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와 나플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가볍지만 강하고, 유쾌하지만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는 루피와 나플라가 열두 곡이 실린 정규 앨범 <LooFla>로 한여름 밤, 무대 위에서 흥을 쏟아낼 준비를 마쳤다. | 루피,나플라,루플라,힙합,메킷레인

루피가 입은 테크니컬 코튼 캔버스 소재의 블랙 인코그니토 파카는 3백47만원, 화이트 티셔츠와 블랙 플루이드 팬츠, 블랙 더비 슈즈는 Balenciaga. 주얼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나플라가 입은 네이비 더블 재킷은 가격 미정, Polo Ralph Lauren. FF 로고 장식의 칼라 포인트 셔츠는 가격 미정, FF 로고 패턴의 쇼츠는 1백85만원, 모두 Fendi. 주얼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나플라가 입은 레더 패치워크 카디건과 후디드 밀리터리 코트는 가격 미정, 모두 Coach. 베르사체 로고 집업 재킷은 2백70만원, Kith x Versace. 반다나 프린트 쇼츠는 89만원, Alexander Wang. 세련된 레이스 장식이 돋보이는 로 톱 스니커즈는 1백20만5천원, Bottega Veneta. 루피가 입은 화이트 톱은 가격 미정, Balenciaga. 트랙 팬츠는 42만원대, A-Cold-Wall by Matchesfashion.com. 블루 자카르 니트 햇은 90만원, Prada. 크로스 백은 본인 소장품. &nbsp; 루피와 나플라 둘이 합쳐 ‘루플라 LooFla’, 두 사람은 2013년에 만났다고 들었어요. 두 사람만 붙어 다녀서 소속 레이블 ‘메킷레인’(Mkit Rain) 식구들이 질투하지는 않나요나플라 사실, 저희는 스케줄 빼곤 거의 안 만나요(웃음). 타이밍이 엇갈리거든요. 저는 작업할 때 오히려 스튜디오에서 오왼 오바도즈 형이나 영 웨스트를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루피 맞아요. 저는 혼자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아무도 없는 공간에 고립돼 있을 때 작업이 더 잘 되거든요. 작업할 때 옆에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집중이 어려워요. 이 친구들이 불편하다기보다 오롯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능률적인 거죠. &nbsp; 지금 ‘루플라’의 모습이 가장 잘 반영된 트랙이 있다면루피 ‘얼음왕’이에요. 힙합에서 얼음, 아이스(Ice)는 다이아몬드를 의미해요. ‘얼음왕’도 글자 그대로 목에 주렁주렁 보석을 치장한 래퍼가 됐다는 내용이죠. 실제로 보석을 맞췄어요(웃음). 보석을 목에 걸고 느껴지는 기분 그대로를 가사에 옮겼어요. 그 가사가 “If you see me you’ll see these ice ice on ma neck”예요. 나플라 저는 가사보다 노래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Despacito’ 같은 스페인 노래는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신나잖아요. ‘얼음왕’이 그런 노래이길 바랐거든요. 즐겁고 신나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싱글 ‘얼음왕(Ice king)’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나플라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한 거예요. 작업할 수 있는 기간이 5일 정도 됐나? 루피 그래서 릴 펌프(Lil Pump) 같은 뉴 스쿨 래퍼들의 작업 방식이랄까? 스튜디오에서 바로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고 녹음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봤어요. 가삿말의 서사 관계보다 음과 분위기, 느낌 위주로 곡을 쓰는 거예요. 곧 나올 루플라 앨범도 이런 방식으로 제작했고요. 하다 보니 기대 이상으로 플라의 작업 속도가 빠르더라고요. 플라가 참 잘해요. ‘얼음왕’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플라가 하드캐리 했어요. 저는 다 만든 케이크에 초를 꽂는 수준이죠. 나플라 에이, 그 정도는 아니고 케이크 위에 올라간 딸기 정도 되지 않을까(웃음)? 새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루피 곧 공개될 앨범에 총 12 트랙을 담았어요. 보통은 곡을 만들 때 두 가지 기로에 서요. 감상하기에 좋은 곡을 만들 것인지, 공연할 때 신나는 곡을 만들 것인지. 우리는 무대에 섰을 때 신나고 즐거운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계절 영향도 받았죠. 타이틀곡은 풀 파티에 어울리는 곡이에요. 