들>에서 “내 안에서 돈의 비중이 자꾸 커진다는 게 무섭다”던 이수린 씨의 답이 기억에 남았는데 지금 당신도 두려운 게 있나요
방송 출연 이후 나를 갉아먹는 것들에 대해 ‘쿨’해지지 못하고 잠식당할까 봐 좀 두려워요. 원래 밝고 씩씩한 성격인데 출연 전보다 지금의 제가 훨씬 덜 긍정적이거든요. 자신감도 퇴보했고요. 걱정, 고민, 불신… 여러 감정이 많아졌어요. 우승에 대한 뿌듯함과 만족감을 만끽하는 건 훨씬 나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팀 대표 선발전 때 “마지막으로 봤던 건 대체 언제였나”라고 아버지 이야기를 했어요.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어떤 분인가요
어릴 때 여러 가지 일을 겪었기 때문인지 부모님과 친하지 않아요. 외할머니와는 동고동락하며 유대감이 있지만 그래도 가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서먹해요.
<고등래퍼3>의 멘토들은 10대 출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최고였어요. 100% 저한테 잘 어울리는 것만이 아니라 듣기에 좋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러 곡을 만들어주셨는데 그게 제게 필요한 일이거든요. 다 바쁘신 분들이라는 게 아쉽죠. 밥 사겠다고 연락드리기도 좀 죄송할 정도니까요.
반면 내가 아직 10대라서 부당한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나요
그런 건 그냥 그러려니 하는 편이에요. 나보다 어린 사람을 존중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해주면 좋겠다고 바라기보다 그냥 제가 엄청 멋있어지려고요. 그때가 되면 어차피 아무도 저를 막 못 대할걸요? 지금은 제가 어느 정도 ‘쩌리’니까 그런 거겠죠.
박재범 씨를 정말 좋아하던데
마침 어제 유튜브 오리지널 이 공개됐어요. 닭강정까지 딱 맞춰 배달시키고 감상했죠. 총 4화까지인데 아껴 보려고 2화까지만. 흐흐.
이제 두 사람은 인스타그램 ‘맞팔’ 사이 아닌가요
왜 저를 팔로해 주셨는지 모르겠어요! 재범 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냥 저렇게까지 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옛다 팔로’ 이런 느낌 아닐까 싶습니다.
박재범과 더콰이엇을 롤 모델로 뽑으면서 공통적인 이유로 ‘성실성’을 꼽았어요
더콰이엇과 코드쿤스트 멘토 님이 저를 높이 평가해 준 부분도 성실하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분들도 음악을 엄청나게 꾸준히 하잖아요. 성실함이 몸에 밴 느낌? 그런 점을 동경해요. 저도 그렇게 되려고요.
‘최연소 우승자’이자 ‘최초의 여성 우승자’예요. 신에 여성 자체가 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대표성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막상 신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분리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잘하면 피처링을 부탁하고 아니면 안 부르겠죠. 제 성별을 속성이자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주류니까 나는 저기에 속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가 많긴 많다. 그런데 나는 여자다’ 이 정도? 실제로 제가 특혜받는다고 부러워하는 남자 래퍼들도 있긴 해요. 결국 제가 잘하면 그런 구분 없이 완전히 인정받겠죠.
이미 멋지게 인정받은 것 아닌가요. 이영지가 가진 ‘멋’은
목청에 자신이 있어요. 목소리 하나는 내가 제일 커야 돼요. 목소리가 크면 랩도 더 잘 들리거든요. 실제로 어릴 때부터 큰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 기 죽이고 다니기도 했고요. 확성기로도 정리가 안 되던 급식실이 제가 소리 한번 지르면 조용해질 때, 그럴 때 제 모습에 취하죠(웃음).
인터뷰하는 지금 저도 귀가 터질 것 같아요(웃음). 랩 스킬에 관한 칭찬 중에 가장 기분 좋은 것은
‘특이한 플로인데 좋다’ ‘새로운데 좋다’는 칭찬. 남이 보면 다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뭐 하나를 쓸 때 엄청 공을 들이는 편이라서요. 친구들도 절대로 제가 쓴 걸 다 좋다고 하지 않거든요.
<쇼미더머니>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어요
‘오버’죠. <고등래퍼> 출연자들도 많이 나가긴 하는데 저는 우승하지 않는 이상 잃을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Mnet에서 섭외 제안은 왔지만 아니요! 절대 안 나갈 겁니다.
랩 말고 좋아하는 것
중학생 때까지 춤추는 걸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다른 학교 남자애들한테도 가르쳐주고 댄스 동아리끼리 찬조 공연도 많이 다녔어요. 어릴 때부터 팝도 많이 들었고요. 지금은 아예 안 해요. 그냥 좋아하는 걸로 내버려두려고요.
사운드 클라우드 계정에 올라온 곡도 하나뿐이던데 언제쯤 우리는 이영지의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요
피처링을 하고 있어서 다른 분들 음악에서 먼저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늦여름쯤 싱글이 나올 수도 있고요. 아, 그리고 <고등래퍼3> 상금은 5월 말에 들어와요. 다들 그걸 궁금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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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김상곤
  • 에디터 이마루
  • 스타일리스트 강이슬
  • 헤어&메이크업 장혜인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