곡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노래를 들으면 워터 밤, 아쿠아 컬러가 떠올라요. 여름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니까. 그럼 새 앨범의 작업방식도 ‘얼음왕’의 연장선인가요루피 그렇죠. 앨범에 실린 곡 전체에서 이름이 알려진 프로듀서는 코드 쿤스트와 ‘It G Ma’로 이름을 알린 주니어쉐프 뿐이에요. 다른 곡은 파일에 붙은 이름과는 상관없이, 스튜디오에서 몇백 개의 비트를 들으면서 골라낸 곡이죠. 잠깐 언급한 뉴 스쿨 래퍼들의 작업방식을 생각하면 돼요. 스튜디오를 부킹하고 감이 통하는 비트를 선택해서 흥얼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멜로디나 플로를 찾고 가사를 붙여요. 누군가는 프리 스타일이냐고 묻지만 약간 달라요. &nbsp; 좀 더 실험적인 방법이랄까루피 음악에는 ‘이렇게 작업하는 게 정석’이라는 정답은 없잖아요. 에미넴(Eminem)이나 로직(Logic)의 랩을 들으면 ‘메모장을 키고 고심해서 가사를 적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스무 살 초반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의미보다 소리나 느낌이 더 중요해요. 랩 음악도 음을 따라 하는 음악이니까. 다만 대충 쓴 듯,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아무 말이나 뱉은 것 같기도 하죠. 이런 방식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곡을 작업할 수 있는 대신, 좋거나 나쁘다는 평가를 명확하게 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더욱 실력이 좋아야 해요. 결국 실력이 좋은 곡을 만드는 거죠. 제가 영 서그(Young Thug)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두 사람을 보면 지금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이면이 있을 것 같은데나플라 항상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공감할 것 같아요. 이번에 잘돼고 큰 사랑을 받았더라도, 다음이 보장되지는 않으니까.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는 거죠. 루피 아무리 고민해도 어느 포인트에서 만족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목표 설정이 어려웠어요. 지금 상황에 감사해 하며 만족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더 높은 무언가를 계속 좇아야 하는 건지. 심지어 ‘내가 마이클 잭슨이 못 되면 어쩌지? 빌보드 순위권에 못 오르면?’ 하는 생각도 해봤죠. 이렇게 계속 목표만 설정하다 평생 만족하지 못하고 눈 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투적인 대답일 수 있지만 현재를 즐기기로 결심한 거죠. 어쨌든 지금 루이 비통을 신고 있잖아요(웃음). 사회적 위치가 변하면 주변 환경이나 시선도 변하기 마련이죠. 누군가는 ‘루플라가 변했다’고 할 수도 있고요나플라 옛날에는 좋은 게 좋은 거지, 많은 사람의 요구를 전부 받아줬어요. ‘뜨니 변했다’는 비난을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몇 년 만에 뜬금없이 ‘공연 티켓을 구해줄 수 있냐’고 물으면 티켓을 보내줬어요. 그런데 그게 끝이더라고요. 그 뒤로 연락이 없어요. 만약 제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제가 변했다고 했겠죠.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다보니 점점 무신경해지더라고요. 루피 사람이 나이 들면 주름이 생기듯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제 음악도 변할 테고, 성격이나 외모도 변하기 마련이에요.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게 이상하죠. ‘건방져졌다’ ‘거만해졌다’ 같은 단어에 국한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좋든 싫든 변화는 당연하잖아요. 우리도, 당신도 모두에게요. 저는 그냥 흐르는 대로 받아들이려 해요. 나플라 그리고 변화가 있어야 재미가 있죠. 만날 똑같으면 재미없어요(웃음). &nbsp; 루피가 입은 블루 스트라이프 니트와 나일론 하네스 스트랩 백은 가격 미정, 모두 Prada. 데님 카고 조거 팬츠는 가격 미정, Ermenegildo Zegna XXX. 크리스털 장식의 멀티 후프 이어 커프는 가격 미정, Alexander McQueen. 블랙 첼시 부츠는 1백36만5천원, Bottega Veneta. 나플라가 입은 화려한 프린트의 톱은 1백4만원, Kith x Versace. 나플라가 입은 화려한 레터 프린트의 티셔츠와 머플러는 가격 미정, 모두 Burberry. 타이다이 프린트의 데님 팬츠는 52만원대, Needles by Matchesfashion.com. 실버 바운스 로 톱 스니커즈는 1백23만원, Valentino Garavani. 루피가 입은 화려한 레터 프린트 후디드 티셔츠와 트랙 팬츠, 백팩, 모자는 가격 미정, 모두 Burberry. 핑크 클라우디오 스니커즈는 1백7만5천원, Ermenegildo Zegna XXX. 액세서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nbsp; 메킷레인의 공식 유튜브 채널 ‘LooFla: Episode’는 영상미도 좋고 퀄리티도 훌륭해요. 브이로그가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접근한 부분도 신선해요루피 처음 유튜브 채널을 만들 때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어요. ‘꼭 우리를 멋지게 포장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찍을 수도 있는데 굳이 지금 해야 하나?’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건 멋이 없지 않을까’ 등등이요. 그때 힙합 웹진 의 디렉터 힙노스(Hypnos) 형이 아이디어를 냈어요. ‘가볍게 소비되는 콘텐츠 말고 너희 생각을 심도 있게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형식이 좋겠다’고요. 모두 동의했어요. 나플라 일상을 찍어 나르는 브이로그의 친근함과 진지한 다큐멘터리 사이의 방향을 찾은 거죠. 유튜브에 ‘5불짜리 힙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공연장에 4명이 있었고, 공연 관람비가 5달러(약 5천원). 그래서 20달러(2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어요나플라 그 공연에서 루피 형을 처음 만났어요. 라인업이 6명이었고 그들의 지인이자 관객이 4명이었죠. 관객보다 공연하는 래퍼가 더 많았던 날이었어요(웃음). 루피 LA 한인타운에 있는 ‘공감’이라는 작은 클럽이었는데, 공연 수익보다 공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났던 시절이었죠. 나플라 어떤 날은 한인타운에 ‘도니버거’가 오픈한다고 해서 공연을 했어요. 공연비 대신 햄버거를 준다고 했는데 그마저도 줄이 길어서 먹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추억이죠. 유튜브를 보면 콜라를 입에 달고 살더군요나플라 저한테 콜라는 커피 그 이상이에요. 중요한 요소예요. 콜라가 있어야 작업할 때 에너지도 얻고 영감도 떠올라요. 래퍼 중에는 술을 마시고 가사를 쓰는 사람도 있는데, 그거랑 비슷해요. 생각해 보니까 술보다 콜라가 더 몸에 안 좋은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예전에는 힙합 신에서 스웨그(Swag)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요즘은 플렉싱(Flexing)이 대중적인 용어가 됐어요. ‘루플라’에게 두 단어의 차이는 뭘까요루피 나플라가 빨간 머리를 하고 제가 얼굴에 타투를 하는 행위가 스웨그예요. 각자 자신만의 스웨그가 있는 거죠. 스웨그를 자랑하는 게 플렉스(Flex)예요. 그런데 요즘은 플렉스보다 드립(Drip)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써요. 아, 제가 뒤처졌군요나플라 이제 아셨으니 한 템포 빠른 걸 수도(웃음). 루피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걸 드리핀(Drippin)이라고 하잖아요. 뭐랄까 어감적으로는 ‘뚝뚝 흐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스웨그가 넘치다 못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흐른다’는 의미에요. 앞으로의 힙합 키워드는 드리핀(Drippin)이 되겠네요. 두 사람 모두 드리핀한 적 있나요루피 저는 이미 몸에 전부 두르고 있죠. 이 주렁주렁한 목걸이들(웃음). 나플라 저도 뭐(머쓱하게 웃으면서 롤렉스 시계를 보여준다)…. 제가 이걸 사려고 평생 시계를 안 샀어요. 저만의 목표를 이룬 셈이죠. 10년 뒤, 더 먼 훗날에도 힙합을 하고 있을까요루피 10년 뒤에도 음악을 하고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힙합 문화로 이룬 태도나 삶의 방식은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힙합이 좋은 이유는 자유와 자신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는 건데, 분명한 건 그 때도 힙합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 나플라 만약 쉰에도 어떤 행위로 돈을 벌고 있다면 그게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목표는 그래미 상을 타는 거예요. 그걸 이룰 때까지 계속할 것 같아요. 50세 전에 그래미 상을 타면 어떡하죠나플라 그럼 정말 행복하게 그만둘 수 있겠죠(웃음).